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

2018-06-01

by a little deer
그 사람은, 네 슬픈 사람은 드리나 강을 빼고는 어떤 것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고, 그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바라볼 때에만 웃을 수 있었어. 너에게 할아버지는 없었단다, 알렉산다르. 그저 슬픈 사람이 있었을 뿐이야. p.25.


So sad I can't say that I'm sad


밴드 혁오의 새 앨범이 나왔길래 자기 전에 들어보다가 저 가사를 보고 - 그냥 들어서는 뭐라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 이 책을 떠올렸다. 'Gang Gang Schiele'라는 곡의 가사다. '너에게 할아버지는 없었어, 알렉산다르. 그저 슬픔에 빠진 한 사람만 있었지. p.22.' 그저 슬픔에 빠진 한 사람. 네 슬픈 사람. 슬픔.


이 책에서 좋아하는 부분이 몇 개 있다. 라픽 할아버지와의 놀이. - 라픽 할아버지가 무엇을 가리키면 나는 그것의 이름과 색깔, 그리고 그것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말했다. 할아버지가 당신의 주머니칼을 가리키면 나는 말했다. 칼, 회색, 기관차. 할아버지가 참새를 가리키면 나는 말했다. 새, 회색, 기관차. 라픽 할아버지가 창밖의 밤하늘을 가리켰을 때에는 꿈들, 회색, 기관차라고 말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시며 이렇게 말하셨다. 쇳덩이처럼 푹 자거라. p.20. - 자두와 입맞춤. - 나중에 총이 없는 잔치를 그리게 될 내가 있다. 내게 다가오는 나타샤가 있고, 나타샤의 꽃무늬 드레스가 있고, 발바닥이 더러운 나타샤의 발이 있고, 증조할아버지 노래 속의 에미나처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나타샤의 머리가 있다. 뽀뽀를 찾아 헤매는 나타샤가 있고, 나타샤는 '나의 영웅, 나의 영웅'하고 나를 부르며 '뽀뽀해줄게 이리와! 뽀뽀해줄게 이리와!'하고 눈을 꼭 감고 말한다. 세계기록을 세울 만큼 달콤한 나타샤의 입맞춤의 윙윙거림, 그 한복판에 앉아 있는 내가 있다. 나타샤의 입맞춤은 작은 파리 떼처럼 내 머리 주위를 맴돌고, 입맞춤의 그 자줏빛 달콤함은 내 이마에, 뺨에, 뺨에, 이마에. p.71-72. - 그리고 전화와 자동응답기. -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특별할 게 없는 사람입니다. 제 이야기도 특별할 게 없고요. 안녕하세요. 저는 전부 다 늦었습니다. 특별해지기에는 너무 늦었지요. 저는 제 인생 이야기에 너무 늦게 당도했어요. p.301. - 그리고...


또 '콤마퀸'을 읽다가 이번에는 하이픈, 아니 대시 챕터에서 에밀리 디킨슨을 만났고, 그녀가 온갖 종이 자투리에 연필로 메모한 것을 모아 출간한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책의 제목은 <보잘것없는 멋진 것들 The Gorgeous Nothings>. 검색해봤다. 갖고 싶다. 쓸모없이 아름다운 것. 슬프기는 마찬가지인가.


001XT390BQ9.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스포츠와 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