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라 Feb 10. 2022

캐나다에서 배우가 된 사정

어렸을 적 알게 된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 

부캐의 전성시대이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국민 MC 외에도 다양한 이름의 부캐로 활동했었다.

유재석 같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이제는 SNS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누구나 다양한 부캐를 만들며 자신 안에 있는 여러 페르소나를 발견하고 있다.


물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각자 자신만의 사회적 페르소나가 있을 것이다. 집에서의 나, 학교에서의 나, 직장에서의 나,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 

상황, 환경, 사람마다 자신 안의 또 다른 나를 꺼내 보여주게 된다. 


캐나다에서 나는 배우였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나는 정말로 연극반에 들어가 배우로 활동했었고, 나머지 하나는 캐나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다른 나의 페르소나를 꺼내 연기를 했다는 의미이다. 


이때부터 나는 해외에 가게 되면 파워 집순이, 내향인, 소심 등의 모습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릴 때가 있다. 

밖 순이, 외향인, 적극적 등 전혀 반대의 성향이 나도 모르는 사이 튀어나오게 된다.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나의 생존 본능 덕분이거나 

아니면 발현되지 않았던 또 다른 나의 본성을 일수도 있겠지.



이러한 사회적 페르소나를 발견하게 된 계기는 캐나다 학교 적응하기 위한 나의 예기치 않은 노력이었다. 


마냥 좋을 것 같았던 외국의 학교 생활은 첫날부터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해외 유학을 결심했는지 모를 정도로 나는 영어실력도 부족했고, 친화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당연히 외국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나름 희망적이었었다. 

캐나다에 가기 전 읽었던 유학생들의 성공 에세이와 오빠가 캐나다 학교에서 유일한 동양인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실제 이야기 등을 통해서 나 또한 그러한 학교 생활을 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보츠포드는 이미 한국인 이민자와 유학생들이 넘쳐나는 도시였고,

평범한 한국 학생이었던 나는 그들의 특별한 관심 대상이 되지 못했다.

또한 나는 이미 한 학기가 진행된 후에 입학했기 때문에 한국 학교와 마찬가지로 암묵적인 친구 그룹이 이미 존재한 이후였다.


특히, 한국과는 다르게 한 반에서 수업을 하는 개념이 아니라 

대학처럼 자신이 수강한 Class를 듣기 위해서 반을 매 번 옮겨 다니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그룹에 들어가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러나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우선 당면한 과제는 바로 영어였다.

영어가 전혀 들리지 않으니 수업 자체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매일 숙제가 있었기 때문에 방과 후에는 사전을 뒤져가면서 숙제를 하기 바빴다. 

그러나 이 덕택에 나의 페르소나, 부캐를 발견하게 되었다.


캐나다에서 처음 발견한 나의 페르소나는 '공붓벌레'였다.

한국에서 사실 나는 공부에 꽤 불성실했던 학생 중 하나였다. 공부보다는 노는 게 재밌었고, 유학을 바랐던 이유 중 하나가 수능을 보기 싫어서 일정도로 공부에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수업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질문에 답도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답답함과 창피함은 

나도 몰랐던 공부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그 결과, 한국에서 받지 못한 우수한 성적을 오히려 말도 통하지 않던 캐나다에서 받게 되었다.


또한, 공부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학기 초반, 이미 만들어진 친구 무리에 적응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나는 의외의 곳에서 돌파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수학'이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해외에서 한국인을 포함 동양인에 대한 흔한 스테레오 타입 중 하나는

바로 '동양인은 수학을 잘한다'이다. 그리고 그 편견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사실이었다.


나는 한국에서는 '수포자'였다.

그러나, 어느새 캐나다의 수학 수업에서 나는 친구들의 멘토가 되어있었다. 

한국 수학의 경우 캐나다에서 배우는 진도보다 훨씬 앞서있었기 때문에 

이미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배운 나는 당연히 그들보다 잘할 수밖에 없었던 것! 


특히, 일찍부터 구구단을 외우고 계산기 없이 계산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곳에서 온 나는 쉬운 계산도 계산기를 사용하는 이들 앞에서는 나름 대단한 존재처럼 보였던 것 같다.

어느샌가  나에게 수학 천재, 수학 선생님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졌었고 

수업 시간 중간중간 친구들에게 선생님 대신 문제를 가르쳐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과 교류하고 친밀도를 쌓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첫 번째 페르소나를 통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하게 된다. 




이전 02화 중학교 졸업장 없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사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