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금지 명령으로 잃어버린 근육
원래 리더가 되면 참 힘들다.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내가 놓치는 부분이 나오고, 잘하면 당연하고 무언가 실수하면 아주 나쁜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이 한 사람에게 몰린다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조직은 그래서는 안된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리더 한 사람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전문가가 결정해야 한다. 조직의 최종 수장은 전문가들이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다.
그런데, 이번 방역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모두 금지하고 봉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바이러스가 사람을 죽이기 전에 배고파서 죽는 것이 더 빨라진다. 궁지에 몰린 사람은 어떤 일이든 하는 법이다. 차라리 각 업종별로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살 길) 마련해 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예를 들어 운동시설은 식당보다 훨씬 안전하다. 논리적으로 마스크를 벗고 음식물을 섭취하는 곳과,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하는 곳 중 어느 곳이 더 안전할까? 특히 1:1 위주의 트레이닝을 하는 곳이라면?
하지만, 정부는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없다. 경황이 없어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당하는 사람은 생계가 걸린 문제이다. 6주 만에 운동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제한적이지만 다시 운동시설에 나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행복하다. 하지만, 그간 약 70%의 근육이 다 소멸되었다. 3년간 열심히 만든 근육이 6주 만에 거의 사라진 것이다...
그간 홈트레이닝으로 최소한의 노력은 했지만, 전문 기구를 활용하는 운동과 결과는 무척 다르다.
오래간만에 운동을 하니 너무 힘들다. 근육도 사라져서 그런지 예전과 같은 무게를 들 수 없다. 넓은 시설에 1:1 혹은 아주 소규모로 운영하던 곳까지 가리지 않고 6주간 폐쇄 명령을 내린 정부가 다시 원망스럽다. 나는 유저 입장으로 원망스러웠지만, 넓은 시설의 임대료를 6주간 내고, 직원 월급까지 내야 했던 관장의 마음은 어땠을까? 나도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지...
옛말에 나랏님도 가난은 긍휼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임금도 어쩌다 한두 명의 거지를 구제할 수 있겠지만, 나라 전체의 거지를 구할 수 없단 뜻이다. 시스템이 움직여야 한다. 시스템을 움직이는 전문가는 좀 더 신중히 고민하고 자신의 실수 혹은 자신이 고민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멀쩡한 중산층이 홈리스가 되는 비극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항상 마음에 품어야 한다.
과연 본인들도 1,000만 원 이상 임대료를 내며 문을 닫고 방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을지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란 말이다. 뭐든 막는 건 쉽다. 하지만, 막는 건 늘 임시 해결책이다. 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방역을 해야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하며 영업을 할 수 있을지 업종별 솔루션을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조금만 더 참아라." "이번 주가 고비다." "2주만 지켜보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있는 사람에게 2주는 긴 시간이 아니겠으나, 당장 무너지고 있는 자영업자에게 2주는 영겁의 시간이다.
갑자기 운동을 하며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6주간 어려운 시기를 견뎌준 PT 센터가 고맙고, 또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상황이 무척 고마웠다. 70% 손실된 근육. 그래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