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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Mar 06. 2022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왜 그래?

[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기도와 눈물 ]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기도와 눈물

https://youtu.be/VfCnmPssQB0

구름 영상 제목:  '평화를 위한 기도와 눈물', 촬영 장소: 포르투갈 알가브, 촬영 장비: 삼성 갤럭시 S9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왜 그래?


아내가 물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게 왜 그래?" 


내가 막 커피를 내려서 입에 대려는 순간이었다. 이 번에 처음으로 산 원두의 맛이 어떤지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생필품을 구입하는 시내 슈퍼 마켓에 진열된 모든 커피 제품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로스팅 전문점에서 구입한 원두를 빼고는 우리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렇다고, 커피 산업의 덫에 걸린 악성 중독자의 과다한 소비 물량을 고급 원두로 모두 채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슈퍼에서 판매하는 원두 중에서 최종 선택된 한 제품을 장기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번에 새로운 상표가 보여서 덜컥 사버린 것이다. 맛이 기대와 달리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난감하다. 맛이 없어서 마시고 싶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다. 그래서, 끝이 날 때까지 억지로 참고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마실 때마다, '원래 하던 대로 하지 괜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라고 후회한다.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시작한 이상 끝을 내야 하는 것을.


영화 친구


혹시나가 역시나로 판명이 났다. 


"그냥 늘 마시던 것으로 구입했어야 했는데, 또 잘못된 시도를 했네. 에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아내의 질문을 떠 올렸다. 


"옛날에는 형님 형님 하면서 잘 따르던 후배가 자기 경쟁 상대인 옆 동네 형에게 붙어서 자기를 왕따 시키려고 하니까, 그렇게 하지 말라고 쥐어 패고 있는 거지." 


다시 커피를 한 모금 홀짝거리며 답을 했다. 


"동네 형은 '니 그라지 마라'라고 몇 번 경고를 했고, 후배는 자기도 많이 컸고 똘마니 짓을 하던 옛날의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옆 동네 형이 자기 뒤를 봐 줄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동네 형이 그 정도까지는 안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느 날 밤에 진짜로 쇠파이프를 들고 후배 집으로 들이닥친 거지."


들고 있던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더 마셔보았다. 


"아, 이번 커피는 아무래도 실패작이네." 


형님은 이제 내 선배도 아입니다


원두 한 봉지를 다 먹으려면 제법 시간이 걸릴 텐데. 개봉한 원두를 다시 물릴 수도 없고 어쩐다. 착잡한 심경을 다스리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동네 형은 쇠파이프를 들고 가면 후배가 겁을 먹고 '형님 살려 주이소'하며 바짝 엎드릴 줄 알았는데, 형님 이럴 줄 몰랐습니더. 이제 형님은 내 선배도 아입니다."


후배가 대들기 시작한 거야. 열 받은 동네 형은 쇠파이프로 일단 팔과 다리를 멍이 들 정도로 때렸어. 후배는 창문을 열고 고함을 쳤어.


'아이고, 동네 사람들아, 사람 죽습미데이.'  


옆 동네 형도 집 앞에 까지 달려왔어. 달려온 옆 동네 형을 보고 얻어맞고 있던 후배가 소리쳤어.


'어서 우리 집에 들어와서 좀 도와 주이소.'


그런데, 옆 동네 형이 주춤거리며 말했어. 


"내가 니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은데, 사실 그 노마 하고 맞붙는 거는 조금 거시기하네. 이해 좀 해주라. 일단, 이거가꼬 그 노마 하고 붙고 있어라. 내가 다른 방법을 한 번 찾아보꺼마."


옆 동네 형은 들고 있던 각목을 후배에게 던져 주었어. 그래서, 후배는 쇠파이프를 점점 강하게 휘두르는 동네 양아치 형에게 각목을 들고 맞서고 있는 거지.


동네 형 가족들


옆 동네 형은 일단 파출소에 신고를 했어.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 소리쳤지.


"자기 말을 안 듣는다꼬 쇠파이프로 사람을 패는 놈이 어디 있슴미꽈? 저리 놔뚜모 사람 죽습미데이."


동네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동네 형을 욕하기 시작했어. 파출소에서는 후배가 얻어맞고 있는 집 담장 너머에 서서 확성기로 동네 형에게 소리쳤어. 


"당장 그 집에서 나오라. 어떤 이유든 폭력 행사는 불법이며 엄정한 법적 조치를 받을 것이다.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당신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조치를 취할 것이다."


후배 집안에 있는 동네 형이 말을 듣지 않자, 파출소에서는 한국전력의 협조를 얻어서 동네 형 집으로 들어가는 전기를 차단하였고, 수자원공사에 연락하여 수도도 차단하였고, 일체의 배달 음식이나 택배가 배송되지 못하도록 차단했어. 동네 형 가족은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놀라고 당황했지. 동네 형에게 현재 자신의 집에 내려진 특단의 제재 조치를 다시 확성기로 알려 주었어. 


"빨리 그만두고 안 나오면 당신 집에 있는 가족들이 더 힘들어진다."


후배 가족들


자고 있는데 갑자기 창문 깨지는 소리에 모두 일어났어. 그리고, 비명 소리가 났어. 모두 잠옷 바람으로 뛰어 나가 보니 후배가 동네 형에게 맞아서 쓰러져 있었어. 누군가 소리쳤어.


'왜 그러느냐? 무슨 이유로 사람을 때리느냐?'


눈이 충혈된 채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동네 형이 가족들을 향해 고함쳤어. 


"당신들도 맞지 않으려면, 다들 아무 소리 하지 말고 찌그러져 있어."


그러고는, 구석에 쓰러져 있는 후배를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렀지. 그때, 후배의 엄마가 달려 나갔어.


"아이고, 살려 주이소."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엄마를 스치며 쓰러졌어. 엄마는 허리를 다쳐서 가족들이 침실로 옮겼고, 나머지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엄마를 보살폈지. 동네 형의 눈을 피해 몸집이 작은 막내는 창문으로 몰래 내 보냈고, 나머지 가족들은 불안해하며 아직도 집 안에 있어.


나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평화를 위해 기도한다


나는 마지막 커피를 홀짝 털어 넣으며 씁쓸하게 영화 친구의 대사를 읊조렸다.


"문제는 '니가 가라 하와이'하면서 동네 형과 후배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는 것이고, '마이 무따 아이가'하면서 언제 정리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야."


나는 영화 친구의 장면을 떠올렸다.


"오늘 띁어 놓은 맛없는 커피 봉지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거지."


창밖을 보고 있다가 돌아서며 말했다.


"그때까지 우크라이나 국민들만 죽어 나겠지. 나쁜 놈들이야." 


아무리 생각을 해도 짜증이 난다.


"에이 C, 커피 맛이 왜 이따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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