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매력
사진은 순간을 기록하는 매체이기도 하지만, 장시간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매체이기도 하다. 나는 둘 다 좋아하지만, 인물사진의 경우에는 후자에 조금 더 관심이 많다. 시간의 흐름에 대한 재미를 인지한 건 아들 덕분이다. 사실 내가 상업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어쩌면 아들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0년 전에는 아이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성장 앨범이 유행이었다. 심지어 산후조리원에서 패키지 상품으로 조리원을 이용하면, 향후 몇 년간 일 년에 한번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찍은 사진이 소위 떡보정을 한 결과로 자연스러움과 거리가 먼 사진이었다. 그래서 이들보다는 잘 찍어보자는 욕심이 내 사진 연습을 부추긴 것이다.
나의 첫 일반인 모델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이지양 덕분에 다양한 환경에서 낯선 사람을 기록하는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 뒤로 몇 년이 흘렀을까?
아마 대학 졸업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몇 년의 시간이 그대로 사진에 담겼다. 사람도 바뀌고 분위기도 바뀌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찍는 사람도 바뀌었다. 물론, 나는 사람 관계도 일회성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은 오래 만날수록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랜 시간의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더욱 즐겁다!
또 다른 모델이다. 첫 만남에 어색함이 가득할 때 담은 사진이다.
일 년 이상 시간이 흐른 뒤, 의뢰인 회사의 제품 촬영 때 기록한 사진 중 하나이다.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일 년이지만, 사람도 변했고, 사진 속 분위기도 변했다.
최근까지 같이 작업하고 있는 단비 모델이다. 처음 만남부터 어색함은 없었다. 사람 자체가 워낙 밝아서 그런지 잘 웃고 편안한 촬영이 되었다. 하지만, 일 년 몇 개월 뒤 담은 사진에는 다른 느낌의 사람이 있다.
물론 여전히 밝게 웃는 사람이지만, 분위기는 살짝 바뀌었다. 그간 삶에 고민과 함께 사람도 조금 성장했으리라. 그만큼 성숙미가 사진에서 보인다.
사진 덕분에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영상보다 더욱 상상력을 자극하는 도구가 아닐까 싶다. 몇 년 전 사진과 최근 사진 2장만 있으면 사진 속 주인공의 삶이 보인다. 그리고 더 나아가 같은 사람이 사진을 찍었다면 사진 찍는 사람의 시선 변화도 읽을 수 있다. 이보다 재미난 소설이 있을까?
문득 한 가지 욕심이 생겼다. 더욱 많은 소설을 읽어 보고 싶다. 내가 찍고 내가 상상하는 소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