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에스
학원을 마치고 1호가 집에 왔다.
"어서 와. 1호야. 오늘도 수고 많았어. 오늘 어땠어. 괜찮았어?"
"응. 미술학원 재미있었어. 오늘 저녁 뭐야?"
"오늘 큰아빠가 고기를 보내주셔서, 소고기 구워서 줄게."
"우와 야호 맛있겠다."
신랑은 집에서 굽는 소고기는 이러저러한 본인만의 이유로 잘 먹지 않지만 아이들은 고기라는 말에 소리를 질렀다. 맛있는 소고기를 구워서 오이, 토마토와 함께 냠냠 맛있게 먹었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2호가 묻는다.
"엄마, 나 배고파. 보라색 포도 없어?"
2호는 요즘 포도에 빠졌다.
"응? 방금 밥 먹었는데 배가 고파?"
꼬맹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배고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말 배가 고픈 건지 모르겠다.
"보라색 포도 있어. 줄게."
"웅 씨 빼고 주세요."
34개월 2호는 포도를 좋아하지만 씨를 아직 뱉지 못해서 하나하나 빼줘야 한다. 그래서 보라색 포도는 주지 않았었는데 어린이집에서 포도를 반을 갈라 주시는 사진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해주니 잘 먹었다. 포도를 반을 가르면 씨를 쉽게 뺄 수가 있다. 말이 쉽지 신랑에게 시키니 너무 귀찮아한다. 포도 2송이를 씻어서 아이들에게 주었는데, 둘이 다 먹었다. 2호도 포도를 두 접시 가득 먹고 나서야 배가 부르다고 했다.
저녁을 먹고 잠시 다 같이 책을 보는 게 1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으악. 엄마 배가 너무 아파."
"따듯한 물 먹고 좀 걸어봐."
너무 아픈지 울며 소리를 질러서 맹장이 터진 건가, 장이 꼬인 건가 걱정하며 병원에 가야 하나 싶었다. 1호는 전에도 가스가 잘 차서 배 아파한 적이 많아 오늘도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따듯한 물을 주고 유산균도 주고 배를 문질러 주었다.
한참을 배가 아팠다 나았다 하며 울다 말다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도 왔다 갔다 해도 아무런 소식이 없던 차에 화장실에서 1호가 울며 말했다.
"엄마 설사가 나왔어. 자다가 설사하면 어떡해."
"괜찮아. 설사 때문에 배가 아팠구나. 다 하고 나면 안 아플 거야. 걱정 마. 자다가 설사하는 일은 없을 거야."
복통의 마무리가 설사로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감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던지라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데 너무 힘들었다. 휴.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마무리 되는구나.
갑자기 예전에 친구가 자기 더블에스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설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