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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n 30. 2019

주말의 소소한 일상

엄마를 토요일도 노치원에 보냈다. 주말까지 보내고 나니 마음이 안좋다. 마치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 학원 뺑뺑이 돌리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할 일이 있어 집중하려고 8시간을 확보했다.

엄마가  계시는 동안에는 밤이든 낮이든 집중이 안된다. 엄마는 책도 질투를 하신다. 내가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금방 다녀온 화장실을 또 가신다고 하고 일으켜 달라고 한다. 아들이나 남편이 있으면 돌봄에는 도움이 되는데, 이들 도우미들 삼시 세끼 밥해 먹이느라 부엌에 왔다 갔다 하다보면 결국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시간  다 지나간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주말에 일거리를 만들거나 약속 잡는 걸 피한다. 그냥 가볍게 책이나 읽고 집안일을 하면 마음이 느긋하고 엄마가 집에 있으니 미안함도 덜해서 좋다. 그런데 이번 주는 도우미할 가족이 없고 나도 일거리가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엄마가 안가겠다고 안하고 가시니 고마울 따름이다.

주말에는 다섯시반이면 퇴원한다. 부리나케 양배추를 찌고 저녁준비를 한다. 6시가 넘어 도착한 엄마는 이미 저녁을 드셨단다. 좋아하는 양배추쌈은 내일로 미룰 수밖에.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으니 아쉽다. 양배추쌈은 갓 쪄서 따끈따끈할 때 먹으면 맛있는데.

샤워를 깨끗이 하고 시원한 잠옷으로 갈아입으니 기분이 좋으시다. 이어서 나도 샤워를 하고 나오니 웬일인가 엄마가 혼자서 어거지로 옷을 갈아입고 계신다. 다 저녁에 어디가시려고 그러시는지? 귀를 대고 들으니 "미장원에 머리 자르러!" 하신다. 미장원 문닫을 시간이 가까운 것 같아 내일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다. 현관문으로 내닫는다. 하는수 없이 손님이 있는지 보고 오겠다고 나갔다. 한번 행차가 어려운데 가서 못하고 오면 낭패다. 후다닥 뛰어갔더니 원장님이 막 문 닫으려고 정리중이시다. 그런데 얼굴을 보니 완전 지쳐서 쓰러질 표정이다. 하는 수 없이 내일 오겠다고 하고 돌아왔다. 못 가게된 엄마는 찜찜한 표정이다. 이해는 간다. 우리도 머리 한 번 하려고 마음 먹으면 한시도 참기 어려운데 엄마도 그렇겠지. 아마도 파마손님에 대해서 커트 한 번은 공짜로 해주는 단골 개나리 미용실  전통을 들어, 지난 번에 이 집에서 파마했으니 커트값 안 내도 된다고 생각할텐데 이 미용실은 처음 이용하는거라서 전통을 모르겠다. 내일 서로 불편한 순간이 있겠지 싶다.

참외를 하나 깎아드시고 드디어 하루 일과가 끝났다. 침대에 누워 TV를 잠깐 보시더니 조용한 걸 보니 이제 주무시려나 보다 하는 순간 '땅땅땅'신호가 울린다. 그렇지! 화장실 한 번 다녀오셔야 2시간이라도 편히 잠들지. 초저녁에 주무시면 4번, 좀 늦게 주무시면 보통 3번 부른다. 나의 수면 패턴도 이제 엄마 화장실 가는 신호에 적응하는 듯하다. 한 번 두드리면 바로 깨는 걸 보면 두드릴 시간쯤에 뇌가 이미 깨서 기다리는 듯하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주말의 밤이 이렇게 마무리 된다. 이제 스탠드를 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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