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보이스『당신의 아이는 잘못이 없다』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자매라 할지라도 부모의 개별적 양육태도, 유전적 기질, 환경적 요인에 따라 저마다 다른 양상으로 성장하고 발달한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끝없이 형제자매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세계적인 아동 발달 학자이자 소아과 의사였던 토머스 보이스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의 아이는 잘못이 없다』(2020, 시공사)에서 ‘스트레스 반응성’에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두 가지 유형의 아이들을 소개하고 있다.
하나는 ‘난초’ 유형이고, 또 하나는 ‘민들레’ 유형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난초’ 유형은 외부 자극이나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유형이고, ‘민들레’ 유형은 비교적 무덤덤하게 자극을 받아들이는 유형이다.
동일한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스트레스 강도를 1로 받아들이는 아이와 10으로 받아들이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보이스 박사는 측정값의 상위 15~20%에 해당하는 고민감성 아이를 ‘난초’ 아이, 평균적 또는 낮은 반응성을 보인 다수의 아이를 ‘민들레’ 아이로 명명하고, 두 유형의 아이가 어떤 건강, 발달상의 차이를 보이는지 추적 조사한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난초 유형의 아이들은 외부 환경에 반응하는 특유의 ‘민감성’ 때문에 환경이 부정적이건 긍정적이건 그 영향을 더 많이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반면 민들레 유형의 아이들은 어디에서나 꿋꿋하게 잘 자라는 유형이다 보니, 부모나 교사는 민들레 유형의 아이를 칭찬하고 주목하기 쉽고, 난초 유형의 아이에 대해서는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자주 야단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부드럽고 온정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할 대상은 난초 유형의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이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나 교사의 역할이다. 난초 유형 아이들은 따뜻하고 다정한 환경만 보장된다면 민들레 아이들보다 더 창의적이고 섬세하게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이다.
보이스 박사에 따르면 예민하고 소심한 아이는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잔병치레를 자주 할 수 있고, 나아가 우울증 위험도 훨씬 높다고 한다. 당신의 자녀는 '난초'인가? '민들레'인가? 혹시 '난초' 유형이라면 부모의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아이의 '스트레스 반응성' 지수가 높을 수 있음을 이해하고, 더 많이 안아주고, 등 토닥여주고, 격려와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아이의 타고난 기질은 아이 탓이 아니다. 민감성 기질을 타고난 것은 아이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니 기질이 '고민감성' 난초 유형이라면 사춘기가 오기 전에, 혹은 벌써 왔더라도, 부모는 아이의 자상한 부모,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춘기를 무사히 잘 보낼 수 있다.
“반응성이 낮은 민들레 아이들은 부모가 자상하거나 별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별 차이 없이 평균적이고 직선적인 사춘기 발달 궤도를 그렸다. 반면 반응성이 높은 난초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 사춘기 변화가 극적으로 가속화되었고, 부모가 매우 자상한 경우에는 사춘기의 시작이 12.5세까지 늦춰졌다.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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