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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렉스키드 Nov 24. 2023

내 집을 사기 전 알아야할 것들

그렇게 서울에 집을 사게 되었다#에필로그. 끝이 아닌 시작

어렵게 서울에 집을 산 뒤로, 모든게 행복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진정한 시작점에 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임차도 놓고 수리도 하고, 상승기 뒤에 다가온 하강기를 맞으며 역전세와 공실 등 적지않은 경험을 했다. 무엇이든 경험은 좋은 일이고, 더 가치있기 위해서는 더 좋은 방향을 늘 찾아야 한다.


나는,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에 아파트를 마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니까 되는데, 더 하면 더 잘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생겼다.

살기 위해서 더 아끼고 끊임 없이 공부해야 한다. 아직 그 미래가 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꼭, 내 삶으로
그 미래를 당겨와야 하니까.


“이만하면 됐다”는 선을 긋고 사는 삶이 주는 편안함은 달콤하다.

하지만 그 편안함이 내게 가져다 준 2년간의 고통을 다시는 느끼고 싶지않다.

오늘 내가 외면하는 현실은 내일 더없이 차갑게 다가온다.


오늘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 것과,
주어진 오늘을 외면하며 비관하는 건 다르다.


내가 바라는 삶을 살기위해 나아가는 방향 중 하나는 분명 투자이고, 요즘 같은 거품이 꺼져가고 금리의 부담이 커져가는 시기에 은근한 온도로 계속 공부를 해야한다고 조용히 다짐한다.

나는 그 방향을 부동산으로 정했다. 갈 길이 멀지만.


겪었던 몇가지 중에서,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남기며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이 다뤘기 때문에,
주변에서 많이 물어본 질문에 대해서만 얘기를 해볼까 한다.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있다. 감히 꿈꾸든 쉽게 포기하든 본인의 선택이다. 그 선택으로 인한 10년 20년뒤의 결과물(현실) 또한 오롯이 본인이 받아들여야 한다.


1. 부동산 가기전에 뭘 알고 가야할까요?

가장 먼저 당신의 가용예산이다. 

보수적인 가용 대출액

현재 사는 집의 보증금(또는 매도시 세금 등을 제한 예산)

전세를 끼고 살 경우 동 단지 및 주변 단지 3군데의 동일 평수 전세 시세(최근 3개월 실거래가 중심)

현금성 자산(예적금 및 잔금까지 정리할 수 있는 주식, 가상화폐 등)


가용 예산을 확인한 뒤, 가고 싶은 동네를 찾아야한다.

(정확히 말해, “살 수 있는 동네”를 찾자.)


이왕이면 이런 조건이면 더 좋다.

최소 500세대 이상의 단지

초등학교가 단지 내 있거나, 인접

입주 10년 전후의 물건(예산에 맞춰 더 오랜 아파트를 살수도 있지만 유지보수, 생활 편의가 제법 부담)

부부중 한명의 회사와 가깝거나

전철역이 가깝거나(온세상이 떠드는 "호재"의 가장 최근 이슈)

규모가 큰 좋은 회사(일자리) 인근은 매가 방어에 최고 무기 중 하나

혐오 기피 시설이 인접했다면 철거 관련 정책이나 발표가 있는지 정도 확인


위 컨디션들을 취사 선택하여 손품*으로 확인하고,

거리뷰 등을 통해 혐오시설이나 도로 환경 정도를 점검하자.

 * N사 부동산, H 어플 등 적극 활용


그 뒤 가능하면 직접 단지를 방문하여 가까운 다른 단지와 걸으면서 비교해보고, 부동산에 방문하자.

인터넷으로 봐둔 매물 몇개를 특정하면 중개인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할 것이다.


부동산에선 더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래 몇가지 정도가 있을 것이다.

전입 가능 시기(주인 임차인 그리고 나의 상황 모두를 맞춰야합)

전세 끼고 살 경우 현재 임차인의 계약체결 시기(계속 살지 말지 등)

단지가 크고 초등학교가 2개일 경우, 어느 초등학교를 선호하고 어느 동에서 가는지

기타 해당 지역의 관련 호재


주의할 점은 '희망고문'에 가까운 정책 전망, 거주자들의 소문은
"그냥 이런 말이 있구나" 정도로 판단하고 넘기기 바란다.
내 집 앞에 전철역이 들어서 천지 개벽하고,
재건축이 뚝딱뚝딱 이뤄지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골리앗을 잡자. 어떤 돌을 쥐었는지, 가죽끈을 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2. 부동산은 왜 전화를 불친절하게 받나요?

당신의 전화가 뜨내기중 하나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 블로그에 올라온 동네면' 당신보다 많은 그룹들이 갑자기 몇 주간 연락을 했을 수 있다.(전국이 들썩이던 당시보단, 확실히 요즘은 많이 뜸하지만)


최근 몇년간 부동산 강사들이 활개를 치고

카페와 블로그에서는 온갖 부동산(특히 아파트) 정보가 넘쳐났다.


손품을 강조하는 강사와 키보드 워리어들은,

‘준 발품(내 표현으로)’을 강조해서 매물을 보고 꼭 부동산에 전화해서 확인하라는 지령(!)을 많이 내렸다. 그래서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전화를 하고, 심지어 스탭에게 최근 거래에 대해 트랙킹해보라는 ‘정보원’ 전술도 왕왕 있었던 터.


이러니 당연히 얼굴도 못본 사람들이

포털 사이트 부동산 섹션의 매물을 보고는,

부동산에 쉽게 전화해서 가격을 물어보고 끊고-

하루에도 그렇게 수도 없는 무의미한 전화가 오고 또 끊긴다.
이러니 부동산과의 통화가 어렵고, 찾아오지 않은 사람에게 매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다.
와서 본 사람도 고민하고, 내 공덕 아파트의 경우처럼 팔기로 한 사람도 고민인데,
 과연 우리의 맹목적인 전화 통화가 의미있을까?


1번에서 얘기한 내용대로,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발품까지 간 다음에 전화 또는 방문을 하자.

그렇게해도 요즘은 충분히 매물이 기다리고 있다.

 * 물론 경우에 따라 급매가 왔다가 사라지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는 예외


직접 가보는 현장은 생각보다 언덕일 수도 있고, 주차장이 좁을 수도 있고, 저녁에 교통체증이 너무 심할 수도 있다. 꼭 현장부터 확인하자.


3. 누수, 누구의 책임인가요?

누수는 정말 골치 아프다. 가장 피곤한 사고다.

어디서 터졌는지, 이유가 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임장을 통해서 발견하기는 불가능하다.

(정 찜찜하면 아랫집에 찾아가서 혹시 누수 피해가 있었는지 물어보는게 유일한 방법)


원인을 찾았다고 해도 어려운 것이,

계약서나 판례를 열심히 찾아서 '매수하고 6개월 내 중대하자 발생 시'의 건으로 묶어서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거나 하는 방법도 "있다고는 하는데"

가장 좋은 건 누수가 없어야 한다. 무조건.


다시 말한다. 누수로 인한 갈등은 정말 피곤하다.

일단 터지는 순간 아랫집에게 미안함을 깔고 들어가야 하고,

잘 설득하며 원인을 찾아야하는데, 우선 몇가지 확인을 하고나면 가능성을 좁힐 수는 있다.


누수 시기가 장마철인가? 외부(샤시, 옥상)으로부터의 크랙 가능성

관리 아파트에 연락하여, 공용부에 대한 누수 문의(우수관 등)

관리사무실의 확인/작업 후에도 누수가 있다면 사설 업체 호출

장마철에는 꼭 완전히 마르고 난 뒤 작업을 하고, 다음 비가 내린 후 누수 확인

공용부에 대한 처리나 범위가 애매하다면, 아파트 관리규약등으로 검토


위의 순서로 쭉 진행을 해보고, 그래도 누수가 있다면 우리 집에서 발생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아랫집의 샷시 등에서도 발생했을 수 있고.. 이런 가능성 때문에 피해 가구에 누수 탐사 업체를

통해 검사를 하라고 요청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내가 왜 해야 하냐고 드러눕는 집이 있다.

같이 누워도 볼만하겠지만 신사답게 해결하려면 우선 내 돈으로 불러서 확인해보고,

원인을 찾으면 돈이든 뭐든 정리하자고 하는게 방법이다.


이것도 정말 말 안듣는 가구들이 있다.

세상에 별난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않나.

그러니까 부동산은 사는 순간부터 쉬운게 하나도 없는 거다.

내 아파트를 파는 그 순간까지.


한번 누수 피해를 겪고 나면 장마철이 올떄마다 '진심으로' 두렵다. 재건축, 리모델링을 원하는 이유는 비단 자산 증식이라는 목적이 아니라, '정말 살기 힘들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4. 공실 위기는 어떻게 대처하나요?

힘차게 오른 보증금(전세가)이 재계약 시즌에 훅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최악의 케이스는, 임차인이 계약 만료를 원하실 때-

대부분 새로운 임차 계약을 맞추면서 보증금을 돌려드리는데,

보증금 돌려드리는 계획은 기본인데 많은 분들이 간과한다. 큰일난다!


계약 만료일은 점차 다가오고 전세 문의도 없고,

문의가 있어도 선뜻 계약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정말 피가 마른다.

임대인이나 현 임차인이나 부동산 중개인이나 모두.


두 손을 간절히 모아 기도하기보다, 정말 간단한 방법이 두가지 있다.


1) 동일한 가격으로 좋은 스펙을 갖추도록, "올 수리"

언젠가 들어가 살 생각이라면, 보증금을 낮추고 임차인을 받는게 낫다.

그래야 내가 들어갈 때 원하는 만큼 수리를 하고 들어가지 않겠는가?


올수리의 기준은 이 정도로 보면 된다.

화장실 : 제일 중요. 타일부터 변기, 샤워부스(또는 욕조) 등 모든 것. 특히 90년대 아파트는 "UBR"이라고 해서 일체형 화장실인데.. 그건 그냥 다 뜯어내고 타일 화장실로 바꾸자. UBR 화장실이 아직 남아있는 아파트 단지라면 화장실만 제대로 고쳐도 바로 나간다(정말이다!)

싱크대 : 싱크대 상하부 가구, 수전

도배, 장판

베란다 : 너무 오래됐으면 바닥 타일은 화장실 타일 업체에 묶어서 같이 교체.

도색 : 앞뒤 베란다는 도색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이 정도는 셀프로 하자. 필요한 경우 방문들도.

전등 및 방문 문걸이, 현관 도어락, 인터폰 등


그리고, 화장실과 더불어 무조건 가치가 오르는 파트는 바로 '샷시'인데..

너무 비싸서 배보다 배꼽일 수 있다. 들어가 살 계획이 아니라면 고민해보자.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은 바로,


2) 동일한 스펙으로 좋은 가격을 갖추도록 보증금을 인하

길게 말할 필요 있겠는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깎아보자.

현재 내놓은 보증금의 10%부터 시작하면 되고,

화끈하게 20%까지 내리면(시세 대비 몇천이 싸야함) 당연히 손님이 붙는다!

경험해 본 바, 효과는 당연히 후자가 압승이다.


물론, 실거주 목적이 없고 임차인을 끼고 매도를 할 계획이라면,보증금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 갭이 크면 내 집을 매수해 줄 매수자의 부담이 큼

그럴 경우엔 보증금 내줄 돈을 마련하여, 공실로 두고
올수리 후 시세에 맞게 다시 전세를 내 임차를 맞추는 것도 방법이다.


까마득하게 길이 멀어보이기도, 그래서 자신감이 없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를 믿고, 더 경험하자. 오늘 나의 노력이 가족의 미래를 가져오니까.


글을 마치며

자랑할만큼 많은 경험은 해보지 못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집을 처음 구매하거나 아니면 처음으로 임차를 줄 때

고민할 수 있는 내용들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봤다.


경험한 만큼 알게 되고,
아는 만큼 다음 수를 준비하게 된다.


맞다. 돈으로 하면 다 된다.
수리도 손품 안팔고 100만원 더 주면 다 해준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했을 때 나에게 남는 것이 뭐가 있겠는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정석대로 타일 한장의 가격, 수전의 가격, 예비 임차인의 요구 등

하난하나 알아가면서 삶에 새겨두자.


앞으로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기에,

기대감과 부담감을 함께 안고 먼 여정을 떠나자.

혼자가 아닌 가족의 손을 잡고. 나를 위해 웃어주는 가족을 위해.


Boy가 아닌 Man의 삶을,
앞으로도 이어가자.

부동산 폭등기 직전, 아파트 매수기회를 놓치고 칠흙같은 어둠을 이겨낸 2년의 이야기, 그 시작은 아래에


https://brunch.co.kr/@alexkidd/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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