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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없던 누나의 연락

20251229

by 오튼




오전에 은행 볼 일 때문에 창구에 앉아 상담을 받고 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뭐 인증번호가 왔나 확인했더니 모르는 번호로부터의 전화였다.


일단 폰을 뒤집어 놓고 창구 업무를 마친 다음 은행 밖에 나와 폰을 확인했다. 그 번호로 7개월 전 부재중 기록이 있었다. 혹시 내가 받아야 하는 연락인가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금방 전화를 받길래 여보세요 말을 걸었다. 어떤 여자가 밝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그쪽은 내 번호가 있는데 내가 번호를 지운 경우인가 싶어서 허둥대고 있으니 다행히 여자가, 아니 누나가 얼른 자기 이름을 말하며 자기를 기억하냐고 했다. 금방 기억이 났다.


누나는 내 이름과 동명이인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한테 전화를 걸려다가 실수로 나한테 걸었다고 했다.

나는 7개월 전에 전화 온 기록이 있어서 다시 걸었고,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누나 목소리 들으니 반갑다고 했다.


누나도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내 목소리가 하나도 안 변했다고 했다.


누나는 예전 같이 속해 있던 모임의 단톡방에 내가 없는 것 같다며 자기가 초대해 줘도 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단톡방이 그리 활발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나는 괜찮다고, 그냥 이렇게 소식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다고 답했다.


누나는 나한테 잘 지내냐 무슨 일하냐 물었고 나는 잘 지내고 있고 지금은 쉬고 있다고 답했다.


나는 누나한테 잘 지내냐까지만 물었고 무슨 일하냐고는 묻지 않았다. 누나는 잘 지낸다고 답했다.


나는 다시 누나 목소리 들으니 반갑고 안부 전하니까 너무 좋다는 말을 반복했다.

누나도 자기도 너무 반갑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서로 새해 복을 기원하며 다음에 또 연락하자며 전화를 마쳤다.


끊고 나서는 이제 이런 생각이 나는 것이다.


누나가 혹시 결혼하나? 결혼을 예전에 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재혼인가?

내가 아는 그 누나는 보험 종교 쪽은 아니니 떠오르는 건 그쪽 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는 그 시절 누나와 같이 속해 있던 모임의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으니 누나가 나한테 왜 전화했는지 알 수 없다.


점심을 먹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아까 한참 전의 그 통화가 떠오르며 마음 안에서 몹시 걸리적거리기 시작했다. 그 누나랑 나빴던 거 하나도 없었는데.


아까 누나가 단톡방 초대해 줄까 물어볼 때도 거절만 할 게 아니라, 그래도 물어봐 줘서 고맙다고 했어야 했다.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였다.


그렇다고 다시 전화하고 싶진 않아서 내가 미안해한다는 걸 누나는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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