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커뮤니티에 간혹 올라오는 질문이다. "'핵사이다'가 무슨 뜻이에요?" "'핵노잼'이 무슨 의미인가요?" 한국인이거나 한국어에 능통한 학습자가 자상하게 설명한다.
'사이다'는 한국에서 잘 알려진 톡 쏘는 '시원한 맛'의 탄산음료이고, 핵은 Nuclear의 한국어 번역인데, 여기서는 '핵폭탄(Nuclear bomb)처럼 위력적이다'는 의미로 쓰입니다. '핵폭탄처럼 시원하게 날리는 말'을 '핵사이다'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핵노잼'은 핵(nuclear/atomic bomb), 노(no), 잼(fun, 재미있다)으로 만들어진 단어로 '정말 재미없다'는 뜻입니다.
요즘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과 일부 국가의 국민들이(일부 국가의 정부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과 의견을 달리하는 나라들도 있어서) 격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이슈가 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다. 방류된 오염수가 초래할 건강과 안전과 관련된 예측 가능하거나, 또는, 예상할 수 없는 영향에 대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 인접 국가에서는 생존과 생업과 관련된 문제라 의사표현이 절실하고 격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유럽 국가들은 '핵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대응은, 아일랜드와 같이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나라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일본의 계획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었다.
더불어, 해당 사안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한 투명성 확보, 엄격한 안전 기준과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방류로 인한 환경 및 건강 위험에 대한 우려와 보다 지속 가능하고 환경 친화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었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되면 향후에 각 유럽 국가별로 대응이 다를 수 있으며, 일부 국가들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일본과 외교적인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은,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과 기관들 사이에서 논의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핵초밥'은 위의 한국어 용례에 따라서 '핵폭탄급으로' '완전히 맛있는' 초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하여 해외 언론에서 'Nuclear Sushi'라고 헤드라인으로 뽑았던 용어이다.
일본의 문화 중에서 서구 사회에 가장 잘 알려져 있고 일상생활에 밀접한 부분이 일본 음식이고, 일본 음식을 대표하는 것이 '스시'다. 스시의 주 재료는 생선과 해조류다. 유럽에서 소비되는 스시용 김의 대부분은 원산지가 일본, 한국, 중국이다. 그러다 보니, 원전 오염수로 발생되는 해양 오염이 자연스럽게 조류를 타고 유럽으로 올 수도 있겠지만, 당장에는 '일본 식재료'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뽑아낸 헤드라인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래서, 여기서 '핵초밥'은 '핵 맛있는 초밥'이 아니라 '핵 위험한 초밥'이라는 뜻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결과와 일본 정부의 안전성 검증과는 별개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여론이 해산물에 대한 전 세계 소비자의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산물 소비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응답자의 30%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해산물 소비를 줄였다고 말했고, 절반 이상은 아시아 해산물이 재해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Eco-Business.com)
아무리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앞세워 이번 오염수 방출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며 환경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하여도 전 세계 소비자들의 불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유럽 사람들이 주식으로 매일 먹어야 하고 대안이 없다면, '당장 굶는 것보다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먹는 것이 났다'라는 합리화의 과정을 거쳐서 어쩔 수 없이 해당 식재료를 소비하겠지만, 아시아 국가에서 수입되는 대부분의 수산물들은 유럽 사람들에게 특별식이나 보조식 정도의 수준이라 쉽게 구매와 소비를 중단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먹을 이유가 없는 식품들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시위드(Seaweed)'로 알려진 '김'이 실제 원산지가 한국이나 중국일지라도 '일식' 식자재라 인식이 있고, 일본의 인근 국가들이라 유럽 사람들에게 일본이나, 한국이나, 중국이나 구별되지 않고 큰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유럽 시장에서 독특한 풍미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국산 조미김'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휩쓸려 같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에 거주하는 주변 한인들만 해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가 되기 시작하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농수산물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엄격한 제조 공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어떤 생산과 선별 과정을 거쳤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으니까 '안전하게 모두 먹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농수산물에 대한 높은 신뢰를 갖고 있었던 유럽 한인들의 태도 변화가 이러한데, 안전에 대한 우려와 조심성이 한국인의 평균보다 200% 정도로 과민하다고 느껴지는 유럽인들의 인식과 태도는 어떻게 변할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하다.
문제의 심각성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로 발생하는 아시아 식품의 위험성에 대한 유럽인들의 인식은 해상 방류에 따라 직접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수산물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농산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동시에, 라면과 같은 공산품 식재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뭐가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안전하게 모두 먹지 않기로'.
세슘137, 스트론튬90, 삼중수소... 이름마저 생소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는 60종 이상의 방사성 핵종(원자 종류)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기준치를 넘지 않는, 낮은 수준의 노출이라도 방사능이 인간 유전자(DNA)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유럽의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세슘-137(Cesium-137), 스트론튬-90(Strontium-90), 코발트-60(Cobalt-60)... 알지 못하는 생소한 방사성 물질들은 세상이 멸망한 뒤에 폐허 위에 때 묻은 천을 얼굴에 두르고 서 있는 영화 주인공을 떠 올리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우리가 일일이 방사성 물질의 허용 기준치가 얼마인지도 모를뿐더러, 설사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가 먹을 모든 수산물에 대해서 정밀하고 높은 수준의 검사가 시행되어 모든 먹거리에 대한 안전을 보장받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소한 방사성 물질들은 무섭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속이고 감추는 국가와 업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예상에 불안하다.
불안하고 무서우면 일단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그래서, 안전하게 모두 먹지 않기로.
한국인 거주자가 많지 않아 한국 슈퍼가 없는 유럽의 소도시에 거주하는 한인들 중에, 중국에서 코로나가 발병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평소에 한국 식재료를 유일하게 구입하여 왔던 중국 슈퍼마켓에 발을 끊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직 유럽에서 코로나가 발병하지도 않았고, 물류 과정상 코로나 훨씬 이전에 유럽 지역에 배송되었을 공산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라는 사람의 심리상태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판단이라도 일단 수용하고 보는 것이다. '뭐 그리 유난을 떠나' 싶겠지만, 실제 당하고 보면 간사한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 안전제일. '무조건'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니까.
한국 정부가 나서서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아무리 홍보를 해도, 전국의 슈퍼마켓에서 일어나고 있는 '천일염 사재기'는 이런 심리상태와 일반 국민들의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하겠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에는, 아시아 국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고 원산지에 대한 명확한 판별이 어려운 유럽 사람들도 '무조건' 조심하고, '무조건' 아시아 원산지의 농수산물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농수산물도 비슷한 취급을 당할 우려가 높다. 인접한 여러 나라가 붙어사는 유럽 사람들의 눈에는 지도를 펼쳐 놓고 보면, 일본과 한국은 딱 붙어 있는 한 동네처럼 보인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기 시작하면 유럽 시장에서 일본산 뿐만 아니라 한국산 농수산물이 입을 피해와 유럽 현지 스시 레스토랑을 비롯한 한식 음식점이 겪을 어려움에 대한 대책은 당분간 핵노답일 것 같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유럽 국가에서 우려를 표명할 것이고, 대중 매체에서 중요한 국제 문제로 비중 있게 보도하고 토론할 것이고,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일본과 인접 국가들의 수산물에 대한 보다 엄격한 수입 규정을 수행하거나 더욱 철저한 검사를 시행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조치는 수출입 비용과 시간을 증가시킬 것이고 신선도와 가격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유럽 정부와 소비자 단체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더욱 엄격한 규정을 요구하거나 소비자들이 일본과 인접 국가의 해산물과 관련된 잠재적인 위험과 안전 조치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인식을 형성하고 아시아 식품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일식이나 한식 레스토랑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본이 쏘아 올린 작은 공이 온 세계를 통통 튀어 다니며 아시아 식품과 요식업 종사자를 괴롭힐 것이다. 당분간은 핵노답이다.
정답은 원전 오염수를 해상으로 방류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계획대로 상당히 긴 세월 동안 그대로 진행할 것 같다.
그렇다면, 유럽 사람들의 인식이 얼마나 일찍 돌아올지 모르지만, 유럽에 거주하는 아시아 식품 종사자들은, 일본이나 아시아에서 수입하던 해산물을 다른 지역에서 고품질의 해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하고, 일본 해산물 사용에 대한 우려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미지 관리와 안전성 강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료의 출처, 제조 과정, 식품 안전 기준 및 인증 등을 강조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안심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유럽 소비자의 기호와 선호도, 식품의 유행,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 등 변화하는 시장 동향을 주시하고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먹고 살기가 참 어렵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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