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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Sep 24. 2023

대답 없는 너

< 공감 에세이 > - 무반응

반응과 무반응.

아주 흔한 우스개 소리지만 현실적인 사례가 있다.

선생님이나 강사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아니! 어린 시절을 떠오르면 누구나 공감하는 현상이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참 재미있지만 몇 년이 지나도 절대 깨지지 않는 규칙을 자연스럽게 발견한다. 

수업시간에 질문에 대한 반응은 학년별로 다르다.

초등 저학년, 특히 1학년이나 2학년은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을 미끼처럼 덥석 물어 아우성치는 물고기처럼 서로 답을 하느라 야단이다. 아니 시끄러울 정도로 정신이 없다. 친구가 이야기하면 끼어들며 자신의 생각을 필사적으로 표현하기 바쁘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소란스러운 현상은 보기 힘들어진다. 초등학교 최고 학력 6학년이 되면 점잖은 양반처럼 입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떨군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다를까?

크게 다르지 않다. 삼 년 전 일어난 코로나 때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하기란 사실상 어려웠다. 선생님들마다 학생들마다 생전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수업'으로 진땀을 빼야 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화면상에서는 선생님 목소리만 울렸다. 마치 인강 수업처럼 아이들 반응은 잘 모른 채 소귀에 경읽기처럼 진행되는 수업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이 울림 없는 수업은 학생들 몫만은 아니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이 없어지자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부분 온라인 수업으로 변경되었다.

수강생들은 지금 내 모습이 힘들면 화면을 끄고 참여하기가 가능했는데, 이 역시 반응이 적다 보니 수업이나 모임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어려움 또한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무반응이 많다 보니 혼자 떠드는 기분이 들고 평가받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왔을 때 정상회복이 되었을까?


'예!'라고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자신이 없다.

대면 수업 또한 각 수업하는 반 분위기에 따라 다르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청강 수업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우스개 소리로, 

"여러분~ 대답 좀 하시겠어요? 여러분이 이렇게 수업 시간에 대답 안 하면 여러분의 자녀들도 학교 수업시간에 입을 열지 않는답니다." 하며 웃기도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은 이야기하며 수업하는 분위기보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면 조용히 듣는 교육만 받다 보니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뭐, 하브루타나 토론 수업으로 조금씩 말을 한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가 끝났다고 해서 온라인 수업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 중 하나가 멀리 있어도 원하는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독서모임을 세 군데 진행하고 있다.

협업해서 하는 곳도 있고 자발적으로 하는 것도 있다. 두 곳은 무료이고 한 군데는 유료 온라인 독서모임이다.

독서모임을 홍보하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에 독서모임이 수없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다.

언론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일 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독서모임을 개설하고 알아보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독서모임이 있는지 새삼 놀라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수많은 독서모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이지 않는 틈새 싸움이 시작된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독서모임 이미지를 보며 스스로 모집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좌절하거나 마케팅 광고가 올라오면 혹하며 유심히 들여다본다. 유로 모임을 할 때는 돈을 얼마큼 책정해야 하는지 사람은 몇 명을 보아야 하는지 시간대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피 터지는 고민이 시작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유로 독서모임 사람들은 참여가 저조한 반면에 무료 독서모임을 하는 쪽은 성실히 참여하며 책에 대한 수다를 아낌없이 나눈다. 왜 그럴까?


무료 독서모임을 이끌 때는 내가 주제를 정하고 책을 선정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이끌어가는 반면에 유로 독서모임은 협업이다 보니 주제나 책 선정은 내가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재미없는 책을 연속적으로 보거나 같은 주제를 연속적으로 볼 때는 지겹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어쩌면 참여자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도 이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니 책 목차제 맞춰 일주일 단위로 읽을 분량도 올려 인증샷을 남기라고 해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나 혼자 떠들고 완독하고 모임 준비를 한다.  참여해 달라고 호소도 해보지만 이번달은 아무도 댓글 달지 않아 독서모임 준비를 이미 나에게는 오는 실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가 재미있어야 흥이 나는데 솔직히 이 모임은 이끌어 가는 것도 힘들고 그야말로 스트레스다. 힘들어하는 나에게 아이는 하지 말라고 하지만 일 년 동안 진행해야 하는 약속이 있기에 좌절감과 실망감이 와도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뭐 온라인 독서모임뿐일까?

1인 콘텐츠 시대를 맞이해 힘겹게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만들어 진행 중이지만 이 또한 참여자들이 무반응이다. 원인을 몰라 설문지 조사 양식을 올렸지만 아직 아무도 응답이 없다. 왜 반응이 없는 걸까? 간 보고 있는 것일까? '좋아요'라는 하트를 무의식적이며 기계적으로 누르는 마음처럼 이 또한 그런 걸까?

하루에도 수많은 오픈 채팅방이 운영되고 있다. 운영장은 오픈 채팅방으로 회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가진 콘텐츠를 홍보하기 위해 활성화하기 위해 남들이 하는 건 저마다 다 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무반응이라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아이들을 혼낼 때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답답하다. 그래서 부모들이 더 열이 올라가 목소리가 점점 커지거나 아이한테 스킨십을 시작한다.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답답해서 자신보다 약한 아이에게 무섭게 변한다. 두려움이 커진 아이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말을 하는 아이도 있지만 오히려 더 대답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치 침묵 시위하는 것처럼 입을 닫아 버린다. 다그치지 않고 그저 궁금해서 질문을 했을 뿐인데 대답 없는 너로, 무반응에 대한 대답은 카톡창에 글을 읽었다는 '1' 숫자가 하나씩 사라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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