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할 수 있다.

엘리트 스포츠에서의 양보와 희생.

by 이현성

엘리트 스포츠에서 경쟁을 한다는 것은 그리고 나아가 이긴다는 것은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을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을 하다 보면 때때로 동료의 승리를 위해서 양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지도자나 주변의 강제 하에 이루어진다면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오롯이 자신이 원해서 하는 양보라면 문제가 커진다.


왜냐하면 나는 양보하고 싶지 않지만 (지고 싶지 않지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은 '나 역시 승리를 원한다.'라는 심리적 전제가 내재되어 있는 반면 동료를 위해서 기꺼이 희생하고 양보하고 싶은 마음은 그만큼 경쟁의 압박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수로서의 자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양보는 강자가 베푸는 것이지 약자가 할 순 없는 일이다. 약자가 강자를 돕는 것은 양보가 아니라 희생이다. 그렇다면 희생은 나쁜 것인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다. 축구 같은 팀스포츠에서 한 선수의 희생은 궁극적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하지만 개인 스포츠에서의 희생은 선수로서의 가치를 낮추는 것이기 때문에 해악이다. 그것이 희생이든 양보든 뭐든 말이다.


물론 인간적으로 동료의 승리를 정말로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양보하기 앞서 자신의 기량이 양보해주어야 하는 선수보다 뛰어난지 아님 부족한지 스스로 판단해 보길 바란다. 실력이 부족한데 자신보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은 배려가 아니라 경쟁회피에 가까우며, 경쟁의 압박과 압력을 견디기 싫기 때문이다.


심지어 기량이 월등한 선수가 경쟁 선수를 돕는 것은 도움을 받는 선수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그 선수는 그 성과가 오직 자기의 실력으로 이룬 것이라고 나중에 가서는 착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 잘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에게 내 승리를 내어주는 것은,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 차는 것과 같다. 기량껏 경쟁하는 것이 진짜 윈윈 전략이다.


1등을 원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다. 인생에서는 오직 나만을 위해 이기심을 내는 것보다 배려하는 마음을 내는 것이 더 어렵고 고귀하지만, 프로 스포츠에서는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극한의 경쟁 속에서 승리를 양보하는 것은 그저 쉬운 길을 택하는 것뿐이다.



Image: www.formula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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