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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이상 Nov 01. 2020

Ⅰ. 패션 스타일 이미지 ; 이미지로서 패션

패션은 영화 혹은 드라마가 지향하는 메시지를 스타일로 표현해 관객 혹은 시청자들에게 구체화된 이미지로 전달한다. 배우를 통해 이미지로 전환된 패션은 작품 속 갈등 전개 과정에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충분히 설명되지는 않은 캐릭터들의 심리 변화는 물론 살아온 과거까지 짐작게 하는 흔적과 행적이 되기도 한다.  


     

이미지로서 패션       


미디어 전문가이자 문화 비평가 마셜 맥클루언은 그의 저서 ‘미디어의 이해 ; 인간의 확장’에서 자기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나르키소스(Narcissus) 신화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이미지가 타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흥미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아름다운 얼굴이 자신인지 채 인식하지 못한 채 깊은 사랑에 빠져 결국 그 모습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죽었다는 그리스 신화다. 그러나 맥클루언은 자기와 사랑에 빠졌다는 신화적 결론이 아닌 물에 비친 이미지가 자기 자신이 이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을 죽음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결국, 나르키소스는 자신이 아닌 타인이라고 믿은 그 누군가를 사랑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나르키소스(Narcissus)는 마비를 의미하는 나르코시스(Narcosis)에서 유래한 것으로, 모든 기술이 지닌 수용자를 최면 상태에 빠지게 하는 전형적인 마비 효과에 굴복했다고 설명했다.     

 

맥클루언의 이미지에 관한 해석은 각기 다른 작품에 동일한 배우가 등장해도 관객 혹은 시청자가 작품 속 캐릭터에 빠져드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팬들이 음주운전, 마약으로 논란을 일으킨 스타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은 이유도 이미지가 불러일으키는 ‘마비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문화연구학자 그레엄 터너는 그의 저서 ‘셀러브리티 ; 우리 시대 셀럽의 탄생과 소멸에 관하여’에서 배우가 배우 자체가 아닌 만들어진 인격인 영화 속 배역으로 평가받고 사랑받는 현상을 받는다는 드 코르도바(De Cordova)의 견해를 제시했다.      


“배우의 인격(페르소나)은 영화에서 배역을 연기한 결과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많은 영화를 통해 재현된 배역의 결과였다. 인격은 어려 영화에 출연한 배우의 다채로운 모습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그런데 영화 속 배역을 표현한 산물이지만 일단 인격이 형성되면 그 기반이 된 환상은 영화 밖에서도 유지된다.” (드 코르도바 1990, 86)        



영화 '위대한 개츠비'(외부 사진 ;  2013년/ 내부 사진 ;  1976년)


맥클루언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셔츠 컬렉션을 예로 들어 영화에서 패션이 이미지로 전환돼 극 중 캐릭터가 관객과 소통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데이지는 개츠비의 훌륭한 셔츠 컬렉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울음을 터트린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훌륭한’ 셔츠 컬렉션이다. 맥클루언은 ‘훌륭한’ 셔츠 컬렉션을 데이지와 개츠비가 살고 있는 ‘번지르르한’ 세계에 비유했다.  

    

“데이지와 개츠비가 살고 있는 번지르르한 세계는 힘에 의해 더럽혀져 있으나, 그 세계를 꿈꿀 때만큼은 순수하게 목가적인 것이다. 영화는 메커니즘에 대한 최고의 표현일 뿐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생산물로써 가장 ‘마술적인 소비재’ 상품, 이른바 꿈을 제공한다.”   

    

맥클루언이 제시한 ‘이미지’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효과를 그레엄 터너는 드 코르도바가 제시한 ‘인격’ ‘환상’이라는 키워드로 좀 더 흥미롭게 전개했다.      


“연기자의 실제 삶에 관한 묘사는 영화에서 이미 표현된 삶을 연장한데 지나지 않았다. 여기서 작동한 환상은 (잡지 광고에서 묘사된) 연기자의 자연적 인격이 화면에서 재현된 인격보다 앞서 존재하며 재현된 인격의 원인이라는 환상이었다.” ((De Cordova 1990 87-88)      


여기서 언급한 ‘영화에서 이미 표현된 삶’은 관객이 허구와 현실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재구성된 이미지다. 


패션이 일상에서 취향을 드러내고 사회적 자아를 표현하는 도구의 기능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작품 속에서 극 중 캐릭터에 빠져들게 한다. 이처럼 패션은 이미지로 전환돼 사건의 개연성과 밀도를 높이는 필요충분조건이 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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