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하자'의 진짜 의미를 찾기 위하여
최근에 글 하나를 읽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일단 하자' 정신을 갖고 있더라는 이야기였다.
시작의 무게가 가벼운 사람들이 결국 멀리 간다는 이야기.
그 글을 덮고 나는 한참 동안 묘한 씁쓸함을 느꼈다.
나에게는 언제나 시작의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오르면, 나는 그것을 곧장 실행하기보다
그것이 낳을 수 있는 수백 갈래의 파장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상상한다.
그러다 보면 머릿속 그 아이디어는 순식간에 살이 붙고 덩치가 커져,
무거운 괴물처럼 움직이기도 어려운 존재가 된다.
결국, 나는 위 사진 속 사람처럼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 버린다.
진심으로 궁금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정말 '그냥' 한 걸까?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걸까?
먼저, ‘일단 해보는 것’에 대한 유명한 사례를 떠올려 본다.
스티브 잡스는 이런 말을 남겼다.
“많은 사람들은 위대한 일들을 시작하기 위해 완벽한 계획을 기다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위대한 일들은 그저 시작했기 때문에 완성된다.”
— Walter Isaacson, 『Steve Jobs』(Simon & Schuster, 2011)
잡스의 인생을 보면, 애플이나 픽사 모두 ‘작게 시작한’ 실험들이었다.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호기심과 필요에서 비롯된 아주 작은 시도들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점차 방향을 얻고, 기술과 사람, 운명이 얽히면서 거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비슷하게,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의 저자 에릭 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성공적인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큰 것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시장을 탐색하고, 고객의 반응을 얻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진화한다.”
— Eric Ries, 『The Lean Startup』(Crown Business, 2011)
즉, 그들은 ‘가벼운’ 시도로 일단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이 다시 방향을 잡고, 커다란 항로로 이어졌다.
이쯤에서 나 자신에게 묻는다.
시작을 이렇게 무겁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혹시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은 아닐까?
아니면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이 드러날까 두려운 것은 아닐까?
『나는 매일 아침 단순하게 산다』에서 작가 도미니크 로로는 이렇게 썼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 사람들은 계획을 세우지만, 계획은 오히려 불안을 더 키운다. 행동만이 불안을 진정시킨다.”
— Dominique Loreau, 『L’art de la Simplicité』(2005)
내가 머릿속에서만 시뮬레이션을 무한히 돌리는 동안,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생각만 무겁게 자라나 결국 시작 자체를 가로막는다.
1. 작게 쪼개기 (Micro-starting)
『Atomic Habits』(James Clear, 2018)에서 제임스 클리어는 ‘아주 작은 단위로 시작하라’고 말한다.
예컨대 '책을 쓴다'는 목표 대신, '오늘 딱 5분 동안 한 문단만 써본다'로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브런치에 글쓰기 이다.)
2. 중간 목표 없이 실험하기 (Play Mode)
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내가 연구에서 즐거움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결과를 의식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저 장난처럼 실험하자, 다시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 Richard P. Feynman, 『Surely You’re Joking, Mr. Feynman!』(1985)
결과를 향한 압박 없이, 놀이처럼 해보는 마음이 시작을 훨씬 가볍게 만들어 준다.
(이 또한 지금 내가 하고 있다!)
3. 하루 단위로만 보기 (Day-tight Compartments)
데일 카네기는 『걱정과 피로를 극복하는 법』(1948)에서 “오늘 하루라는 방에 스스로를 가두라”고 말했다.
미래를 향해 끝없이 달리지 말고, 오늘 하루만 잘 해내면 된다는 마음가짐이다.
(만약 내가 진짜 이 글을 '발행'까지 한다면, 오늘 하루는 아침부터(현재 6시50분) 성공하는 거다!)
나는 처음에 시작의 무게가 철학이나 비전 같은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 더 정직하게 들여다보니, 그것은 두려움이었다.
실패할까 두렵고, 어설픈 내 모습이 드러날까 두렵고, 내가 결국 아무것도 아닌 존재일까 두려운 것...
그렇다. 나는 언제나 그 결과를 두려워하면서 시작을 보았다.
그러니 시작이 무거울 수밖에..
이제 나는 이 두려움을 안고서라도 움직이기로 한다.
“위대한 용기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 Ambrose Redmoon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한다면, 당신에게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다.
너무 멀리 보지 말자. 오늘 하루만 해보자.
너무 크게 계획하지 말자. 딱 5분, 딱 한 문장만 적어보자.
그리고 혹시 실패하면, 그래도 좋다. 적어도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앞으로 왔으니까.
나는 이 글을 쓰며 조금 더 가벼워졌다.
당신도 그렇길 바란다.
'일단 하자'는 단순한 주문 같지만, 사실은 두려움을 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고도의 기술이자 용기다.
그러니 우리, 오늘도 서툴게라도
일단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