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내일 저녁 같이 먹을래요?”
강훈 씨는 뜬금없이 왠 저녁.
“아니요.”
“글 씨, 진짜 T네.”
“T 아니거든요. 우리 식당에서도, 다이빙하기 전에도, 자주 같이 밥 먹잖아요.”
“그건 형식적인 거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음식 대접하고 싶어서요.”
“괜찮아요.”
괜히 어색해진 상태로 차에서 내렸다.
밥 한번 먹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띠껍게 거절했을까.
두 달 동안 함께 근무했으니 작은 송별회라고 생각했어도 됐을 텐데, 아~ 모르겠다. 동화 씨랑 전화한 직후라 그랬나보다. 숙소에 도착해 뭔가 찝찝한 마음을 풀고 싶어 거리를 서성였다.
“corner cafe?”
- 띠링.
“Hello. This is corner cafe.”
“어! 사장님!”
“Who are you...?”
“어?”
길모퉁이 카페 사장님과 똑같이 생긴 외모에 깜짝 놀랐다. 사장님도 친근한 내 태도에 당황하신 것 같았다.
(다음 대화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습니다.)
“혹시 한국에 있는 ‘길모퉁이 북카페’ 아세요?”
“아~ 거기 제 동생이 하는 카페예요.”
“정말요? 저 사장님이 길모퉁이 사장님인 줄 알았어요!”
“저희 쌍둥이거든요. 동생을 아는 분이 오셨다니 너무 신기한데요?”
“저도요! 저 지금 소름 돋았어요. 세상에. 메뉴에 핑크 티도 있잖아? 뭐지?”
“저희는 메뉴 논의도 같이하거든요. 글 씨 같은 분들이 외국에서도 한국의 포근함을 느꼈으면 해서요.”
“와…. 이곳을 왜 떠나기 직전에 알았을까요.”
“필요할 때 글씨에게 나타났나 봐요.”
한국에 있는 길모퉁이 사장님과 외모가 똑같아서 그런지 성격도 똑같아 보였다.
그냥 영어 쓰는 사장님 같달까. 의아함을 느낀 채 핑크 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계절 내내 매미만 울 것 같은 뜨거운 날씨라 한국 북카페와는 풍경이 많이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사과나무도 벚나무도 단풍나무도 없지만, 왠지 한국에 온 것 같다. 핑크 티에 동화 씨의 얼굴이 일렁거리다 나에게 윙크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상에. 내가 미쳤나. 이젠 더 숨길 수 없나 보다.
소파 쿠션에 기대어 거리를 바라보는데 온통 동화 씨 세상이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 얼굴이 동화 씨로 보인다.
“후암~”
쿠션이 너무 포근해 카페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낯선 세부에서 급하게 적응하고 쉬지 않고 일하느라 노곤했나 보다.
“글 씨, 이것 좀 드셔보세요. 코코아랑 레몬 케이크예요.”
“네…? 그런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어요?”
“너무 피곤해서 깜박하셨죠?”
사장님은 본인의 명찰을 가리키셨다.
“아…! 내 정신 좀 봐. 명찰도 안 떼고 왔네요.”
“디저트는 제 동생 단골손님께 특별히 드리는 겁니다! 아까 연락해 보니까 엄청 반가워하더라고요. 따뜻하고 달달한 코코아, 말 안 해도 그 맛 아시죠?”
“하하… 사장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잠에서 깨기 전과 후가 똑같다. 또 동화 씨 세상이다. 서비스로 주신 게 레몬 케이크라니.
동화 씨는 연애의 고수가 틀림없다. 내가 레몬만 보면 본인을 생각하게 만들지 않았나.
코코아의 향기를 맡으며 다시 쿠션에 몸을 기대 본다. 편안하다.
또 잠들면 안 되니 레몬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상큼했다.
동화 = 상큼, 유의어네.
아휴 진짜.
얼른 한국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