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단조로워졌다. 반복되고 지루한 하루를 잘 견뎌보라며 엄마가 화분 몇 개를 가져다주었다. 본가 집에 있을 때에는 겨우 죽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던 나뭇잎들이 우리 집으로 이사를 온 후부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무서운 적응력으로 무성하게 확장 중이다.
날이 지날수록 변하는 싱그러운 초록색 색감은 물론이거니와 눈뜨고 일어나서 보면 봉오리가 피어있고 또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꽃이 피어있는 모습은 매일을 새롭게 만들어준다. 몰래 초고속 카메라를 설치해볼까?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사이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이렇게 쑥쑥 큰 건지 궁금해 안달이 난다.
화분 중에는 아주 오래전에 선물 받은 고무나무가 있는데 몇 년 동안 이파리가 세 개였던 것이 네 개, 다섯 개로 늘어나더니 이제는 세는 것이 무의미해질 만큼 풍성해졌다. 화분이 몸짓에 비해 작아 보여 두 번의 화분갈이를 해주었는데 몸살을 앓지도 않고 기개가 장군 같다. 어찌나 대견한지 사진을 찍어 고이 남겨 놓았다.
자랑을 하고 싶어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빨리 사진 봐봐, 자고 일어났는데 꽃이 피었어! 어떻게 하나의 씨가 싹을 틔우고 이렇게 무성하게 자랄 수 있지? 신기하기? 신기하지?"
"씨가 나무가 되는 게 뭐가 신기하냐? 나는 씨가 사람이 되는 게 더 신기하다!"
엄마는 별일도 아닌 거 가지고 호들갑을 떤다며 물 너무 많이 줘서 죽이지나 말라며 전화를 끊었다.
'맞네... 그게 진짜 신기한 거네...'
얼마나 많은 물을 주고 밥을 먹이고 햇빛을 쐬게 만들어야 했을까? 바람이 너무 세지는 않나, 온도는 잘 맞나, 머리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잘 자라야 한다며 되뇐 시간들이 모여 내가 사람이 되었네?
'진짜 진짜 신기하네...'
물을 줄 때마다 화분들에게 더 다정해야겠다. 예쁘다. 예쁘다. 아프면 안 돼. 건강해야 해. 창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공기와 햇살을 선물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