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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Nov 09. 2023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

호르몬의 변화 - 함께라는 동행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라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아웅다웅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세상의 모든 부부가 그렇다. 때론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 걸어가는 부부도 있고 참기가 너무 힘들어 계속 함께 못하는 부부도 있다. 그렇다고 자연스러운 호르몬 진행에서는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우스개 소리로 한 집안에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과 갱년기를 겪고 있는 아내가 있다면 남편은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집을 나가버린다는 이야기다. 픽 웃음이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그 갱년기가 아내에게만 있지는 않다는 것을 부쩍 느낀다. 누구나 두 번의 사춘기를 경험한다. 초등학교에서 중학생이 되면서 서서히 일어나는 몸의 변화와 반항심이 한 번이며 40대가 훌쩍 넘어가면 왠지 모를 호르몬 변화와 감정의 격한 변화가 남녀 구분 없이 찾아온다. 사회에서는 남자의 갱년기보다는 여자의 갱년기에 대해 다룬다. 호르몬 약을 광고하는 것은 흔한 일이 일이지만 남자 갱견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가끔 유명강사가 남자도 갱년기를 겪는다며 알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할 뿐이다.


최근에 tvN에서 "김창옥 리부트" 강의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많은 부부들이 나와 결혼 생활에 대해 진솔한 사연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리부트 해준다. 나와있는 방청객들과 시청자들은 많은 공감을 하며 나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 구라 나는 생각에 위로를 받는다. 그러면서 아내와 남편, 남편과 아내의 입장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 우스개 소리로 남편이 "우리도 저기 나갈까?" 하며 던지는 말에 남편 혼자 무엇을 상담할지 이것저것 마구 던졌다. 하지만 결론은 나가지 못한다는 것으로 끝났다. 주변의 시선이 생각보다 두려워 자신의 생활을 다 공개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이 말에 충분히 공감했다. 방청객에 나와 사연을 털어놓는 사람들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들일까 생각하며 왠지 모를 더 가까워지는 기분이다.


40대가 훌쩍 넘어가면서 신체적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났다. 남편은 눈물이 많아져 함께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내가 울려고 할 타이밍에 항상 먼저 눈물을 보이고 있다. 눈물을 훔치는 남편에게 " 우는 건가요?" 혹은 "또 울어요?"라고 물으면 눈물연기한다고 얼무어 버린다. 보수적인 남편에게서 약한 모습이 보일 때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우울해지고 처량해지며 안타까움이 몰려오지만 어느 순간에는 나 또한 변화가 있는데 남편이 먼저 반응을 보이니 난 어디서 해소애햐할지 갑자기 갑갑해진다. 아이들은 사춘기에 남편은 갱년기 나도 갱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중간에서 샌드위치처럼 낀 듯한 느낌에 답답함이 내 온몸에 스며들었다.

갱년기에 접어들면 호르몬 변화로 남자는 여성스러워져 감정이 많아지고 여성은 남성스러워진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라는 생각을 하며 남편을 관찰해 본다. 확실히 전보다 감정의 변화가 많아져 사춘기 자녀가 세 명이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강한 성격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고정관념이 심한 사람이다. 천성도 갱년기 앞에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하나 보다. 



마우고자타 스벵드로브스카가 쓰고 요안나 바르토식이 그린 그림책 <<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 >>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엄마 아빠 이미지와는 다르다.

<<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 >> 그림책 제목만 보고 온 느낌은 딱 '호르몬' 변화로 온 엄마 아빠의 갱년기 이야기처럼 다가왔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2인용 자전거에서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은 아빠가 아닌 엄마다. 엄마가 리드를 하고 아빠가 보조를 맞춰간다. 아빠가 리드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독자에게는 의구심이 생긴다. 이 책은 아이의 눈으로 엄마와 아빠가 하는 일을 그림으로 그려 표현한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첫 장면에서 보여주는 엄마 아빠의 모습에 빵 터졌다. 나와 그렇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했다.

둘 다 여러 가지를 잘하지만 엄마는 못을, 아빠는 요리를 잘한다. 나 또한 간단한 전등을 교체하거나 페인트 칠은 내가 하고 (순전히 남편은 게으르기도 하다), 일요일마다 한 끼 정도는 남편이 요리한다. 나보다 훨씬 잘한다. 나는 금방 음식을 완성하는 반면 남편은 요리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다. 데코레이션에 신경을 쓰며 조리 시간에 맞게 요리하느라 처음에는 1시간이나 걸려 먹은 음식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 빨라지긴 했다. 가까운 곳이라고 가고 싶다고 하면 숙제가 있다는 생각으로 뭐든 계획을 세워 진행하려는 반면 나는 그냥 몸부터 움직인다. 그림책 속의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음에 웃음만 계속 나왔다.

우리 아빠는 옛날을 추억하고 
우리 엄마는 미래를 꿈꾸어요.


나 역시 과거보다는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에 남편은 자꾸만 옛날을 추억하며 그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소리에 우리 가족은 시선을 회피하곤 하는데 어쩌면 갱년기가 온 남편이 힘든 현실을 도피하는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 아빠는 한 번에 하나씩 해요.
우리 엄마는 한 번에 여러 일을 해요.

남편은 정말 한 번에 하나씩 일을 한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을 하는 반면에 나는 반대다.

한 번에 여러 일을 한다. 책을 읽을 때는 예전에는 한 권을 다 읽고 나야 다른 책을 읽었다면 지금은 여러 책을 조금씩 읽으며 완독 하려 한다. 요리할 때는 남편은 하나씩 일을 진행하지만 나는 밥도 하고 국도 끓이거나 다른 요리를 동시다발로 진행한다.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이 노화가 아닌 진화가 되면서 남편은 천천히 가고 싶어 하고 아내는 조금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욕구에 빨리 가는 것 같다. 


<< 씩씩한 엄마 달콤한 아빠 >> 그림책에서는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아이의 소소한 일상을 그린 그림책이다.

아이는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식물을 키우고, 같이 간식을 먹으며 신나게 놀고, 엄마 아빠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는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은 엄마 아빠임을 이야기한다.

아이의 입장이 아닌 엄마 아빠의 입장이 되어 그림책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자와 여자의 바뀐 성 역할이 아니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있는 그대로의 엄마 아빠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 나처럼 호르몬의 변화로 생기는 엄마 아빠의 심리, 갱년기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한 권의 책에서 여러 가지 시선으로 풀어지는 그림책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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