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생물에 빗댄 사랑고백

육아에세이 14편

by forcalmness


어린이집 등원하는 아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투명문 앞에 붙어 손을 흔든다. 우리의 일상과 아이의 일상 사이를 가르는 창가에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 아이 얼굴이 오늘 따라 눈에 밟힌다. 자연스러운 웃음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바라보는 사람을 웃게 하고픈 마음에 미소를 머금는 얼굴. 그 표정이 안쓰럽게 아름다워서 아이를 오래 들여다보았던 것 같다. 창문 하나 사이에 두고 투명한 막 사이로 바라보는 너는 왜 그리 안쓰러울까. 네가 웃는 일은 가득 해주고 싶은 엄마아빠의 마음을 너무나 알고 있을 것 같아서 그 마음이 고맙고도 애닯다.



사랑한다는 게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모두 해주는 걸 의미하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는 걸 알지만 그 사람을 자주 웃게 하고 싶다는 걸 의미한다고 믿는다.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게 바로 우리를 웃게 하는 그 사랑이다.



주말 아침, 난 아이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귀지 파주기로 표현한다. 귀지를 팔 때 내 내밀한 귓구멍을 아프지 않게 세심히 다뤄주면서 느껴지는 간질거림을 어린 난 참 좋아했다. 이젠 내가 아이에게 무릎을 내밀고 여기 누우라는 제스처를 하면서 아이의 귀지를 열심히 판다. 간지러웠겠는데 귀지가 많아 조잘거리면서.



아이는 그 사랑표현에 화답하듯 바다생물책을 하나씩 가져와 본인이 아는 지식들을 읊어가며 내게 읽어준다. '레몬상어는 노란색이야'부터 시작해서 '상어는 코로 방향을 잡아서 코가 다친 상어는 잘 방향을 못잡아'라는 새로운 사실도 알려준다. 상어에서 고래, 바다거북, 게 그리고 갈매기까지 아이가 읽어주는 바다생물 이야기를 듣는다.



작은 아이 머릿속에 이렇게 다양한 정보가 가득차 있다는 사실에 감탄한다. 진심으로 놀란 호응을 하면 아이는 자신이 엄마에게 다섯권이나 읽어주었다면서 아빠에게 가서 자랑하기 바쁘다.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픈 마음, 그 마음을 인정받고픈 마음까지 고스란히 투명해서 마냥 웃음이 난다고 할까.



어릴때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때에서 이젠 아이가 내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시기가 왔다는 건 아이의 독립적인 사고와 마음을 느끼는 일 같다. 네 머릿속엔 바다생물이 한가득이고 그걸 엄마아빠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기대와 그걸 자신이 알려주고픈 자랑섞인 기쁨의 마음들을 전해받는다.



넌 언제 또 이렇게 자란 걸까. 기쁨을 주고픈 마음이 강한 사람이어서 고맙다. 너의 자랑 가득한 사랑고백을 받아 마음이 환한 주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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