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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Jun 28. 2023

온 세상이 조용해도
대한민국은 떠들어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유럽의 인식

오로지


오늘 아침 신문 기사를 보고 놀랐다.


이미지 출처: 방류의 안전성을 옹호하는 2023년 6월 28일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분 화면 갈무리


대한민국만 시끄럽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상에 방류하면 바닷물에 희석되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방류 문제를 갖고 시끄럽고 치열하게 논란이 있는 나라는 오직 대한민국 밖에 없다."라고 주장한다. '처리된 오염수는 마셔도 될 정도로 안전한데, 괜히 시끄럽게 하고 불안감을 조성해서 횟집을 비롯한 한국 수산업계만 힘들게 한다'라고 공세를 취한다.


대한민국만 시끄러운 것은 아니었다


유럽 연합은 이미 2021년 4월에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고, 유럽의 각 국가에서도 일본 정부에게 국제기구와의 협력, 투명성, 안전성 보장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지속적인 유려와 조치를 요구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논란이 없다'라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여러 가지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만 이런 논란이 있다'라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가 조용하면 한국도 조용해야 한다?


'다른 나라가 조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조용해야 한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상 방류와 같은 상황에서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물론, 원전 오염수의 해상 방류의 안전성에 대해서 다른 나라에서 논란이 되지 않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렇게 시끄럽냐는 지적일 것이다. 


안전성과 관련된 논란을 종식시키기 어려운 현재 과학의 한계에 대해서는 앞선 글에서 이야기했었다. 


https://brunch.co.kr/@algarve/330

https://brunch.co.kr/@algarve/331


후쿠시마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일본은 외국이다. 한국에서 일본에 가려면 다른 외국으로 가는 똑같은 출국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행시간만 몇 시간 차이 날 뿐 일본도 외국이다. 따라서, 지리적 거리 보다도 심리적 거리로는 제법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는 일본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고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남의 나라 땅이다. 


후쿠시마에 지진이 나고 원전에 문제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우리나라의 일반 국민들은 관심은 없었다. 왜냐하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남의 나라 땅이니까. 다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데, 일본이 그 바다에 나쁜 오염물질을 투기한다니, 오염 물질이 우리 쪽으로 오게 될 것이고, 오염된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것을 상상하면 겁나고 화가 날 뿐이다.


일본은 한국과 한 동네


유럽 사람들이 지도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은 일본과 한 동네다. 유럽 사람들에게는, 일본에서 오염수가 방류되면 한국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과 똑같아 보인다. 지도를 통해서 인식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거리는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두 나라가 그냥 딱 붙어 있다.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은 일본과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한 동네처럼 보인다.


일본과 한국은 동일한 이미지를 공유하게 될 것이다


국제적인 우려와 반대 속에서 일본이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면, 한국도 동일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래서, 세상 모든 나라가 조용해도, '오로지' 대한민국이라도 떠들고 논란을 벌여야 하는 이유다. K-팝이나 K-드라마의 인기 때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긴 해도, 여전히 대부분의 유럽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여전히 나에게 북한인가 남한인가를 조심스럽게 묻고, 일본이 어느 쪽에 가까우냐고 묻는다. 우리에게 대한민국과 일본은 제법 거리가 떨어져 있는 완전히 다른 나라이기는 해도 유럽 사람들에게는 지도 위에 그리는 작은 동그라미 안에 쏙 들어가는 동일한 지역이다.


모르는 먼 나라에 대한 인식 방식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덜 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과 비슷하다. 아프리카 어느 국가에서 내전이 발생하였다고 해도, 아프리카 지역에 특별한 관심을 가졌던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리카의 어디쯤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그 나라의 주변 국가는 어떤 나라들이 있으며, 주변 국가들 간의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래서, 대충 다들 가까이 붙어 있는 어떤 아프리카 국가에서 일어난 일로 여긴다. 그냥, 아프리카에서 일어난 일이다. 남한의 면적보다 300배가 넘는 크기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일어난 사건을.


몇십 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자존심이 상해도 어쩔 수 없지만, 아시아에 대한 지리적 관심은 유럽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관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방류되었다면, 대충 가까이에 붙어 있는 아시아 국가에서 방류된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온 세상이 조용해도 대한민국은 떠들어야


방류해도 바닷물에 희석되어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위험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연안까지 도착하려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고, 오염된 일본산 수산물은 철저히 검사해서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산물이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하면 그냥 넘어갈 일을, 괜히 야단스럽게 떠들어서 오히려 문제가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봐라, 다른 나라는 다들 조용한데, 왜 우리나라만 이리 시끄럽냐?"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냐?"


언제 세상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할까?


후쿠시만 원전 오염수의 방류에 대한 과학적인 논쟁은 현재로서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이전의 글에서 밝힌 바 있다. 반대 측에서 수긍할 과학적인 증거를 서로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 정부와 국민들도 확실한 과학적인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안전하다고 믿고 싶지만 안전한 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다. 


방류가 진행된다면, 유럽 국가와 국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원전 오염수의 영향으로 일본과 인접 국가 한국에 어떤 파급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신뢰할만한 충분한 결과와 시간이 경과될 때까지는 일본과 한국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적절하게 조정해 가며 일본과 한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피해가 발생하는지 상황을 지켜볼 것이다. 최대한 자신들은 일본과 한국의 수산물을 먹지 않으면서.


우려대로 일본과 한국 등의 인접한 국가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때서야'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를 할 것이고, '그때서야' 이미 방류된 오염 물질이 유럽 쪽으로 퍼지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적극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할 것이다. 


세상의 다른 나라가 떠들기 시작하는 '그때'를 기다리면 우리에게 너무 늦다. 온 세상이 조용해도 대한민국은 떠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미지 싸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하여 우리나라가 살아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해상 방류를 막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방류의 안전성을 옹호하는 2023년 6월 28일 어느 신문 기사의 일부분 화면 갈무리


해상 방류가 '가격이 싸서 그렇다'라고 한다. 해상 방류가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우리나라에서 옹호하고 있다. 일본의 관점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본이 돈을 더 쓰고, 덜 안전한 방식이라고 해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해상 방류'는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자기들 돈 아끼고, 자기들 더 안전하게 하려고, 대한민국이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고, 우리가 더 위험해지는 방법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나라는 일본이고 한국이 아니다. 한국은 일본과 다른 나라다."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유럽 사람들에게 일본이나 한국은 동일한 극동 아시아의 이미지 범주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원전 오염 물질'이라는 이미지의 카테고리 안에 대한민국이 들어가지 않도록, 대한민국이 공유하고 있는 해상 방류를 막아야 한다. 일본에게는 미안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와 관련된 이미지를 '일본'이라는 단일 이미지 안에 가두어야 한다. "바다 말고, 육지에서"


바다 말고, 육지에서.

바다 말고, 육지에서.

바다 말고, 육지에서.


"바다 말고, 일본 육상에서 해결해야 한다."라고 동네방네 떠들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원전 오염 물질'이라는 이미지의 쓰나미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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