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시작

일상에세이 4편

by forcalmness

아침에 일어나 "엄마"하고 거실에 앉아 절 부르는 아이와 주말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아인 좋아하는 요구르트를, 전 캡슐머신으로 내린 아메리카노를 앞에 두고 말합니다, "아이 좋다!"♡(아인 커피를 좋아하는 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요구르트 먹기에 바쁩니다) 제겐 주말아침의 평화가 커피에서부터 와요:) 언제부터 사적 커피의 역사가 시작됐나 생각하건대 고등학교 때부터가 아닐까 싶어요. 야간자율학습을 하며 공부를 하던 때, 커피를 좋아했던 엄마 따라 엄마가 마시던 커피 한모금으로부터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야금야금 시작된 커피는 '레쓰비'가 첫 바통을 받습니다ㅎ 캔커피 레쓰비, 작은손에 그립감이 딱이고 밀크커피 다방커피맛인데 제 입맛엔 비율이 딱이었습니다. 수시 면접에 떨어졌을때 레쓰비 캔커피로 속을 달래고, 친구의 생일에 레쓰비 캔커피 하나에 쪽지편지를 건넸었습니다. 저와 친구의 고3 생활이 항상 달콤할 리 없겠지만 '쌉사래함보다 달콤함이 우세한' 레쓰비처럼 그러하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레쓰비 캔커피가 업그레이드 되어 대학교 시절엔 '던킨도너츠 오리지널 커피'가 다음 바통 주자였습니다ㅎ 참 그리보면 입맛은 변할듯 변하질 않아요:) 지금은 던킨에 없는 커피메뉴지만(너무 아쉬워요. 추억의 맛을 느낄 수 없어요) 오리지널커피맛도 레쓰비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밀크커피맛이거든요. 대학교시절 학교도서관이 답답해서 학교 앞 던킨을 자주 갔어요. 바 테이블 자리가 제 단골석이었는데, 전면 투명창이라 학교로 통하는 길이 쭉 보이고 학교로 걸어가는, 학교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잘 보이는 탁 트인 광경이 좋았어요. 그시절 던킨 그자리에 있으면 친한 친구들은 지나가다 2층 창가자리에 앉아있는 절 찾을 수 있을 정도?^^ 밥 대신 오리지널 커피에 도너츠 하나를 먹던 대학교 시절, 고등학교시절 레쓰비보다 제 일상이 더 '유연하고 부드럽기'를 바랐던 듯합니다:)


1739615010596.jpg


방황의 시기를 지나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고서부턴 확고한 라떼취향 입맛은 여전하나 보다 다양한 개인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라떼보다 '진한' 플랫화이트 맛집도 찾고, '쓰디쓴' 아메리카노에 과일향이 나는 로스팅원두 맛집도 방문하고, 아메리카노에 잘 어울리는 피칸파이, 크림슈, 에그타르트, 티라미수케이크 '달콤한' 디저트맛집도 발견했습니다. '인생의 여유'를 좋아하는 카페에서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시간으로 확보하고 싶은 나날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자꾸 무언가를 마시는 사람은 구강기에 있었던 결핍을 채우는 사람이라고요. 스스로 그 시기에 어떤 결핍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따뜻한 커피를 자주 찾고 마시는게 어떤 결핍의 습관이라는 관점이 신선해서 기억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제 스스로도 그 시간만은 안정감 있고 평온했으면 하는 마음이긴 했습니다. 제게 커피는 그런 장치였어요. 달콤하고, 부드럽고, 때로는 진한 강렬함으로 커피위에 떠있는 크레마가 유지되는 시간만이라도 어떤 걱정도 잊는 온기♡


900_SNOW_20250218_093131_151.jpg


대학교에 간 첫 날, 대학교 입학식 전 엄마가 근처 스타벅스에 데리고 들어가서 처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사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도 커피가 주는 여유, 온기의 응원을 전해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의 변천이 앞으로도 지속되어서 제옆을 든든히 지켜주기를♡(계속 커피 마시려면 건강 챙겨야지ㅎㅎ)

이전 09화할머니 요양원 가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