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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Sep 25. 2023

예약한 줄 알았던 숙소가 없다

밥 값보다 저렴한 숙소에서 하룻밤, 쉐프샤우엔

너희 어디로 가?”

끝이 보이지 않던 버스 여정이 끝나고, 하차와 동시에  청년이 다가와 정신없이 말을 걸었다. 캐리어를 갖고 있어 합승을 하는 줄 알고 홀린 듯이 그에게 행선지를 말했다. 알고 보니 택시 운전사. 정확히는 운전사의 친구였다. 대답을 피해도 끈질기게 말 거는 그 때문에 빠른 속도로 가격 협상을 하고 차를 타러 갔다.


밤인 데다가 버스터미널이 약간 도시 외곽에 위치한 터라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그들을 쫓아가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곳에 밤새 덩그러니 놓여있고 싶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의 차는 수상함 그 자체. 앞 유리창을 제외한 모든 창문이 커튼으로 가려져있었다. 택시라고 적혀있는 차도 니고. 순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탑승한 거 어쩌겠는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급히 커튼부터 걷었다. 사실 이후 다른 걱정을 할 수 없었다. 그가 화려한 언변으로 우리의 혼을  빼놓아서. 클럽을 연상케 하는 시끄러운 노래와 엄청난 텐션의 . 몸을 뒤로 완전히 돌린 채 정신없이 우리에게 본인과 쉐프샤우엔에  이야기를 꺼냈.


모로코인들은 대부분 길을 전화해서 찾는다. 네비게이션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목적지에 전화를  주변 건물들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더라.  누군가가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숙소 주인들은 우리가 도착하면 마중 나와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그런데 마중 나온 주인이 우리의 짐을 옮겨주던 청년을 러 무언가 얘기했다.


"너네 숙소 예약했어?"

분명 예약한 숙소명을 도착 전에 확인하고 구글맵에 직접 검색까지 해봤다. 우리가 확인해 둔 장소에 정확하게 왔다는 걸 봤기에, 당연한 질문에  당황했다. 우린 무엇이 잘못된 지 몰랐고, 그래서 누구보다 당당했다. 그렇게 리셉션까지 함께 갔다.


방이 없다는데?”

리셉션에 도착해 숙소 주인이 재차 확인을 하더니 오늘 남은 방이 없단다. 처음엔 이들의 실수로 오버부킹이   알았다. 우리의 잘못이란 걸 상상도 못 한 채.


"날짜가 내일로 되어있는데?"

우리의 실수인 걸 알게 되자 순간 당황스러웠다. 실수로 허공에 버릴 돈보다  뒤로 잡은 숙소 날짜를 잘못 잡았을까 봐. 도 그렇고 늦은 밤에 당장 머물 숙소가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주변의 다른 숙소를 알아봤.


청년이 잠시 분위기를 살펴보더니 숙소가 없다는  본능적으로  우리에게 갑자기 자기 숙소가 많다며 어필했다. 물론 우리를 안전하게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통역도 줬지, 우리가 얼마나 봤다고 그를 믿을까. 그의 말을 무시하고 도보거리 숙소를 찾고 있었는데, 선택지는 가격이 있는 편인 숙소  하나뿐이었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사진까지 보여주며 강력히 말하는 그를 믿어보기로 하고, 다시 그의 차에 몸을 실었다.


이거 페즈인데?"

"페즈에도 같은 이름이 있어?"

"....... 아, 이름이 다르네!"

급하게 계획해서 온 모로코였던지라, 두 명이 나눠 숙소를 예약해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웠다. 다른 곳으 이동하는 동안  예약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계속 았다. 그러다 우린  다른 진실을 고 멘붕이 왔다. 쉐프샤우엔 숙소인  알았던  숙소는 알고 보니 페즈에 있는 숙소. 자세히 보니 방금 찾아갔던 숙소와 이름 끝 부분이 약간 달랐다. 지도에서 일치하는 검색어가 없어도 잘못 검색했을 경우를 위해 자동으로 유사한 곳으로 검색이 되는데, 이것이 우리에게 편의가 아닌 함정이 되어 돌아왔다. 거기다 낯선 언어다 보니 미묘하게 다른 걸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바꾸어 기억하고, 이걸 찰떡같이 믿고 있었던 것. 그렇게 예약한 적도 없는 숙소에 오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쉐프샤우엔의 숙소는 어디일?  발견으로 혼돈만 가중됐. 메일을 아무리 검색하고, 예약사이트를 뒤져 보아도 예약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예약을 하지 않고 착각했던 것으로 결론을 냈다. 차라리 다행이었다. 예약이 밀린 것도 아니었고, 지금 당장의 숙소만 없는 것이니까. 금전적 손해가 없었단 것만으로 됐다.



거친 운전이 이어지더니 몇 분  어딘가에 도착했다. 이번엔 짐을 날라주던 그가 1층에 짐을 두더니 갑자기 계단을 따라 올라오란다. 캐리어는 밑에 내버려 둔 채로. 루프탑까지 데려간 그는 뜬금없이 야경을 보여주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옥탑방이 우리 방도 아니고, 올라가는 길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추측컨대 숙소 상황이 그의 예상에 빗나갔고, 잠시 시간을 끌기 위해 루프탑 야경이나 먼저 보라며 무작정 데려왔던 것이다. 언어는 알아들을  없지만, 행동과 표정에서 느껴졌다.


"어차피 1박이잖아. 여기 저렴한데 그냥 자면 안 될까?"

심각하게 주인과 대화를 하더니 우리를 다시 1층으로 데려갔다. 그리곤 창고 같은 방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가 사진으로 보여준 괜찮은 방들과는 언뜻 봐도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러면서 그는 쉐프샤우엔의 대부분 숙소는 이미 예약이 다 차서 다른 곳에서 찾기 어려울 거란다. 대충 분위기로 보아하니 우리를 데려오긴 했으니 예비 방을 하나 급히 내어준 듯했다. 1박에 150 디르함. 3명의 밥값이 250 디르함 정도 나왔었으니, 그보다도 한참 저렴한 방이다. 그의 말처럼 선택지도 없어 보이는 데다, 하룻밤이니 수락했.



커다란 가구로 가득 차 있고 사용감이 가득한 부엌. 작지 않은 공간이었지만, 짐을 펼칠 수 없는 참 애매했던 곳. '2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방'이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의 방이다. 1명 당 1 만원 이하의 방은 찾기 힘든 세상인 걸 고려하면, 가성비가 있는 방이라고 해야 할까. (북킹닷컴에 후기가 달랑 두 개뿐인 지도에는 나오지 않고, 어디에도 정보가 거의 나오지 않는 숙소였다. 그나마 있는 후기마저도 주변 숙소에 비해 아주 열악한 곳이다. 공실이었던 게 이해가 될 만큼.)


무엇이 어떻든 문제 해결까지 도와준 그를 만난 게 어찌나 다행이던지. 마지막까지 우리가 의심했던 게 미안해질 만큼 그는 친절했고, 무엇보다도 통역사 역할을 해 준 게 고마웠다. 이 청년이 없었다면 아마 여기서 더 호된 신고식을 치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럴 수 있지.’

여행을 다니면서 얻은 마법의 표현. 언제 어디서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문장이다. 3명이 함께 하지 않았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위험 감수가 상당했던 것도 있지만, 처음 겪은 당황스러운 상황에도 심리적으로 큰 타격 없이 잘 지나갈 수 있었다. 또, 이런 일이 있을 때 받아들이는 정도엔 개인의 성향 따라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한 국가에 대한 인식도 중요하단 걸 알았다. 숙소 예약이 잘못된 것은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이지만, 모로코에선 어찌어찌 흘러가는 여행을 압축적으로 본 느낌정도에 그쳤다. 이 모든 게 그저 흘러가는 여행의 일부 같이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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