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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Nov 03. 2019

몸의 힘이 절실하다

내가 비싼 PT를 받는 이유

살빼기는 운동과 식이요법이 필수다. 운동은 왜 하는가? 나는 살빼려고 한다. 물론 근육을 탄탄히 해서 다리가 안 아프고 몸의 균형을 잡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지만 그것도 일단 몸의 무게가 줄어야 가능하다. 운동과 식이요법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다. 기본 방법만 알면 누구나 어디서나 할 수 있다. 그런데 거액의 돈을 내고 개인지도 PT까지 받는 이유는 무엇이며 매일 먹는 사진을 SNS에까지 올리며 요란을 떠는 건 무슨 이유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경우에는 의지력 부족이다. 하기 싫은 운동을 평소에 꾸준히 하거나 먹고 싶은 것을 절제할 수 있었다면 살이 찌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남들이 게으른 사람으로 보거나 자기관리가 안된 사람이라고 하면 "내가 살찌는 데 뭐 보태준 거 있어?"하며 발끈했다. 물론 살이 쪘다는 기준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고 오히려 통통하게 살이 찐 것을 귀엽거나 푸근하다고 좋다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내 경우는 의지력 부족으로 살찐 거 맞다. 그리고 자기관리가 부족했던 것도 맞다.

나는 지금까지 정신과 육체에서 정신의 가치를 지나치게 숭상하고 육체는 그 아래 위치로 뒀었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늘 '통통하다'거나 '등치가 크다'거나 하는 소리를 들었고 얼굴은 못 생겼다고 '모과'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웠으니 그런 인식이 생긴 건 당연했다. 그래도 나는 젊은 시절 살을 빼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그런 목표를 용납하지 않았고 운동이나 등산처럼 활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몸은 에너지가 넘치고 아픈 곳도 없었다. '보기보다 유연하다'는 말 듣는 걸 좋아했다.

중년이 되면서 다리에 이상이 왔다. 무거운 몸무게를 지탱하고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고 마라톤을 도전한답시고 잠시도 쉬지않던 다리였다.그래도 결국은 하프마라톤은 성공하고, 무거운 베낭 메고 스페인 까미노길 800km중 600km를 걷기도 했다. 그러니 무릎 관절이 베겨낼 수가 있었겠는가? 퇴행성으로 얇아져 있던 무릎연골이 어느날 북한산 등산로를 오르던중 찢어져 악!하고 주저앉았다. 그런후 의사로부터 '등산금지'처방을 받았다.

이때부터 내 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무릎통증으로 운동은 어려우니 먹는 걸 절제하는 것에 힘을 기울였다. 별나게 다이어트 식단을 적용하지는 않고 그저 양을 조금 적게 먹는 정도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게 해서 비만 상태까지 찐 살이 빠지진 않는다. 결국은 다리를 절룩거리며 다니게 된 연후에야 PT센터를 찾았다.

PT를 시작하고 4개월 반이 되었다. 센터에서 만들어준 식단표를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 난생 처음 닭가슴살 제품을 박스로 주문해놓고 먹고, 베란다에는 고구마가 두박스나 쌓여있다. 아직까지는 즐겁게 하고 있는데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대인관계상 식사자리나 회식이 없을 수 없어 가끔 일탈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매일 삼시세끼 먹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코치의 통제를 기꺼이 받는다. 괴롭다고 생각하면 끝이 없겠지만 나는 다이어트를 소꿉장난하듯이 한다. 카톡으로 코치에게 매번 보내는게 번거로워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는데 거기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도 있어 신기해하고 있다. 코치는 가끔 댓글을 단다.

인스타그램 화면

몸이 자유롭다는 것의 소중함을 아픈 엄마와 함께 살며 실감하고 있다.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데 뇌신경세포가 죽어가면서 신체의 움직임이 조금씩 느려지고 약을 먹지 않으면 꼼짝도 못하는 증상이다. 현재는 왼쪽 다리에 증상이 와서 혼자 걷지 못하고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엄마를 부축하며 나는 내 몸의 균형과 힘의 변화를 이제 잘 느끼게 되었다. 퇴행성으로 약해진 뼈는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운동을 해서 약해진 뼈를 단단히 둘러싸는 수밖에. 지난번에는 엄마가 몸이 쏠려 넘어지는데 내가 버티지 못하고 같이 쓰러지기도 했다. 아직 간병하기에 힘이 많이 부족하다. 긴급하게 잡거나 몸을 지지해 드려야할 때 또는 바닥에서 들어 일으켜야 할 때 나는 근육의 힘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조금은 지그재그로 물러날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고 예전의 살찐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은 많이 낮아졌다. 내가 몸의 힘이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도 소꿉장난같은 식단을 차리고 코치에게 잔소리를 들어가며 내가 살빼기에 열중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나는 목표를 이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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