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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경숙 Sep 03. 2019

과정이 행복이다

여행 다음날 무릎이 아프고 종아리에 알이 땡땡하게 배겼다. 이거 이러다 무릎 아픈 게 도지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그동안 운동 좀 했다고 무리한 건 아닐까? 이런 우려를 안고 종일 사무실에서 짬짬이 스트레칭을 했다. 출근하니 시간을 다투는 일들이 두어가지 있고 월례간부회의 후 오찬도 예정되어 있다.  참가하고 있는 커뮤니티 '긱워크 연구소'의 정기모임이 있는 날인데 시간여유가 되지 않는다.

퇴직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신중년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이다보니 현직으로서 참여에 약간의 장애가 있다. 그래도 연차휴가를 써가며 나갈 정도로 중요한 모임이 되었다. 책읽고, 글쓰고, 강의하는  긱워커의 삶도 꿈꾸게 되었고, 책도 한 권 썼다. 현직에서 일하면서도 가능하면 기고문, 제도강의 등을 통해 많이 시도해볼 계획이다. 마침 조직에서도 제도 강의나 홍보가 기관장의 주요업무이다보니 일석이조다. 올해는 서른 개 관내 주민자치회 전체에 대한 교육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은 이 모든 일을 잘 해내기위한 기초체력과 건강관리에 애쓰고 있다. 엄마를 돌보기 위해서도  체력이 필요하다. 첫째 과제인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와 개인 PT를 받으며 건강한 몸 만들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두달째 오복의 하나라는 치아 치료를 하고 있다. 충치 치료와 잇몸치료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치과를 간다.위,아래, 좌,우로 나누어 꼼꼼하게 비싼 금을 이빨에 박고 있다. 잇몸치료 한 날은 욱씬거리고 입도 합죽이가되어 음식도 제대로 못 먹는다. 그래도 임플란트까지 안 간 게 어딘가? 10월까지 종합검진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체형을 만든 다음에 결과를 보고 싶어 최대한 뒤로 미뤄놓고 있다.

퇴근 후 어그적거리는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가 PT센터로 갔다. 무릎 아픈데 운동해도 되냐고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코치는 그건 아픈 게 아니라 며 'pt30개!'를 가차없이 외친다. 뭐 코치가 괜찮다니 믿어야지뭐. 몸은 좀 무거웠지만 평소대로 운동을 했다. 종아리를 풀어주러 폼롤러를 대고 문지르는데 창피할 정도로 '으악~~'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좀 풀어주니 나았다. 50분 운동을 하고 드디어 체중계에 올라섰다. 3일 동안 먹어치운 제주의 맛있는 음식의 댓가를 받아야 할 순간이다. 체중계에 올라선 나는 깜짝 놀랐다. 체중이 지난 주와 같다. 이럴수가! 열심히 먹었는데 몸무게가 그대로라니. 3일동안 하루 이만보에 육박하게 걷고, 오름도  올라갔더니 먹은 게 다 소모되었나보다. 몸은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다. 더 좋은 건 운동을 하고 나니 무릎이 덜 아프다는 것이다.

은퇴후 삶을 위한 준비라고 하지만 사실은 지금 행복한 것이 더 중요하다. 뭔가를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주는  즐거움이 일을 마치고 난 결과보다 어찌보면 더 소중하다. 결과를 누리는 건 잠깐이지만 과정은 계속되는 것이니까.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다. 인생을 살면서 얻은 재물과 명예가 작다고 실망하고 '이생망'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이 놓치는 것은 성공과 실패를 만들어나가는 그 시간의 소중함이다. 그 시간 자체가 행복인줄도 모르고 신기루같은 성공의 탑을 찾다가 죽는 사람이 많다.

오늘 하루를 꽉 채운 나의 시간들이 바로 나의 행복임을 아는 하루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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