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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책장 Jan 23. 2023

동상이몽

우리 엄마는 안 그래

둘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시어머님은 감사하게도 50만 원을 아이계좌에 입금주고 싶어 하셨다.


"어머님 애들 계좌번호 못 외우는데 집에 가서 확인하고 알려드릴게요 감사해요"

"그래 그래. 주니야 할머니가 돈 줄 테니까 가방도 사고 옷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 먹어."

"가방 엄마가 사준다고 했어요."

"아냐 할머니가 준 돈으로 사. 누나 가방도 할머니가 사줬어."

대화를 듣던 딸아이가 참견을 한다.

"가방, 엄마가 사줬는데요? 엄마 카드로 샀어요!"

딸아이 입학할 때 아울렛에 같이 가서 가방을 산 걸 용케 기억하고 말한다.

"아냐 그거 할머니가 사준 거야."

어머님은 할머니가 사 준거라고 계속 말씀하시고 아이는 엄마카드로 산거라고 계속 말한다.

결국 내가

"그 돈이 할머니가 주신 거야."라고 말하며 아이 입을 막는다.


사실 그때 아이에게 주신 돈은 아이 통장에 들어가 있으니 엄밀히 말하면 가방은 내가 사준 게 맞다.



저녁에 시누이가 오셨다. 시누이도 주니에게 십만 원을 주시며 가방을 사라고 하셨다.

"할머니가 가방 살 돈 주셨어요."

"아니야. 할머니가 준 돈은 저금하고 고모가 준 돈으로 사. 누나 가방도 고모가 사줬어. 고모가 가방 사줘야 공부 잘한대."

시누이는 나를 보며 또 이야기하신다. 꼭 이 돈으로 사라고.

"누나 가방도 할머니가 사줬다고 그랬는대요?"

"누가 그래? 누나 가방도 고모가 사줬지. 그렇지 다미야?"

딸아이는 내 눈치를 살피며 작게 말한다.

"엄마 카드로 샀는데."


결국 가방을 누가 사줬는지 결론이 나지 않은 채 대화는 중단되었다.

가방의 지분은 할머니, 고모, 외할머니, 외삼촌, 엄마가 각각 20%씩 갖는 걸로 하자.




시누이는 이번 명절에 본인의 시댁어른들과 여행을 하신다. 명절  날 오셔서 시어른들을 모시고 가시기로 하셨기에 같은 지역에 사시는 본인의 친정인 나의 시댁에 잠깐 들르신 거였다.


거나하게, 다만 속닥속닥 본인의 시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신다. 나는 진심으로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었다.

명절에 시댁어른들과 여행이라니. 힘드시겠다고 공감하는 내게 시누이는 마지한마디를 남기시고 본인 시댁으로 가셨다.

"이해야, 너는 복 받은 줄 알아. 우리 엄마 같은 시어머니 없다."

이런 게 바로 동상이몽이라는 건가.

내가 시누이에게 그렇게 공감한 까닭을 정녕 모르신 걸까.


시누이가 가시고 어머님은 사돈어르신들이 까탈스러운데 누나가 고생이라고 딸을 안쓰러워하신다.

친정도 못 가고 명절 내내 시부모님들과의 여행이 그리 즐겁지는 않을 테지.

어머님은 또 한마디 하신다.

"추석 때는 너네도 여행가. 나도 데려가면 좋고."

마지막이 어머님 진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 딸은 안쓰럽지만, 며느리는 편해 보이는 거. 암 그렇고말고.




그래서 나는 이번 추석 비행기표를 알아보다가 이 글을 쓴다. 태국이 좋을까, 캄보디아가 좋을까.

아니, 이건 또 나만의 착각일까. 어머님은 혹시 호주를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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