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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Mar 01. 2022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
겁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Cloud Mania]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 겁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https://youtu.be/5nd0uc0rPqE

제목: 혼란과 소용돌이, 촬영 장소: 포르투갈 알가브, 촬영 장비: 삼성 갤럭시 S9


겨울이 오고 있다


HBO에서 방영한 판타지 시리즈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 마디가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였다. '겨울'이란 실제로 추운 겨울이기도 하고, 가혹한 시련을 의미하는 중의적인 상징이다. 드라마 속에서 '겨울이 오고 있다'라는 대사는 '시련이 올 때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 극 중 인물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우리 인생에도 겨울은 온다. 늘 꽃이 피는 봄날이고, 결실이 풍성한 가을이면 좋겠지만, 살아보니 어김없이 겨울은 왔다. 다만, 가혹함과 추위의 정도만 달랐을 뿐.


소용돌이


계절의 순리처럼 예측 가능한 겨울도 있지만, 때로는 태풍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를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때도 있다. 삶의 뿌리를 흔들어 뽑아 버리고, 애써 쌓아 올린 공든 탑을 와르르 무너뜨린다. 호되게 당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지붕도 날아가 버리고, 기둥도 무너지고, 모든 것이 물에 젖어서 쓰레기 더미처럼 쌓여 있다.


운다


그때 그곳에서 우리가 하는 첫 번째 반응은 우는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나 싶어 허망해서 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나름대로 착하게 살았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는지 억울해서 운다. 이것은 내가 어떻게 해서 구입한 것인데, 내가 어떤 노력을 해서 이룬 것인데 이렇게 쓰레기가 되었나 싶어서 안타까워서 운다. 그리고, 이제 어떻게 하나 막막해서 운다.


화가 난다


다음으로 화가 난다. 일기 예보를 조금 일찍 정확하게 해 주었다면 미리 준비할 수 있을 텐데. 몇 년째 시청에 민원으로 방치된 지역 하수구 보수 공사를 진작 진행했다면 이런 침수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것인데. 외부 상황에 대한 분노가 공허해질 때쯤 자신에게 화가 난다. 누군가를 믿고 있었던 내가 순진했지. 미리 챙기지 못한 내가 멍청이지. 당한 내가 바보지.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자책하게 된다.


겁이 난다


삶의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려앉은 잔해 위에서 마냥 울고 앉을 수도 없고, 쓰레기 더미 위에서 고함을 지르고 있다고 해서 변화되는 것은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불쌍해하고 측은해 하지만, '항상 마음만은 함께'할 뿐  직접 와서 같이 치울 사람은 없다. 이 많은 일을 혼자서 어떻게 하지 막막하고 겁이 난다.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은 내가 감당하지만, 외부에서 책임지고 보상을 받아야 할 부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고 겁이 난다. 작은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당장에 끼니는 때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담당 부서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잡아뗀다. 개인인 내가 어떻게 관공서를 상대할 수 있을까 두렵고 겁이 난다.


포기하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그동안의 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해 온 000이지 않은가?" "00아, 힘내자." 자신을 추스르며 하나씩 치워 나가기 시작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하고 나름대로 희망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 이 시기만 견디면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야." 더욱 자신을 격려하고 추스른다.


이때쯤 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줄 알았는데,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하다 보니 몸도 지친다. 이의 신청을 했던 담당 부서에서는 보상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회신을 보냈다. 맥이 빠진다. 이때쯤이면, 해질 무렵에, 치우다만 쓰레기 더미 가운데 앉아서 자신에게 말한다. "00아, 그동안 애썼다." "너도 할 만큼 했다."


나는 다행히 포기하지 않았다


다행히, 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살아남았다.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이 느껴질 때, 지금 포기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현명한 선택이라고 모두들 말할 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는 태풍을 예측하지 못했고, 인생의 소용돌이를 대비하지 못했고, 세상 속에서 현명하게 살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가혹한 태초의 지구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체를 통해서, 피 튀기는 생존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은 나의 선조들을 통해서 나에게 전달된 DNA를 갖고 있었다. 그들이 그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참고, 견디고, 살아남는 생존의 DNA'.


내가 인생의 소용돌이 앞에 다시 설 때


또, 겨울은 오고, 또, 감당하기 힘든 소용돌이가 나의 인생 앞에 있을 것이다. 나는 울지 않을 것이며, 화내지 않을 것이며, 겁내지 않을 것이며,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항상 웃을 것이며, 쓸데없는 감정에 휩싸여 나를 소진하지 않을 것이며, 맞서 싸워야 하는 일에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낼 것이다.


우리, 우리 앞에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울지 말고, 화내지 말고, 겁내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



https://www.youtube.com/channel/UCETF0QpWUjGuNrTQWtosxx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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