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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라는 큰 산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동양 고문서 파트의 회의실은 열띤 토론으로 분위기가 뜨겁게 달궈졌다. 연구팀 4명과 복원팀 4명, 총 8명이 착석한 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직지』를 전시하냐 마냐 결정의 기로에서 연구팀과 복원팀의 찬반 논쟁이 그칠 줄 모른다. 복원팀은 작품의 컨디션을 위해 3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유물을 다시 전시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펼친다. 제작된 지 약 700년이 다 되어가는 종이 유물은 사실상 완벽한 복원도 어렵거니와 아무리 살살 조심스럽게 다뤄도 책을 한번 펼칠 때마다 유물이 손상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기를 쓰며 달려든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복원팀의 수석 복원가인 폴(Paul Roux)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말 생각이 이렇게까지 없는 거예요, 『직지』 같이 유서 깊은 유물은 급격한 환경변화를 피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십니까?”라고 외치는 폴의 목은 푸른색의 혈관이 울퉁불퉁 튀어나와있다. 그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 동양 고문서팀을 노려보면서 동양 고문서 연구팀장의 대답을 종용한다. “어서 대답을 해보세요! 이게 말이 되는지?!”


동양 고문서 연구팀장 이브(Yves Bernard)는 차분히 숨을 가다듬는다. 희끗희끗한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 이브는 깊은 주름이 가득한 그의 갸름한 얼굴에 양손을 가져다 대고 물끄러미 회의 문서를 바라본다. 옅은 연그레이 색의 긴팔 셔츠를 입은 이브는 왠지 모르게 더 근심스러워 보인다. 한참 아무런 말을 하지 않던 이브는 조심스럽게 한 마디씩 말을 건넨다. 이 상황에 적합한 단어를 찾고 또 찾은 모양이다. “우리 동양 고문서팀이 유물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연구원들도 웬만하면 『직지』에 대해서는 디지털 아키이브를 자료로 삼아 연구를 진행하지 실물을 보고 연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연구 목적으로 『직지』를 대해도 폴이 말한 것처럼 책을 한 장 펼칠 때마다 유물에 손상이 가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마치 먹이를 기다린 맹수처럼 폴이 화를 내면서 언성을 높인다. “그러니까요! 잘 아시는 분이 왜 이러십니까?” 화가 잔뜩 올라 귀까지 빨개진 폴은 이브를 잡아먹을 것처럼 눈동자를 크게 뜨고 노려본다. 이브는 잔뜩 화가 난 폴의 시선에 대해 말을 아낀 뒤 다시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 “우리 팀은 대부분의 연구를 디지털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진행하겠습니다. 원본을 보아야 할 경우에는 복원실에서 복원사와 함께 원본을 보겠습니다. 책을 옮기거나 페이지를 넘기는 등 물리적인 행동은 전부다 복원사에게 일임하겠습니다. 우리는 그저 페이지를 눈으로 바라만 보겠습니다. 업무를 이런 식으로 진행하면 웬만해서는 유물에 손상이 가지 않을 것입니다.”


이브의 차분하고 합리적인 설명을 들은 폴을 화를 좀 가라앉는지 아주 가볍게 고개를 딱 한 번 끄덕인다. 긍정도 부정도 아닌 경청의 끄덕임을 보여준다. 폴의 반응을 살피며 이브는 다시 한번 설명을 시작한다. “설치할 페이지를 결정하는 것도 최대한 디지털 아카이브를 활용하여 결정하고 쇼케이스까지 준비해 둘 테니 복원팀은 설치하는 당일에 『직지』가 보관되어 있는 특수 금고에서 책을 꺼내어 이동 상자에 넣은 뒤 전시장까지 가져오셔서 거기서 복원팀이 직접 전시할 페이지를 펼치고 바로 쇼케이스에 넣어 주시면 됩니다. 저희는 웬만해서는 『직지』를 만지지 않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습도에 민감한 유물을 위해 사용하는 조습제를 유물 뒤에 넣고 바로 쇼케이스의 뚜껑을 닫겠습니다. 그러면 유물이 외부 공기에 유출되는 시간은 2-3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어떠십니까?”


시간차까지 설명하는 이브의 차분한 논조에 폴은 어느 정도 설득이 된 듯하다. 이번엔 폴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회의 서류로 시선을 떨군다. 이브의 논리적인 주장에 폴은 당장 반격한 거리를 못 찾았는지 별다른 말이 없다. 귀까지 빨개졌던 폴의 얼굴에 서서히 붉은 기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동안 불편하고 고요한 정적이 회의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두 팀 사이에 흐른다. 폴이 고개를 들고는 다시 한번 이브의 설명에 대한 재확인을 한다. “그렇게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보장이 됩니까? 이 유물은 인쇄 방식의 발명에 있어서 워낙에 중요하고 너무 오래된 유물이다 보니 최소한의 외기 노출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도서관장님께 연구팀장님이 해당 사항에 대해 보고를 하시고 승인을 받아주세요. 그렇다면 저희는 함께 업무를 진행하겠습니다. 도서관장님의 승인 없이는 저희도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한차례 거친 파도 같은 언쟁을 한 이브는 물끄러미 폴을 바라본다. 오래된 유물의 컨디션을 심도 있게 고려한 폴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맞는 말이다. 한동안 아무 말없이 폴을 바라보던 이브는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로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유물에 대한 복원팀장님의 깊은 마음을 알겠으니, 도서관장님께 보고하는 사항과 관련된 나머지 업무에 대해서는 저희가 처리를 하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저희도 『직지』를 아주 소중하고 그리고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절대 유물에 해가 되는 결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더 이상 반박한 여지가 없는지 폴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브를 비롯한 동양 고문서팀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서 분노의 감정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그도 열띤 논쟁 끝에 에너지가 전부 소진되었나 보다. 폴을 바라보는 이브의 시선에도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둘 다 가능하면 회의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다. 회의실에서 나와 연구실로 돌아온 이브는 마리-킴을 그의 자리로 부른다. “마리-킴, 지금 바빠? 나랑 커피 브레이크 좀 가지지? 어때?” 동양 고문서 연구팀장 이브의 자리는 팀장으로 일한 지난 7년간의 연구 논문의 출력본이 빼곡히 쌓여 있다. 뽀얀 먼지가 쌓인 논문들은 연구실로 들어오는 자연광과 세월로 인해 노랗게 빛이 바랬다.


마리-킴은 갑작스러운 이브의 제안에 어깨를 으쓱하며 “지금요?”라고 반문하고 이브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연구실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복도에서 이브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는 복도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복도에는 오직 마리-킴과 이브의 나지막한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마리-킴은 이브가 도대체 왜 지금 자신에게 개인적인 미팅을 요청했는지 가늠이 서질 않는다. ‘『직지』에 관련해서 나에게 시킬 일이 있나? 나는 고작 막내 연구원인데?’라고 생각한다. 도서관 1층 카페를 향해 이동하는 엘리베이터에서도 이브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손목의 시계를 바라볼 뿐이다. 이브가 매일 같이 착용하는 빛바랜 은색 프레임의 반질반질한 오래된 검정 가죽시계는 오래된 고문서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연구하는 그의 성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층의 카페에 와서 에스프레소 두 잔을 시킨 후 2인용 사이즈 원형 테이블에 앉은 이브는 드디어 마리-킴을 바라보며 말을 띠운다. “마리-킴은 파리에서 계속 자랐다고 했지?”


“네, 파리에서 계속 자랐어요.” 팀원들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좀처럼 하지 않는 이브의 질문에 마리-킴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마리-킴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콧잔등으로 내려간 검은 뿔테 안경테를 검지로 추켜 올리며 이브를 집중해서 바라본다. 그녀의 창백한 두 뺨에 자리 잡은 주근깨들조차 이브를 향해 시선을 향하고 있다.


“마리-킴, 내가 개인적인 질문을 좀 할게. 불편하다면 이야기해 줘. 질문을 해도 괜찮겠어?”


“네, 그럼요. 질문하세요. 저도 너무 불편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으면 말씀드리게요.”


이번에도 이브는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마리-킴에게 질문을 한다. “마리-킴은 그러면 왜 동아시아 고문서를 연구하기 시작했어? 개인적인 동기가 있었어? 연그레이색 셔츠를 입은 이브는 회의 때보다 조금 더 차분해 보인다. 마리-킴은 가만히 이브를 쳐다본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힘을 주어 대답한다. “저에 대해서 알아가고 싶었어요.” 이브는 “그래?”라고 물으며 “왜 동아시아 고문서를 연구하는 게 마리-킴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어?”라며 마치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연이어 질문을 한다.


이브의 질문에 대해 마리-킴은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를 빤히 쳐다본다. 그리고 다시 한번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설명을 시작한다. “음. 저는 어릴 때 대한민국에서 입양되었어요. 저를 키워 주신 부모님은 프랑스인이에요. 아마 저의 생모와 생부는 한국 분이시겠죠? 지금까지 한국에 가본 적은 없어요.” 마리-킴은 간결한 대답을 한다. 부차적인 설명을 하고 싶지 않다. 너무 개인적인 질문이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그렇다고 이상하게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이브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에스프레소 잔을 깔끔하게 비운다. 주문한 에스프레소와 함께 나온 차가운 냉수까지 마시고 나서 대화를 이어간다. “마리-킴, 오전에 회의한 『직지』에 대한 도서관장님 보고 말이야. 그거 마리-킴이 준비하는 게 어때?” 예상치 못한 이브의 제안에 마리-킴은 이브를 빤히 바라본다. 그런 마리-킴을 이브가 거스를 수 없는 단호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잠시 정적이 흐르는 사이 아무런 말은 오가지 않고 두 개의 시선만이 긴장감 있게 교차된다. 이브는 먼저 말을 떼면서 그가 그동안 생각해 왔던 것에 대해 설명을 시작한다.


“복원팀장이 지적한 데로 『직지』를 너무 이른 시기에 대중에게 다시 공개하는 것은 맞아. 여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어. 그렇게 때문에 이 안건에 대해 도서관장에게 보고할 때는 정말로 명백한 당위성이 필요해. 어떻게 보면 전시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어야 하는 거지. 이번 전시에서 『직지』가 빠지면 전시에 큰 맥이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어. 지난번에 마리-킴이 회의할 때 정치적인 맥락을 지적했잖아. 대한민국 정부가 대여나 반환요청을 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야. 『직지』는 사실상 반환은 불가능해. 왜냐하면 약탈 문화재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장 문화재이거든. 아마도 전시가 개최되면 대한민국 정부가 대여요청은 할 수 있겠지” 이브는 여기까지 설명을 하고 한 템포 쉬어 간다. 목이 타는지 투명한 유리컵에 담긴 냉수를 한 번 더 마시고 말을 이어간다.


“근데 도서관장님도 이러한 정치적인 이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마리-킴이 지적한 것처럼 예상하실 거야. 그러니 이 유물을 전시하는 데에는 정말 강력한 동기가 필요해. 이 유물을 소개해야 하는 이유, 많이 정치적인 이슈를 뛰어넘고도 대중에게 선보여야 하는 이유. 나는 이건 마리-킴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연구자 개인의 의지가 없으면 여러 장애물을 뛰어넘으면서 연구를 지속하긴 어려워.”  마리-킴은 아무런 미동도 없이 이브의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그에게 질문을 한다. “그게 왜 저라고 생각하세요?”


“응, 난 마리-킴이 대한민국 출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주 어릴 때 이민을 왔거나, 여기서 거주하는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거나. 마리-킴의 사고방식이나 프랑스어 실력을 관찰해 봤을 때 유학생은 아니라고 생각했어.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에 가깝다고 느꼈지”


“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예상하지 못한 이브의 답변에 깜짝 놀란 마리-킴은 반문한다. 이브는 가볍게 싱긋 웃으며 마리-킴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며 대답한다. “나는 어머니가 한국 분이시거든. 나는 한국 어머니와 프랑스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어.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나는 한국 사람을 금방 구별해 낼 수 있어. 일본인, 중국인과 다른 한국인만의 외적인 특징이 있어. 다른 프랑스 사람들은 바로 인지하지 못하는 그런 미세한 특징을 나는 어머니로부터 듣고 배워왔기 때문에 알게 되었지. 마리-킴이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동아시아 고문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했잖아? 나도 비슷한 이유였어. 나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나라에 대해 알고 싶었지. 아마도 도서관장님 보고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거야. 내가 많이 도와줄게. 마리-킴은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마리-킴은 이브의 깊은 두 눈동자를 찬찬히 바라본다. 그의 두 눈동자도 마리-킴의 것처럼 깊은 검은색이다. 지금은 흰머리가 많이 났지만 그의 머리카락도 프랑스인의 흑발보다 훨씬 더 검다. 프랑스인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뾰족하고 갸름한 얼굴형과 날렵한 콧날과 깊은 눈매는 프랑스인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한국과 프랑스가 공존해 있다. 이브의 솔직한 설명을 들은 마리-킴은 알겠다고 대답했다. 자신은 없었지만 마리-킴이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브의 설명에 어느 정도 공감을 했다. 이성적인 생각의 과정이 아닌 마음으로 이해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브와 동질감을 느꼈다. 그도 마리-킴처럼 어린 시절 프랑스인들과 다른 외모로 자신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다. 그동안 이브가 마리-킴을 관찰하듯이 바라본 시선도 지금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대화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온 이브와 마리-킴은 묵묵히 각자의 업무로 돌아갔다. 마리-킴은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문서에 『직지심체요절』이라는 여섯 글자를 타이핑하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빛바랜 누런 종이 위에 인쇄된 검은색 글자들. 마리-킴이 그간 자신과 동질감을 느껴왔던 고문서의 컬러이다. 이번에는 『직지』를 통해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할 시간이 되었다. 내면의 소용돌이치는 마음과 이성이 다시 한번 싸움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왜 꼭 나여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은 이미 이브가 해주었다. ‘과연 내가 이 큰 산을 넘을 수 있을까?’라고 자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오직 직접 실행했을 때만 알 수 있다. 마리-킴은 가만히 『직지심체요절』 여섯 글자가 쓰여 있는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바라본다. 그리고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디지털 DB에 접속하여 『직지심체요절』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접속을 한다. 이번에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큰 산을 넘어 보기로 했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우선 마리-킴은 『직지』에 대한 개요 텍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구한말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대리 공사를 지냈던 빅토르 콜랭 드 플랑시(Victor Collin de Plancy)는 『직지』를 구매한 후 직접 표지에 프랑스어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금속활자본, 제작연대 1377년”이라고 작성했다. 이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1445년보다 78년이 앞선 발명이었다. 빅토르는 이를 널리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대한제국관에 이 책을 공식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 이 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이후 『직지』는 골동품 수집가였던 앙리 베베르(Henri Vever)에게 180프랑에 판매되었다. 1950년 앙리 베베르가 사망하자 『직지』는 그의 유언에 따라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이관되었다 [1]. 그 뒤로 한동안 『직지』는 잊혀졌다가 1967년 한국에서 유학을 온 박병선 박사(당시 프랑스 국립 도서관 사서로 근무)[2]가 『외규장각의궤』를 찾아다니던 중 우연히 발견하여 연구를 통해 그 가치를 입증했으며 197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도서의 해>에 출품되어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여기까지 작성한 뒤 마리-킴은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자신이 기록한 내용을 다시 읽어본다. 마리-킴에 앞서 대한민국 출신의 박병선 박사가 『직지』를 세상에 알리고 그 가치를 입증해 냈다. 마리-킴은 이번에는 어떠한 가치를 밝혀내야 할까? 박병선 박사는 1960년대에 『직지』를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아마도 다른 연구원들보다 한국사에 해박하고 한문을 능숙하게 독해했기에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프랑스어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금속활자본, 제작연대 1377년”라고 적혀있는 『직지심체요절』표지



마리-킴은 컴퓨터 화면에 깜빡이는 삼각형 모양의 커서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반짝이는 커서가 마리-킴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종용하는 듯하다. 신호등처럼 그 자리에서 깜빡이는 커서를 바라보다가 마리-킴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움직여 ‘직지는 깨닫다는 뜻이다’라는 뒷문장을 추가로 작성해 나간다. 『직지심체요절』 은 분명 부처의 가르침을 깨닫다는 뜻일 텐데 마리-킴은 이번에 자신이 무엇을 깨닫게 될지 전혀 모르겠다. 아직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그녀는 다시 도서관의 디지털 아카이브 인트라넷 페이지를 클릭하여 표지를 넘겨 뒷장으로 넘어간다. 38쪽의 옅은 베이지색 종이에 검은색으로 찬란하게 전개되어 나간 텍스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1] 국가유산청, 한국의 세계 기록 유산, 『직지심체요절』 페이지 참고




[2] 박병선(한국 한자: 朴炳善, 1923년 3월 25일~2011년 11월 22일)은 대한민국 출신의 프랑스 역사학자 겸 저술가이다.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임을 밝혀 내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발견해 내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킨 1등 공신이다. 박병선 박사는 1975년에는『외규장각의궤』를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베르사유 분관 창고에서 발견했으며 2011년 6월 『외규장각의궤』의 귀환을 확인한 후 2011년 11월 지병이었던 직장암으로 사망했다. 위키피디아 및 나무위키 박병선 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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