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로망을 품고 살아야 산다
나는 서울 아파트에서 태어나
주택에서는 살아본 적이 없다.
어릴 적 외할머니집이 경기도 광주라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시골(?)이라고 표현하는
전원주택에서 지내본 적은 그때의 기억이 다다.
아이가 태어나고 회사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에
살아야 하는 이유 때문에 항상 번잡한 도시에 살아야 했다.
편리하고 모든 게 좋았지만 마음 한 편은 불편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속에는 어릴 적 뛰어놀던 외할머니의 전원주택이 들어와 있었다.
그렇게 나에겐
이 생겼다.
이후에 기회가 될 때마다
혹은 좋은 매물이 나올 때마다
아내에게도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난 최신식 아파트가 좋아.
정 그렇게 원한다면
아이가 대학 가면
생각해 보자”
난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전원주택에 살면
얘는
여자애고
얌전해서
안 시끄럽고
안 뛰어
아니야.
뛸 거야.
뛸 텐데…
주말에 시간이 될 때마다
서울근교 타운하우스, 전원주택을 보러 다녔다.
직접보고 하니 아내의 마음도 조금은 열린 거 같다.
하지만 결국엔 철통 같은 방어로 뚫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타운하우스/전원주택이 많이 있는 지역에
아파트 1층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발코니에서는 푸른 조경을 원 없이 볼 수 있었고,
아이는 원 없이 뛰어놀 수 있었다.
1층의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았다.
이렇게 전원주택의 로망이 작아지나 싶었는데..
우리만 조심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
윗집에서는 배려가 없다.
전원주택에 살면
답답하고 차가운
시멘트 아파트보다는
개방감 있고 따듯한
전원주택에서 사는 게
아이의 정서에도 좋을 거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거야~
당신 벌레 싫어하잖아.
전원주택에 살면 벌레 엄청 들어와.
어떻게 할 거야.
…
군대에서도 훈련이나 내무반생활이 힘든 게 아니라
벌레 때문에 힘들어했던 나를 되돌아본다..
캠핑을 한다는 이유로 온갖 장비에
차까지 캠핑룩으로 루프텐트, 어닝, 히치캐리어…
집안에는 온갖 캠핑장비로 한가득이다.
하지만 정작 한 번도 못 갔다.
캠핑차 타고 리조트 놀러 가는 가족이다.
아이가 벌레가 싫어서 캠핑을 안 간다는 것이다.
엄마가 싫어서 아이에게 생각을 주입시킨 거 같다.
아이를 팔아서
이루려고 했던 전원주택은
그렇게 로망으로만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아파트가 있을 리 없다.
자연스럽게 전원주택에서의 삶을 하게 되었다.
잔디 깎는 것도 재밌(었)다.
그리고,
원하던 나만의 개러지가 생겼지만,
기쁨도 잠시 딸아이의 롤러스케이트장이 되었다.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아내도 아이도 모두 큰 불편 없이 지내는 것을 보아
한국으로 가면 다시 시도해 볼 만하다.
나는 전원주택의 모든 게 만족스럽다.
관리도 잘할 자신이 있다.
벌레와 함께 사는 것도 좋.... 노력할 거다
젊은 시절 남자의 로망이라고 생각했던
오토바이 타고 세계여행을 이루었고,
지금은 전원주택에 살아보는 로망을 경험하고 있다.
남자라면 로망이 있을 텐데
그 로망은 이루지 못할 큰 로망을 품고 살아야
가까워질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하는
긍정적 선순환 사고를 할 수 있을듯하다.
내가 노력해서 혹은 본의 아니게 로망을 이루게
되면 성취감과 허무함이 함께 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제는 못 이룰 로망을 품고 싶은데
처한 이 시점엔 그냥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사실 젊은 시절 꿈꿔온 로망을 이루었기 때문에
그 기억들이 지금 이렇게 가족에게 희생(?)하며
참고 인내하며 살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이루어보지 못했다면,
아직도 가슴속에는 언젠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
하지 못하는 여러 이유들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은 뭘 크게 해보고 싶다는
보다는
하루하루 밝은 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해하는
이 더 만족스럽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