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커피

by 글빛아름


뚜껑을 열고 스푼을 들어

하나 둘 둘

커피 프림 설탕

미스 홍 나는 둘 둘 하나

휘휘 저어 손맛 추가


믹스커피는 종이컵에 씹어 먹어야 제맛

아이스는 민정샘이 잘 만들었는데

수정언니는 오전에만 세 잔



내 인생 첫 아메리카노는 이해가 안 갔어

빨래를 볼 때도 그랬고.


처음 드립커피를 내려준 지혜는 프랑스에 있고

그 작은 방에 같이 있는 게 좋아 쓴 커피를 넘겼지

한 살 많은 친구는 먼저 세상을 사는 듯했어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드시고 가세요?

컵에 뜨거운 물을 담아 두고

그라인더에 갈린 커피가루를 받아 탁탁 두 번 치는 쇳소리가 좋다

어깨를 올려 몸을 실어 영혼을 담아 꾸욱 탬퍼를 눌러

가루를 털고 머신에 꽂는다

맛있어져라

속으로 주문을 걸고 버튼을 눌러

25초.

좋아.



그때는 에스프레소를 먹었어 설탕을 넣어서

인생의 쓴맛도 모르면서.

커피의 쓴맛을 알아가며 인생의 쓴맛도 삼켰지

빨래도 이해하고



라떼는 스팀이 중요해

내 하트는 늘 작았어

라떼는 우유야 커피가 아니고



주영이는 늘 헤이즐넛 라떼

온종일 헤이즐넛 향이 나는 날이었어

언니 커피하자는 연락을 기다려


라떼는 바리스타 윤주가 잘하고

윤하는 산미 가득한 커피를 좋아해


너는 먹지도 못하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걸었고

뜨거운 우리의 여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다했지



가장 맛없는 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식은 커피라고 하시던데

우리 사이처럼



아무튼 우리는

커피 어딘가에서 만나겠지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 사이 그쯤이면 좋겠다

날지 못하게.


커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