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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나 Apr 21. 2021

<주택살이 꿈나무> 집을 팔았다.

집을 팔아버렸다.

우리는 정말 평범한 갓 서른 된 부부다.
결혼을 일찍 해서 아이 3살, 5살 아들들이 있었고 이 나이 또래 평범한 부모들의 로망에 맞춰 분양받은 신축 아파트에 거주 중이었다.
아파트 생활은 만족스러웠다. 

흔히들 말하는 ‘초품아(초등학교 품은 아파트)’였고, 초품아의 명성에 걸맞게 멋진 산책로와 놀이터, 물놀이터, 유아를 위한 실내 놀이터까지 아주 완벽했다.
 
문제는 우리였다. 우리는 공동주택에서 살기에는 에너지가 콸콸 넘치는 아들을 두 명이나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집에 있으면 아래층에 층간소음으로 피해를 줄까 두려워 200만 원에 달하는 매트를 집 전체에 설치하고도 매일 ‘뛰지 마’라는 말에 뒤이어 ‘뛰지 말라고 했지!’,

‘엄마가 방금 말했잖아!’,

‘제발!!’,

 ‘소파에서 뛰어내리지 마’,

 ‘집에서 공놀이 하는 거 아니야.’ 등등 기차놀이처럼 줄줄이 잔소리가 따라붙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을 데리고 뛸 수 있는 곳, 공놀이를 할 수 있는 들판과 바닷가로 매일같이 나가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남편의 회사 앞에는 직장 특성상 커다란 잔디구장이 있어서 아무도 안 오는 잔디구장에서 아이들을 풀어놓거나 해변에 주저앉아 놀도록 풀어놓는 일상이 이어졌다.

바닷가에서, 아빠와 아이들



급기야는, 텐트를 구입해서 아예 눌러앉아 하루 종일 들판에 있기도 했다.
아이들이 무언가에 제재당하지 않고 마음 편히 뛰 놀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축복이구나 싶었고, 그런 곳이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빨래를 개키며 거실 창을 바라보는데, 내가 바둑판같이 칸칸이 나눠진 닭장에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맞은편 아파트와 마주 하고 있는 단지 형태 때문이었다. 동 사이 거리가 그리 가깝진 않았지만 거실 메인창으로 보이는 게 남의 집 창문 수백 개라니.. 이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앞 동 창문이 빼곡히 보이는 이전 아파트



 
나는 내 첫 기억이 있던 5살 때부터 일평생을 아파트 단지에서 살아왔기에 주거=아파트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나에게 주거공간의 선택지는 구축 아파트, 신축 아파트, 신도시 아파트, 구도시 아파트 정도였는데, 그리고 그 사실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는데 그 날은 대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다는 것에는 딱히 반대를 하지 않는 남편과, 나의 강한 추진력이 더해져 일은 일사천리로 커져갔다.
지방도시이고, 한동안 부동산이 침체되어있던 시기라 안 팔리면 그냥 살자는 생각으로, 또 내놔도 그리 빨리 팔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쉽게 내놨었는데 집을 내놓은 지 2주 만에 팔려버렸던 것이다.
 여담이지만 이후 두 달만에 부동산 가격은 외지인들의 유입으로 폭등하여 계약한 가격에서 5천만 원이나 실거래가가 올라 배가 살짝 아프기도 했다.
 
어쨌든, 100군데는 넘게 보고 주택을 샀다는 어느 지인의 말에 넉넉한 시간을 두고 집을 구할 생각으로 시가로 이사를 하여 주택들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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