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근육, 식사의 트라이앵글

일상에세이 45편

by forcalmness

운동을 하는 이유로 '먹고싶은 걸 마음껏 먹으려고'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난 그 의미를 체감해본 적이 그동안 없었다. 왠지 '어제 많이 먹어서 불안한데'하고 체중계에 오르면 언제나 어김없이 몸무게가 상승해 있었다. 신랑에게 '어제 너무 먹었나봐 자제해야겠어'란 말을 아마 수백번 가까이 반복해 얘기했을 것이다. (신랑, 매번 들어줘서 고마워.)



오늘 아침 또 그러겠지 생각하며 체중계에 올랐는데 웬걸 두자리 숫자에서 두번째 숫자가 하나 내려가 있는 게 아닌가. 이럴 일이 없는데. 어제 간만에 맥주 반캔 아닌 맥주 한캔에 플러스 신랑 것도 살짝 뺏어먹을 정도로 내 기준에선 과음을 했고. 좋아하는 호박인절미에 간장국수에 무생채에 치킨텐더까지 야무지게 먹었는데. 맛있게 먹었다고 0칼로리가 절대 아닌데.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체중계에서 내려왔다.



매일 아침 씻고 속옷바람으로 옷방에서 체중계에 오르는 습관이 밴 사람으로 몇년 간의 체중변화 추적 분석결과는 이랬다. 지금의 체중이 감소하는 경우는 일주일 전의 생활습관, 식습관의 일상이 반영된 값이고, 지금의 체중이 증가했다면 바로 전날의 일상이 반영된 값이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잰 체중의 감소는 일주일 전 꼬박 참여한 점심요가의 반영이고, 식사의 반영인 것이다.



요즘 몸을 한번씩 꾹꾹 눌러보면 배 가운데를 중심으로 좀 큰 타원으로 선이 생기는 것 같고, 뱃속에 근육이 만져지는 것 같다. 허벅지도 좀 단단해져서 모든 허벅지살이 물렁했던 예전의 내 바디가 아니다. '이러다 근육몬까지는 아니어도 탄탄한 속근육들이 생길지도 몰라'하고 은근히 즐거운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살짝 과식과 과음에도 체중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얼마나 살에 대한 번뇌를 내려놓을 수 있는걸까. 새로운 깨달음이 왔다.



이제 내 운동의 목표는 전처럼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처절하기만 한 원초적인 몸부림에서 진화했다. 점심요가 운동이 만들어주는 속근육을 계속 늘려서 가끔씩 밀려오는 맛있는 음식과 맥주의 즐거운 콜라보를 마음껏 누리는 것이다. 나아가 그걸 누리면서도 살에 대한 번뇌에서 해방되는 것까지.



근육이 만들어지는 원리가 근육이 찢어지고 그 사이에 단백질이 붙어서 근육이 더 탄탄해지고 강해지는 거라고 들었다. 시련과 재생 사이를 반복하는 길이 운동이라고. 그렇게 시련과 재생을 반복하다보면 체중의 번뇌에서 해방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요가와 근육과 식사의 트라이앵글, 그 균형이 맞춰지는 날을 그리며. 운동에 진심이 담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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