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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책미인 앨리 Jun 25. 2023

어리석은 판사

< 진실을 거부하는 자의 최후 >


모두가 사실이라고 외치지만 본인만 아니라고 거부하는 현상이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세상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현 우리 정부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한다. 위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나라에서 해결하지 않고 왜 외부로 유출할까?

지나가는 아이에게 물어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을 한 나라의 대통령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만 아니라고 부르짖는다.

권력자가 진실을 외면하자 그 진실을 알려주기보다는 권력자 눈 밖에 날까 봐 더 포장하고 찬양한다.

마치 진실을 외면했던 역대 무능력한 조선시대 왕조처럼 막무가내로 밀고 나간다.

어디 이 외면이 나랏일만 해당될까?

내 의견이나 생각이 잘못되었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평적인 관계일 때 보다 수직적인 관계일 때 진실은 생각보다 쉽게 묻힌다.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골이 난 아아는 도대체 선생님을 이해할 수 없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어떻게 이렇게 쓴 글이 잘 쓴 독후감상문인지 모르겠어요."

글쓰기에 조금 자신이 있던 아이는 초등학생 저학년 수준으로 쓴 독후감상문이 만점을 받았다며 씩씩거렸다.

중학교 수준이라고 하기에 이해가 되지 않았던 책 선정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6학년 때 배웠던 독후 감상문과는 전혀 다르게 쓴 방법이 높은 점수를 받는 것에 분개했다.

선생님 만족한 독후감상문은 어떻게 쓴 글일까?

아이의 하소연을 듣는 동안, 나 또한 '뭐 이런!'이라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선생님이 원하던 독후감상문에는 이 책을 읽은 동기에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추천해 준 책이라는 부분이 꼭 들어가야 했으며 감상문임에도 불구하고 줄거리가 2/3을 차지해야 했고 느낀 점은 몇 줄 되지 않았다. 더 어이가 없는 것은 선생님 마음에 들었던 독후 감상문을 발표한 아이조차 어리둥절하며 얼굴이 붉게 타오른 채 발표했다는 점이다. 모든 학생이 이해하기 힘든 만점 기준이었다.

거기에 반발심이 생겼던 아이가 이유를 묻자, 그 선생님한테 한 마디로 찍혀버렸다.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이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선생님은 권력으로 무시해 버렸다.

과연 선생님은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치려고 한 것일까?




- 출처: 알라딘 도서 -


여기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판사가 있다.

본 대로 말한 것뿐인데 판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당장 감옥에 처넣어라고 명령한다.


"판사님, 제발 살려 주세요. 전 아무것도 몰랐어요.

이런 것도 죄가 되나요? 본 대로 말한 것뿐이에요."


죄수마다 한결같이 본 대로 발한 것뿐이라며 이런 것도 죄가 되나고 물어본다.

도대체 본 대로 말한 것은 무엇일까?



"무시무시한 괴물이 오고 있어요.

날마다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어요.

험상궂은 눈을 부라리고 다니고요,

꼬리털이 북슬북슬해요.

아, 판사님, 이젠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죄수가 말할 때마다 그 죄수들이 본 부분이 조금씩 더 늘어나면서 사실을 말하지만 판사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대답은 감옥에 처넣어라는 명령뿐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당장 감옥에 처넣어라!

머리가 이상한 게 틀림없다.

당장 감옥에 가두어라!

당장 감옥에 가두고 열쇠를 버리거라.

감히 나를 속이려 들다니!

저 바보 멍청이를 당장 끌고 나가라.

옴짝달싹 못 하게 가두어라!

이런 거짓말쟁이! 머저리! 멍텅구리! 얼간이!

당장 감옥에 처넣어라."



- 어리석은 판사가 죄수들의 진실을 외면하며 처벌하는 장면과 진실을 마주하며 놀라는 모습 -


그렇게 모든 죄수들이 말하는 진실을 외면하며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판사는 죄수들이 말한 사실이 바로 자신 앞에 나타난다.

과연 어리석은 판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그래! 이거지!' 하며 독자 입장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진실을 외면한 판사, 자기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는 판사의 행동에 속에서 부글부글 올라오는 감정을 가라앉히기는 어렵다.

선생님이라는 권위로 아이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으로 밀고 나가는 모습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을 아니라며 포장하는 모습 또한 이 책의 어리석은 판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진실을 숨겨가며 다른 사람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는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자신이 가진 권력으로 진실을 덮으면 그게 참이 될까?

이미 숱한 역사적 사실과 사건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후손들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진실과 사실을 외면하는 권력자들 모습에 풍자 그림책, << 어리석은 판사 >>에 등장하는 판사의 최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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