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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Nov 06. 2023

개발계획이 발표되고, 폭등기관차가 출발했다.

그렇게 서울에 집을 사게 되었다#6 : 성난 군중들이 집을 사기 시작했다

크게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회사, 그리고 신혼집의 근처인 동네기 때문에 잘 알고 있던터라

집을 사기 위해 부지런히 시도하고 준비하던 두번째 아파트 매수 프로젝트는-


뜻하지 않았던 '대출 계획의 변수'로 인하여, 무산되고 말았다.

그래도 대출을 알아봐주던 N은행 모 지점의 담당과장은

내가 지금껏 만났던 대출 담당 은행원 중 가장 친절했고, 열심이었다.

그의 잘못도 나의 잘못도 아닌, 전혀 새로운 변수였기에

우리 모두가 통제 불가했던 상황..


지금 와서 보면, 집을 사본 사람들이 하는 그 말처럼

그 집은 "나와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번째 아파트 계약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어쨌든 열심히 대출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해준 은행 담당자에게도

고마움을 표하며 다음 번 거래 때 다시 접선하자는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또 한번의 귀한 경험(임장, 매물 분석, 네고, 대출 등)을 손에 쥐고

시간이 더는 바삐 흘러가지 않도록 고삐를 잡아매고 달리게 되었다


땀이 식으면 감기에 걸린다. 이왕 시작한 거, 돌이킬 수 없다. 그렇게 다음 행선지로 향했고 “나도 한번..”이라는 출사표를 내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그렇게 아내가 눈을 돌린 곳. 바로 여의도.


아. 여의도는 너무 어려웠다.

여의도의 갭은 상상 이상이었다.

갭 :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 7억에 집을 사서, 4억에 전세를 맞추면(이미 해당 집에 임차인의 계약 기간이 남은 경우, 세를 끼고 사는 것도 가능하다. 이 때 기존의 계약된 전세가로 생각하면 된다.) 갭이 3억이 되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3억의 돈으로 집을산다"는 말은 이런 배경이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어떤 임차인도 집주인이 해당 집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한 경우 들어오지 않고, 이미 임차인이 사는 집의 경우 대출을 일으킬 수 없으므로(권리 순서) 세를 끼고 살 경우 고려할 것.


10평대 아파트가 갭이 5억, 20평대 아파트는 갭이 이미 7억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볼 수 있는 매물도 없고, 계약금부터 들이밀어야하는 그런 상황.


2017년 봄부터 집값이 오르는 건 봐왔는데,

재개발 물건들 P가 오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체감했는데(신혼집이 수색재개발 근처),

아- 이 정도의 큰 갭을 가지고 있는 아파트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이리 적다니-


쉽게 말하면, 내가 사고 싶은 단지만 선택할 수 있고(평수 포함), 층, 향, 동 아무것도 못 고르는 것에 더하여 집 컨디션도 볼 수 없어서 계약금을 넣고 났더니 결로가 있고 상습적 누수에 시달리는 집이라도 "아이쿠 감사합니다. 그래도 구할 수 있었어요"하고 절해야하는 분위기였다!


대출을 일으켜서 아이 낳을때까지 들어가서 몸테크하다가, 빠질 땐 대출을 갚아야 전세가 들어올텐데.. 그러기엔 GAP이 너무 컸다.


그래도 여의도는 지금껏 알아본

동네 중 가장 살고 싶은 곳이었다.

어릴때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다니면서, 엄마 손잡고 뛰어 논 기억도 너무 좋았고,

회사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그 여유로운 주말(지금은 몰과 더현대 때문에 더 많아지지만)의 풍경,

동쪽의 삼성, 서쪽의 여의도라는 상업 중심지로서의 상징성까지.


너무 작지만, 이 아파트에 들어가고 싶다.


아이를 낳을때까지 열심히 허리띠를 졸라 보자.

다른 곳은 내키는 곳이 없었지만, 여의도만은 정말 내가 많이 원한다.

좁은 집이라도 살아보고 싶다. 아내 손을 잡고 퇴근하고 여의도 공원을 걷고 싶고,

오래된 상가들의 지하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으며 데이트를 하고 싶고, 

환한 햇살을 받으며 엄마 손 잡고 주일 예배 끝나고 던킨 도너츠에 가던 어린 내 기억“

그 거리를 아내 그리고 내 아이와 함께 걷고 싶다.


허세가 아니라 진정으로.

아내의 물음에는 좀 어렵지 않을까 답했지만,

나는 그 때 어떻게 돈을 구해볼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다.

부동산에서도 곧 매매 제한이 될 수도 있다는 팁을 주시는 등 적극적으로 권하셨다.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뭔가”를 위해 미쳐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꿈을 향해 크게 선포할 때가 왔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외치겠는가!


여의도.

그래. 직장은 다른 곳에 있으니, 삶을 취하자.

마음을 먹고 움직이는 그 찰나..


정말.

정말 거짓말처럼.

정말 거짓말처럼 하늘이 어찌나 안 도와주는지.

한 사람이 다른 나라에 가서,
여의도 개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예전처럼 부동산에 관심이 없었다면 “아 그런게 있나보다"하고 넘어갔겠지.

하지만 당시의 나는 정말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왜? 눈앞에서 돈이 날아가서?
어차피 네것도 아니었잖아?
괜히 한 번 센 척하는거야?


그딴 저열한 아쉬움이 아니다.
더 벌려다 못 먹은 투자자도(투자자면 그 갭에 안들어가지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대충 간만 보다가 "아 살뻔 했는데 아쉽네"하는 술자리 센척도 아니었다.
난 정말, 정말 마지막 기회를 놓친 기분이었다.

이번  발표는 지금껏 봐왔던 부동산 정책 발표와는 차원이 달랐다.

누군가가 말하는 투기와의 전쟁도 아니고, 가진자와 없는자의 싸움도 아니었다.

이건 그냥 여의도에 들어가고 싶었던 나의 아주 작은 희망과 열의,

어릴때부터 가지고 있던 그 추억과 현실의 내가 만날 수 있는

어떤 '얇은 끈'과 같은 것이 툭-하고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난 지지정당을 밝히고 싶지도 않고, 부동산 경험담을 풀어 놓는 사람이지만 결단코 어떤 정권에서 누군가가 잘못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운이 정말 없었던 거다. 내가 더 빨리 샀으면 될 일이고, 아닌말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을때' 그런 발표를 해봐야, 시장은 큰 미동 없이 조용했을테니까. 그냥 재수가 없었다. 지독하게.


늦게 알고 늦게 움직인 내 잘못.

누구를 탓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끝. 끝났다. 여의도는 못 간다.
역시 두 걸음 느린 내가 그렇지.

탄식과 자책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여전히 어디다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집 있는 친구들은 이미 재미를 보는 구간이었다. 만나기 싫었고,

집 없는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정치 욕만.. 더 만나기 싫었다.

나의 실패담은 어디에도 관심을 끌지 못하는 휴지 조각, 그 뿐이었다.


비참했다. 너무 비참했다.

내가 바라던 미래가 이게 아닌데..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현실에서는 “졌지만 잘싸웠다”라는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건 스포츠 뉴스에나 나오는 남의 이야기고, 승자가 다 갖거나 패자는 울며 이를 갈거나. 중간은 없다는 말. 또 패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니, 역시나.

있던 매물도 사라지고 다시 시작된 미친듯한 2차 폭등은 겉잡을 수가 없었다.


민란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성난 군중들이 집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나처럼 기다리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인내의 끈을 던지고 시장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모든 언론과 유튜버, 카페 네임드와 강사들은 작심한듯 정부의 무력함을 꼬집으며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한다는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진짜 지옥이 시작됐다.

자고 일어나면 미친듯이 호가가 올라있었다.

한달에 걸쳐 오를 호가가 주 단위로 오르는 것이 보였다.

오르는 족족 거래가 성사되고 매도를 희망하는 집주인들은

옆 동 거래가를 확인하고 본인 집 금액을 올려 다시 내놓는 랠리가 시작됐다.


왜 최소 700세대 이상의 아파트를 보라고 하는가?
간단하다. 매물이 많으니까 손바꿈도 많다. 상승장에서 50개 매물이 있는 단지와 5개 매물이 있는 단지는 거래량이 10배, 그 이상이 된다.(팔 생각 없던 사람들도 던져본다, 미끼처럼!) 많이 팔리는 단지에선 주식 거래창처럼 올라가는 금액이 보인다. 단순히 거래만 생각해봐도, 나중에 언젠가는 집을 팔거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단지를 사는 것이 좋다.(편의 시설 등은 말할 필요가 있나)


여의도에서 길을 잃었다.


멈출 것인가? 이만큼 달려왔으면 잘했다고, 스스로 타협하고 말아버릴 것인가? 다음에 또 잘하자고 기회가 있을거라고 그렇게 넘길 것인가. “늘 그래왔듯이?”


예전의 나라면 고개를 숙이고 말든가,

목적없이 누군가를 원망하고 말았겠지.

해봤는데 안됐다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하고 정신 승리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나를 지지하는 말을 들으러 돌아다녔겠지.


아니면 어릴 때 본 만화의 시니컬한 주인공처럼 한번 쓰게 웃고는, 그래 내가 그렇지하고 멈춰서서 다음 버스를 기다렸을거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면 안된다!

나는 Boy가 아니라 Man이 되어야한다.

이대로 멈춰서서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아니. 다음 버스는 절대로 오지 않는다.


내 두 발로 달려가서 버스를 구해오든가, 등에 아내를 업든 자전거를 구하든지 해서 다음 정류장까지 전속력으로 달려가야한다.


이제,

기회는 더이상 오지 않는다.

가만히 하늘만 바라보는 사람에게
기회는 절대로 먼저 오지 않는다.


길이 끊겨도, 달려야한다.

실패가 있다면 앉아서 복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에겐 시간이 없다. 달려가면서 다친 부위를 치료해야 한다. 울 시간도 없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시간도 없다. 아무도 나를, 내 가족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다 나의 책임이다.


자신의 길은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것.

이대로 망연자실 주저 앉을 수 없다.


전에 느끼지 못했던 의지가 불타올랐다.

100%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던 나다. 언젠가부터 “어차피 안될 것이다”라는 패배감이 잠재의식을 장악했으리라. 그래서 안되는 결과를 향해 달리는 노력이 스스로 우습고, 또 남들 보여지기 부끄러웠겠지.


그렇다면 이제 그 고리를 끊어주마.

보란듯이. 다음 선택지로 향해 달렸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무거운 결정력으로.


집을 사야한다는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고,
어릴적의 상처를 딛기위해 아파트를 찾던
성장의 시작, 고난의 시작은 아래에


https://brunch.co.kr/@alexkidd/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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