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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Dec 25. 2023

크리스마스 선물

12월 25일 - 설레는 날 혹은 바쁜 날

2023년 12월 25일

오늘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기념일이다. 하지만 이천 년 넘게 잘못 알고 있는 역사다.

성탄절이라는 단어는 일반적으로 성스러운 사람의 탄생을 축하는 명절이라는 의미다. 역사기록으로 찾아보았을 때  어디에도 이 날이 예수의 탄생일이라는 증거가 없다. 그럼 이 날이 예수의 탄생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로마시대 태양신의 축제일인 동지를 예수 탄생일로 정했기 때문이다. 중세 크리스마스는 해방의 날로 쾌락과 일탈의 날이었다. 18세기 산업혁명으로 크리스마스 축제는 점점 사라졌는데 찰스 디킨스의 << 크리스마스 캐럴 >> 자선과 나눔의 날로 바뀌었다. 이걸 모르고 이때까지 예수의 탄생일로 알았다고 하니 거짓된 정보의 힘을 확실하게 보여준 사례가 되었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자선과 나눔'의 날이라 그런 걸까?

왠지 12월 25일이 되면 설렌다. 특히 당일보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이 설렘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기적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때문일까? 아니면 일 년 동안 착한 일을 많이 한 아이들이 기다리는 산타할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일까? 아이들에게나 연인들에게는 더 특별함을 부여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어릴 때 느꼈던 그 설렘은 많이 사라진 듯하다.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송이 저작권 문제로 울리지 않은 것도 있고 붐비는 것이 이제는 불편함을 느껴서일까? 그저 조용하게 따뜻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면 12월은 항상 바쁜 달 중 하나였다.

성탄절, 연말, 그리고 새해까지 장사를 하는 집이라면 충분히 공감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날에 함께 즐기지 못하고 바쁘기만 하다. 쉬지 않고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히며 가게를 지켜야 했다. 아빠와 엄마는 쉴 새 없이 빵 만들고 포장하기에 바빴고 나 역시 산타할아버지나 선물을 기대하기보다는 가게일을 돕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에 지겹도록 케이크 상자를 접어야 했고 포장했으며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일을 도와야 했다. 그래서인지 성탄절은 나에게 설렘보다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던 추억이다.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케이크를 사기 위해 가게에 들어선 아이 모습에 그저 부러움만 쌓여갔다. 반복되는 상자 접기보다 나도 다른 아이처럼 기쁜 마음으로 엄마 아빠 손잡고 케이크도 사고 선물도 사러 가고 싶었다. 아니 그날만큼은 가족끼리 편안하게 밥이라도 여유 있게 먹어보고 싶었다. 혼자 빵을 만드는 아빠의 커다란 등이 점점 좁혀가는 모습에 남몰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식구를 먹여 살리는 것이 우선인지라 아빠에게도 하루종일 빵 포장하며 손님을 접대하는 엄마에게도 여유라는 것이 없었다. 그런 모습이 짠하면서 싫었다. 다른 가족처럼 평범하게 지내지 못하는 현실에 억울하다는 생각과 짜증이 났지만 그 또한 참아야 했기에 눈물 적시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아빠가 산타로 변신해서 양말 주머니에 한가득 선물을 넣어주면 좋아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산타할아버지는 없다는 사실은 너무 일찍 터득한 바람에 의무적으로 주는 선물이 싫었다.


시간이 흘러 엄마가 된 후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기 위해 추워도 사람이 붐벼도 매년 성탄절 트리를 보기 위해 좋은 곳은 검색해서 무조건 데려갔다. 발이 삐끗해서 절뚝거려도 아이에게 성탄절의 기쁨을 눈으로 확인해 준다고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어쩌면 내가 누리지 못한 경험을 아이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보상심리 같은 마음으로 다닌 것 같다. 유아에서 아동으로 이제는 청소년이 된 아이들은 가족보다 친구를, 자매끼리 함께하는 시간을 더 선호했다.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다니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알기에 방해하지 않았다. 서운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오히려 내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아 내심 좋았다.




- 출처: 알라딘 서점 -

오헨리가 쓰고 소냐 다노프스키가 그린 그림책 << 크리스마스 선물 >>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다.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림책으로 다시 만나니 새롭게 다가왔다.

거실 소파에 탐스러운 머리를 올리고 옆으로 비슴듬히 누워있는 여자 주인공이 독자를 응시한다. 그 앞 탁자에 놓인 동전들이 애처롭게 다가왔다. 가난한 부부의 진실된 사랑 이야기를 통해 사랑과 희생정신의 실천이라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되새기며 삶에 있어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성탄절의 원래 의미가 담긴 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아내는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고, 남편은 아내를 위해 시계를 판다는 이야기.


크리스마스 전날, 델라에게는 1달러 87센트뿐이다. 사랑하는 남편 짐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사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델라는 자신이 가장 아끼는 머리카락을 잘라 팔아서 짐의 시계에 어울릴 멋진 시곗줄을 산다. 집에 돌아온 짐은 짧아진 아내 델라의 머리카락을 보고 어쩔 줄 모른다. 그 여거시 델라의 머리장식을 사느라 시계를 팔아 버렸기 때문이다. 서로를 위해 준비한 선물은 쓸모가 없어졌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며 뜻깊게 크리스마스를 보낸다.


이 책에서 계속 눈길을 끄는 그림이 하나 있다. 매 장마다 나타나는 꽃이다. 이 꽃은 장미꽃으로 넝쿨장미처럼 하나 되어 붉게 피어난다. 작가 오헨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로운 사람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선물을 마련한 수많은 부자를 제치고 이 부부야말로 가장 현명했다. 선물을 주고받는 그 수많은 사람 가운데 이 부부 같은 이들이 있다면, 어디에 살든 그들 또한 현명한 사람이라고 라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동방박사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아이들인 당연히 선물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현실적으로 사고가 바뀐 아이들은 내가 모르는 물건보다 내가 원하는 물건, 혹은 돈이 최고라고 말한다. 간혹 어떤 아이가 가족끼리 함께 하루 보내는 거라고 말하는 아이는 한 명 볼까 말 까다. 나눔과 자선의 의미를 담고 있는 크리스마스보다 연휴라 더 멋진 곳을 여행하고 남들보다 더 멋진 장소에서 간 곳을 SNS에 올리며 자랑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화가 되어버렸다. 해마다 성탄절은 돌아오지만 올해만큼 빈부의 격차가 심하게 느낄 때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소외계층의 지원은 더 많이 끊겨 버리고 오직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생색내는 권력자들 모습에 허탈해진다. 그들에게 원하는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가식적인 방문이 아닌 진심으로 보여주는 따뜻한 손길과 말 한마디가 아닐까. <<크리스마스 선물>>의 주인공 델라와 짐처럼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생각해 주는 마음이 절실한 날이다. 어쩌면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 엄마 아빠 또한 델라와 짐처럼 가족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지 않았나 생각하니 눈물이 빙그레 핑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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