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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Jan 15. 2023

내가 지금 필요한 마음가짐: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 공감 에세이 >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요란스러운 비가 내렸다.

바람까지 동반되니 튼튼한 우산이 부서지려고 해 이리저리 바람 방향에 따라 우산을 옮기느라 정신없었다.

우산이 부러질까 봐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하며 버스를 탔다.

일이 끝난 후 아이한테 급하게 걸려오는 전화에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아이 중학교 배정이 오늘이었다.

아이는 카톡으로 문자 왔냐고 재촉했지만 일하느라 정신없다 이제야 확인했다.

"oo 학교 ooo는 oo 여중에 배정되었습니다."




헉!

정말 피하고 싶었던 학교였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정되지 방학 전부터 이 학교만은 피해달라고 주문처럼 말했는데 그 학교로 배정받은 것이었다.

나도 기분이 다운되었다.

피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소문에 학폭이 많이 일어난다는 소식도 있었고 무엇보다 집에서 그 학교까지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바로 코앞에 중학교가 두 군데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타고 다섯 코스를 가야 했다.

그 소식을 접한 남편은

"아이한테 당신이 실망한 모습 드러내지 말고 좋게 이야기해 주세요. 바꿀 수 없는 현실이니 이왕이면 좋은 마음으로 가게. 아이가 겁먹지 않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도록 노력하며 울먹거리는 아이를 안아 주었다.

" 공부 열심히 하라는 거네. 이제 중학생 되니 열심히 공부해 보자."

물론 아이한테 큰 도움이 당장 되지 않지만 부정했던 아이가 주변 응원으로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개학하면 또 불안한 마음을 드러낼지도 모르지만.



아이에게 말했다.

"실은 엄마도 기분이 좋지 않아. 너처럼 이것만은 안 되라고 했던 일이 일어났거든.

당연히 통과할 거라는 서류 심사에서 불통 소식을 문자로 받았어. 이번에는 될 거라 생각하며 면접 준비하고 있었거든. 웃기지?"

아이가 내 문자를 쓱 보더니

"음~ 엄마도 속상했겠네요." 하며 안아주었다.

쓰라린 감정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다.

남편 말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한지는 알지만 시간이 걸렸다.

책으로 마음을 달래 보았다.



만일 안 된다면? 그러면 그냥 마는 겁니다.

이번의 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지만,

아니면 또 마는 것입니다.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 <<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 내용 중에서 -



"실은 엄마도 기분이 좋지 않아. 너처럼 이것만은 안 되라고 했던 일이 일어났거든.

당연히 통과할 거라는 서류 심사에서 불통 소식을 문자로 받았어. 이번에는 될 거라 생각하며 면접 준비하고 있었거든. 웃기지?"

아이가 내 문자를 쓱 보더니

"음~ 엄마도 속상했겠네요." 하며 안아주었다.






쓰라린 감정이 금방 사라지지는 않는다.

남편 말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편한지는 알지만 시간이 걸렸다.

책으로 마음을 달래 보았다.

순수하게 내가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며 나쁜 감정에게 작은 선물 해 보길 권했다.

그래서 난 책을 읽었고 이렇게 글을 쓴다.

과거에는 이런 일이 힘들었다면 어느새 이 일이 습관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어릴 적 슬픈 감정, 화난 감정, 불안했던 감정을 일기장에 비밀스럽게 글로 표현했다면

지금은 이렇게 괜찮다는 주문을 외우듯이 공개 글로 내 감정을 추슬러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말을 싫어한다.

가능성이 있기에 기대를 크게 한 것인데 그게 잘못된 것이라니.

어쩌면 과한 욕심을 가지지 말라는 뜻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시 잡아보며 글쓰기로 나를 보호한다.

준비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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