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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Apr 18. 2023

밑 빠진 독

< 공감 에세이 >


< 콩쥐 팥쥐 >에서 콩쥐는 새엄마와 팥쥐와 함께 원님 잔치에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마음심뽀가 고약한 새엄마는 콩쥐에서 일을 시킨다. 

시킨 일을 다 해야지 잔치에 갈 수 있다고 명령한다.

그 일이란 콩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하지 못할 일이며 콩쥐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한 통의 전화.


수신인을 확인하자 한숨부터 입 밖으로 새어 나온다.

날씨 탓일까. 괜히 우중충한 날씨 핑계로 저음으로 초록색 수신 버튼을 눌러 스피커 폰으로 받는다.

"어제 누가 병원 갔니? 너니?"

병원 가야 한다고 전화를 급하게 끊은 일이 생각났다.

"아니요. oo예요."

"그 봐라. 내가 주말에 영양주사 한 대 맞히라고 했지!"

스피커 저편에서 들려오는 소리 시작은 이렇게 야단으로 시작되었다.

연달아 들려오는 야구 선수의 홈런 방향은 계속해서 나로 향했다.

어제 있었던 일을 하염없이 쏟아내며 진통으로 인한 팔 고통의 하소연은 끝날 줄 몰랐다.

마치 채워지지 않는 밑 빠진 독처럼.


내 이야기보다 다른 사람 말에 귀 기울여 나를 자극시키는 말에 짜증이 밀려왔다.

"다른 집 자식들은 부모 모시고 병원 간다는데 이것들은 누구 하나 나서는 녀석이 없노.

내 몸은 내가 지킬 수밖에...."

울음 섞인 엄마 말에 배 아래에 있던 폭발음이 격하게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고 알아본다는 말로 통화를 끊었다.






젠장!


늘 이런 식이다.

미리 내가 뭔가가를 하려고 하면 흘리다가 낯선 이 가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 곤혁스럽게 한다.

혼자 있다는 무기로, 아프다는 무기로 나를 옭아맨다.

밑 빠진 독에 쉴 새 없이 물을 채우려는 콩쥐처럼 내 독은 채워지지 않는다.

항상 난 엄마에게 불효자다. 뭘 하든 마음 안 내키고 뭔가 부족한 아이다.

밑 빠진 독에 자꾸만 물을 붓고 채워지지 않는 나를 보며 한숨만 짓는다.

부정적인 생각, 부정적인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한다.

나에게 그 영향이 크다면 거리를 둬야 내가 덜 아프다 한다.


엄마와 나 사이에는 확실하게 << 적당한 거리 >>(전소영 글, 그림 / 달그림)가 필요하다. 나름 거리두기 하고 있지만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엄마 손아귀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이렇게 하루 시작을 우울하고 부정적인 전화로 시작하면 하루종일 밑으로 밑으로 빠진다.

혼자 있을 엄마 생각에, 서럽게 울고 있을 엄마 생각에 나 또한 우울해진다.


순간 서울에 편안하게 지낼 동생들이 얄밉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 불똥이 나한테 다 온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엄마 곁을 떠나지 못한다. 왜일까.

이렇게 속상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손 놓지 못하는 이유는 '엄마'이기 때문일까.

지금도 속상한 내 마음과 혼자서 울고 있을 엄마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인 동물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말로 스스로에게 위로한다.

글 쓰면서 마음을 다스려보려 하지만 뭔가 안 된다.

차리리 지금 엄마 모시고 병원으로 갈까.

그럼 내 시간은? 유일하게 잠시 쉴 수 있는 내 시간은.

역시 난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일까.


복잡해지는 내 마음을 무엇으로 다스려야 할지 갈팡질팡이다.

꾸리 한 하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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