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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 or review Jun 28. 2024

또 '참사'다

2024년 6월 넷째 주

출처 : 경기소방재난본부

24일(월) 오전 10시 30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리튬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아니, 화마였습니다. 월요일 근무시간 회사 2층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0여 명이 고립됐고, 단 1명도 살아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이건 참사였습니다. 가로-세로 채 50cm도 안 되는 배터리 포장하는 작업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시작이었습니다. CCTV 영상에 따르면, 불이 난 지 15초 만에 연기가 작업장을 뒤엎었습니다. 납품 일정이 몰려 평소보다 많은 인원이 근무했고, 배터리가 무려 3만 5천여 개가 보관돼 있었다고 합니다. 불이 여기에서 저기로, 다시 멀리, 더 멀리 옮겨 붙었습니다.


리튬 배터리는 소화기로 불을 끌 수 없는 소재입니다. 애꿎은 소화기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요. 리튬 배터리는 모래 등으로 덮거나 물을 아주 넉넉히 뿌려 불을 꺼야 합니다.


게다가 리튬은 염소 가스를 발생시킵니다. 물과 염소가 만나면 독성 물질인 염화수소, 이산화황을 만듭니다. 유독가스 질식사 위험이 매우 커지게 됩니다.


무참히 주저앉은 사람들이 몇 명이나 생기고 나서야 화재 진압이 끝났습니다.


한국인 2명, 외국인 20명(중국 18명, 라오스 1명, 국적 미상 1명)이 화마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렇게나 무정하게 시작한 '무거운 월요일'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참사는 도대체 언제까지


2022년 11월 2일 이태원역 앞

참사는 언제까지 반복되는 걸까요. 우리 삶에서 사라져야 하는 단어 하나만 꼽으라면 바로 이 참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사(慘事)

비참하고 끔찍한 일


참혹할 참 혹은 우울해질 조()에 일 사(事). 우리는 흔히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참사라고 말합니다. 


이때 참(慘)은 ‘잔혹하다’나 ‘비참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입니다. (마음 심)과 (참여할 참)이 결합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參은 사람 머리 위로 별을 그려 넣은 형상으로 ‘참여하다’나 ‘관여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즉 주위에서 쏘아붙이는 '불필요한 관여'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뜻인 겁니다.



참사를 더 비참하게 만드는 사람들


이번 참사에 벌써부터 수많은 사람이 관여하며 비참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20240625 뉴스1發) <"외국인인데 무슨 상관"…'아리셀 화재' 외국인 사망자 혐오 댓글 난무>에 따르면, "중국인이 죽어서 와닿지 않는다"라거나 "90%가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외국인인데 무슨 상관이냐"는 등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론 속에서 열불이 납니다)


물론 과거의 참사에서도 불청객은 있었습니다. 특히 2022년 '10.29 이태원 참사' 직후에도 볼썽사나운 불청객은 여전했고요.


(20221209 국민일보發) <참사 직후 댓글 58%가 ‘혐오’…대선·코로나 때보다 심했다>

158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직후 온라인 포털에 게재된 관련 기사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로 분석됐다. 참사 관련 기사 댓글 속 혐오의 비중은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했던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전체 기사 속 댓글에서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초유의 비극적 재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에서 농도 짙은 혐오 감정이 포착된 것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또한 다르지 않았습니다. 


(20240416 MBC發) <[알고보니] 세월호 가짜뉴스와 혐오의 10년‥사실은?>

세월호 참사 피해학생들은 '대입특례'라는 표현이 가장 큰 상처가 됐다고 지목했습니다. "피해학생들이 대입특례를 요구했다"거나, "단원고 재학생 모두에게 특례 혜택이 주어졌다", "4년 전액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는 등의 소문이 퍼지면서 "공정하지 않다",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진 겁니다. (중략) '빨갱이'와 '종북'이라는 이념적 낙인도 피해자와 유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혔습니다.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이 세월호를 이용해 정부를 쓰러뜨리려 한다는 음모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음모론의 주요 발상지가 정부기관이었던 사실이 이후에 드러났습니다.


10년이 지나서야 확인된 진실은, '남들의 지나친 관여가 더 깊은 참사의 나락으로 이끌었다'는 점입니다. 음모론과 소문, 가짜뉴스 등은 참사를 더 참()하게 만들었죠.



Bye Bye 불청객들



출처 : 뉴스1

그러니, 이제는, 이런 불청객을 배웅했으면 합니다. 잘못된 언행을 바로잡고, 그런 몰가치한 것들을 귀담아듣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번 <화성 화재 참사> 또한 '사망자가 외국인'이라서 경시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직업의 귀천이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사람 목숨의 무겟값은 서로 다르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또다시 참사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아니, 참사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쓰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예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당연한 교과서적인 얘기를 글로 써야 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번 화마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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