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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D Sep 10. 2020

내일은 바빴으면 좋겠습니다.

돌려줘 나의 일상, 나의 일

코로나 와중에도 여전히 무사히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 한 번도 재택을 한 적도 없고 코로나든 태풍이든 폭염이든 꾸준히 출근을 해왔다. 코로나 여파로 어떤 직장은 감원을 하고 퇴직 신청을 받기도 한다는데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직까진 그렇다. 


최근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이어지면서 우리 회사에도 타격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프로그램들을 빠르게 온라인으로 바꾸긴 했지만, 온라인으로 채울 수 없는 시스템이 벌써 반년이 넘게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다. 가을에는 정상적으로 오프라인 프로그램이 진행되는가 했는데 안되다 보니 여러 일정들이 틀어졌다. 몇 개의 프로그램은 취소되었고 또 어떤 것은 기약할 수 없는 미래로 미뤄졌다. 


사내 디자이너인 나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지만 지난주부터 코로나의 여파가 서서히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사실 사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많아서 우리 팀은 항상 바쁜 편이다. 동시에 두세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당연하고 때때로 새로운 일들이 끼어 들어왔었다. 한데 일이 끊겼다. 다음 프로그램 일정이 정해지지 않아서 작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 


이런 때일수록, 기운 내서 다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에겐 코로나 블루 증상이 발현되었다. 아침에 두 시간 일찍 출근해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과였는데 카페에 갈 수 없게 됐다. 카페에 가려면 qr코드를 스캔하고, 온도 체크를 하고, 소독제를 손에 발라야 한다. 그러곤 커피 한 잔 달랑 테이크 아웃해서 나오는 것이다. 


카페, 커피 그리고 책(Jan, 2020)


사무실에선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사무실에 일찍 도착할 필요도 없다. 퇴근 후에 갈 수 있는 곳은 오직 집뿐이다. 마트도 안 가고 산책도 하지 않는다. 코로나가 들불처럼 번지고 나서 가장 겁나는 일은 내가 회사의 첫 확진자가 되는 것이다. 나뿐 아니라 출퇴근하는 모든 직장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할수록 나날이 우울해지고 의욕도 떨어졌다. 


업무량이 줄어든 데다 의욕까지 떨어지니 자존감 하락이 따라왔다. 바쁘게 보내고 난 후 느끼는 만족감이나 뿌듯함이 전혀 없다. 그저 '오늘도 또 하루를 무사히 보냈구나' 하는 약간의 안도감과 내가 무쓸모인 존재가 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커다란 한숨뿐이다.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 애꿎은 브런치에 넋두리를 해 본다. 어서 코로나가 떠나고 나의 일상, 나의 일이 정상으로 돌아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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