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마니아]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의 '대기만성'은 내가 좋아했던 말이었다. 좋아했다기보다는 나에게 위안을 주었던 말이었다. 이루어진 것이 없는 현재 상태에 대한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자기 위로였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것이 없는 이유는, 내가 크게 될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자르고, 깎고, 쪼고, 갈아서(절차탁마) 상아나 옥돌을 다듬어서 귀한 보석을 만들듯이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여, 크고 훌륭한 사람이 돼라(대기만성)는 의미의 '절차탁마 대기만성(切磋琢磨 大器晩成)'이 온전한 구절이다. 하지만, 수천수만 번을 갈고닦아야 한다는 노력의 의미는 소실되고, 큰 그릇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뜻의 '대기만성'만이 '크게 될 사람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의미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합리화해 주면서 우리 곁에 남았다.
"나는 대기만성형인가 봐."
"나의 천재성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
"잠재되어 있는 나의 능력이 언제 터질지 몰라."
"아직 세상이 나를 알아줄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야."
포기할 줄 모르는 한국인의 정신을 가진 나는 오랫동안 대기만성을 포기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는 환갑을 앞둔 아직까지 큰 그릇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아마도 이번 생에는 어려울 것 같은 슬픈 예감만 있을 뿐이다. 기다림이 가져온 또 다른 문제는, 대기만성이 나를 대기(待機)하는 것이 만성(慢性)이 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월을 기다리고,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만성이 되어버린 수동적인 사람 말이다. 큰 그릇이 될 사람이라서 사소하고 쪼잔한 일은 못하는 실천력이 없는 고상한 몽상가가 되어 버린 것이다.
나는 실패한 큰 그릇이다. 정확히는, 큰 그릇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생 동안 믿고 살아온 보통 크기의 그릇이다. 심지어, 보통 크기의 그릇으로 살기도 벅찬 작은 용량의 그릇이다. 솔직히, 남겨진 것이 별로 없는 빈그릇이다.
나는 겁이 많다. 나는 소심하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고민을 길게 한다. 그래서, 고민하고 결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결정하고 난 뒤에도 계획을 길게 세운다. 그래서, 계획을 세운 뒤에도 점검하고 확인한다고 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에서 작심삼일, 용두사미로 사라진 다짐과 계획이 부지기수다.
병적으로 주저하면서도 간혹 시도한 일들이 있다. 다행히, 나는 호기심이 많다. 겁은 많으면서도 궁금한 것은 못 참는다. 무언가로 덮인 것 아래에 징그럽거나 겁나는 것이 들어 있을 것 같은데, 겁나면 열지 않으면 될 것을, 꼭 무서워하면서도 기어이 다가가서 덮인 것을 열어서 확인해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성격이 있다. 안에 징그럽거나 겁나는 것이 있으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면서도. 그나마 내가 실천한 일들은 두려움보다 호기심의 크기가 큰 것 들이었다. 삶이라는 그릇에 몸을 움직여 담고 채워야 할 시간에 나는 주저하고 어쩔까 고민하면서 보냈다. 이 것이 나의 그릇이 비어있는 가장 큰 이유임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내가 만일, 현재까지의 경험과 인식을 갖고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또는, 과거의 나에게 조언해 줄 수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야, 해! 그냥 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해서 실패한 것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많았다. 내가 모든 경우를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실패의 후유증이 상당했으나, 당시에는 죽을 것 같이 힘들었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고, 지나와서 보니 견딜만했다. 그래도, 주저하다가 하지 못한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나는 날개가 자랄 때까지 항상 기다렸다. 여건이 나아질 때까지.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내가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나의 날개가 충분히 자랄 때까지. 환갑을 앞둔 지금까지 나의 날개는 충분하게 자라지 않았다. 슬프게도. 안타깝게도.
당신이 나와 같다면, 나와 같이 신중하고, 나와 같이 용이 주도하고, 나와 같이 철두철미하다면, 그래서, 지금 어떤 일에 주저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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