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22
어떤 질문을 진지하게 묻고 또 물으면 답이 나온다. 그런데 내 경험에서 볼 때 답은 그 고유의 수수께끼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나타나며, 종종 변장을 하고 오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바라지 않거나 썩 내키지 않을 때 불쑥 다가오기도 하고. 준비되지 않았거나, 원치 않거나, 적어도 처음에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p.16.
느지막이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니 누군가의 재미있는 트윗 알림이 떠 있다. '부처님 좋다 매번 적당한 때 오시는 것 같아' 엄청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한 트윗이었다. 덕분에 하하, 웃으면서 일어났다. 한참 전에 사두고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던 이 책을 읽기에 적당한 날이군. 아침, 점심, 저녁을 챙겨 먹고 설거지와 빨래와 수수와 보리와 빗소리와의 사이에 책을 읽었다. 그리고 밤 열한 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 막 끝냈다.
"그리고 만약 당신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다거나 화가 났다면, 그 이유를 찾으려고 세상을 바라볼 것입니다. 심지어 완벽하지 않은 자신에게 화를 내고 있을 때에도 말입니다." p.232. (괜히 뜨끔하다, 그러고 있는 것 같다, 싸잡아 말하면 '뭐 눈엔 뭐만 보이는 것'이겠지) "왜 이렇게 화를 내지요?" "나도 모르겠어요." p.198. (어쩌면 이렇게 화가 날까, 왜 이렇게 화가 나지요?) "확장. 이 말이 맞습니까? 여러분의 배움도 확장될 것입니다. 아니면 증진. 어쩌면 증진이 더 적절한 표현이겠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하지 않는 사람보다 여러분이 더 나은 사람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대신 배움을 확장하게 되면 여러분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겁니다.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 그것은 매우 귀중한 것이니까요. 여러분은 이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겁니다." p.144. (시간!!!)
종교에 대해 누가 묻는다면 글쎄, 뭐라고 답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고 엄마는 절에 다니고 삼촌 중에는 목사님이 계시고 작은 고모는 성당에 다니고 나는요, 무교인가. 훨씬 똑똑했던 것 같은(아마 그럴지도) 중학생 때는 스님이 되어야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 한때 출가했다가 속세로 돌아온(!) 남자와 연애한 적도 있네. 지금은 소설의 주인공 오토 링글링과 비슷한 것 같다. 그냥 평범한 사람. 미국의 중산층 백인 기혼 남자와 한국의 중산층(?) 아시아인(?) - 이런 구분은 일단 넘어가고 - 미혼 여자라는 '사소한' 차이가 있지만. 영적인 문제, 믿음에 관한 부분 - '내면 항해'든 뭐든 그걸 뭐라고 부르든지 간에 - 에 있어서는 별다를 바 없을 것이다. 엄청 똑똑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보도 아닌(며칠 전 읽은 <죽는 게 뭐라고>의 사노 요코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쾌하고, 때론 약간 재치도 있고, 예의 바르고, 사려 깊고, 그렇다고 특별히 신앙심이 깊지도 않은 p.12.' 사람.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도 문득 '왜?'하고 묻게 되는 것이다. 끊임없는 질문, 질문들.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그들은 저 길이 아닌 이 길로 갑니다. 그렇게 한 번 선택하고, 또 한 번 선택하면서 그들은 집으로 돌아오는 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p.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