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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Jul 22. 2019

노후건강 미션

죽어도 가기싫던 치과를 갔다. 얼마전부터 잇몸에서 피가 났기 때문이다. 미루고 미루다 지난 주중에 잠깐 짬이 나서 이빨 전체를 검사하고 치료견적을 받았다. 스케일링부터 충치난 이빨 떼우기, 잇몸치료까지, 보험적용 안되는 금값까지 포함해서 상당한 재정출혈이다. 무엇보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동안 치과를 가야한다는 것이 문제다. 토요일 한낮을 바쳐야 한 판이다. 결국 게으름의 댓가를 치루게 되었다.

의식주 중에서 뭐니 뭐니해도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먹는 것의 기초작업을 하는 이빨이다보니 옛사람들이 이를 오복중 하나로 꼽았을테다. 나이들면서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데 그중 건강이 젤 중요하다고들 한다. 나도 다리가 시원치 못해 체중감량이다 운동이다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이빨은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하다. 내 손으로 음식을 떠서 자연치아로 꼭꼭 씹어 튼튼한 위장으로 소화시켜 시원하게 소장,대장으로 배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엄마를 보며 절감하고 있다.

엄마는 충치는 있지만 다행히 잇몸은 성해서 아직 자신의 이빨로 음식을 드신다. 이것만도 감사하다. 이제 점점 손이 떨리면 음식을 입으로 가져가지도 못하겠지. 거기다 이빨까지 없으면 어쩔뻔 했는가? 대장암 수술을 받긴 했지만 아직은 위장도 성하고 소화 잘 시키니 가끔의 변비야 감수할만한 시련이다. 아침 저녁으로 어설프긴 하지만 스스로 이빨을 닦으시고 세수도 하시니 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엄마의 체질을 꼭 물려받은 나에게 엄마는 반면교사이다. 최우선 과제가 체중조절임을 알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기 어렵다. PT까지 받으며 운동을 하면서도 모임자리에서 막걸리, 맥주 한 잔씩 한다. 아예 술은 입에 못댄다고 냉수만 먹는 사람들도 있더구만. 분위기에 따라 무우 자르듯 싹둑 잘라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다보면 한잔이 두잔되고, 고기도 한점 두점 먹으면 도루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노후 건강관리는 자동차로 치면 60년 쓴 몸 부속 갈아 끼우고, 오일교환하고 타이어 떼우는 일과 같은 일이다. 모두 정비하고 새로운 삶의 출발점에 선다. 그 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속도로 가는 길이다. 어떤 의사가 '이빨이 망가지는 것은 몸의 나이에 따라 먹거리를 조정하라는 뜻'이라고 했단다. 나이 들어 몸의 기능이 떨어지면 그에 맞게 무른 음식을 먹고 천천히 살살 움직이라는 뜻이다.

치과 가서 이빨 정비하고, 무릎 보호위해 근육강화하고, 뼈에 부담가지 않게 살 빼고, 이것이 지금 나의 노후건강 미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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