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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량바라기 Apr 09. 2024

대파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표현물이라고?

선거잡설 4 풍자와 해학이 두려운 정부

선거일이 다가오자 곳곳에서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대파와 디올백은 물론이요, 파란 숫자 ‘1’과 조국혁신당의 기호 숫자 ‘9’마저도 그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파’자만 들어가도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떠올리고, 1과 9만 들어가도 정권심판을 연상합니다. ‘이천 혹은 2,000’이 등장하면 설마 천공을 의심하기도 합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총선과 이어져 현재의 권력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MBC가 복면가왕 9주년을 맞아 방송일을 선거일 다음 주로 연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숫자 9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부터 할까요.


딱한 것은 앞선 잡설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에 대응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입니다. 사람들이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들어간다고 하자 선관위는 대파가 정치적 의도가 있는 표현물이라며 반입을 금지했습니다. 그냥 그러던가 하면 될 것을 금지함으로써 일을 더욱 크게 만들었습니다.


이수정 후보가 대파격파를 외치며 오히려 대파를 선거 한 가운데로 끌어들였듯이,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대파 총선으로 만들었습니다. 유머를 다큐로 받음으로써 온갖 패러디를 가능케 했습니다. 대파가 안 되면 국민들은 쪽파, 양파를 들 것이며, 한 알에 1만원 하는 사과를 들고 갈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위원장은 그럼 투표장에 위조 표창장이나 법카를 들고 가면 되냐고 나름 미러링을 했지만 이 역시도 헛수고일 뿐입니다. 풍자와 해학은 현재의 권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재명과 조국은 그 대상이 될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검찰은 그 법카와 위조 표창장으로 실제 사람들을 구속하고 기소했기 때문입니다. 대파와 디올백은 풍자의 소재이지만, 법카와 위조 표창장은 검찰의 날카로운 칼날입니다.


사실 이번 대파 파동과 관련된 정부여당의 당황해하는 모습은 이미 정권 초에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22년 10월 고교생이 그린 ‘윤석열차’ 풍자에도 발끈했던 그들은, 쥐와 닭 그림에 진심이었던 MB, 박근혜 정부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할수록 그 정부는 풍자와 해학을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정권에 대한 풍자는 계속될 것입니다. 정권 초 무지막지한 검찰의 횡포 때문에 주눅 들어 있던 국민들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웃음으로 공포를 극복하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MB정부 당시 ‘나꼼수’가 그 물꼬를 텄듯(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22262),이번에는 대파가 벌거벗은 임금님의 진실을 외치고 있는 중입니다.


한 번 무너진 둑은 걷잡을 수 없는 법입니다.


#대파총선 #정권심판 #선거잡설 #이희동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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