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그저 바쁘게 지나가는 일상이다. 외로움을 자각할 시간도 없고 굳이 외로움이라고 명명되는 일종의 행위들에 대해서 무던해진지도 오래다. 혼자 밥을 먹는 것, 드라이브를 가는 것, 여행을 하고 산책을 하는 것쯤이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막상 혼자서 하는데 무리도 없을뿐더러 이게 그렇게 외로울 일이야? 감정의 요동은 미미하다. 아플 때에는 누군가가 있어도 아프고 없어도 아프다. 옆에서 위로하는 괜찮냐는 말이 고맙게는 느껴지겠지만 실제의 통증을 줄여줄 수는 없다.
서향으로 창이 난 집에 살기 시작하면서 해가 넘어가고 있음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지글지글한 한낮의 태양이 서서히 황혼으로 바뀌면서 이후 저녁이 내려앉는다. 가로등은 잠시 동안 켜지지 않고 순간 세상은 캄캄하다.
창문을 열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하나둘씩 켜지는 가로등을 바라본다. 코끝에는 이 집 저 집에서 시킨 저녁의 잔향이 진동한다. "이 집은 치킨을 시켰구나, "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 건가?" 하루 일과를 마친 이들의 어떠한 일상을, 그리고 그들이 먹을 저녁에 대해 생각한다.
이때가 가장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