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임차인에게 계약 연장 여부를 문의한 시점은 4월 중순, 임차인이 연장하겠다고 답변한 것은 4월 말,
다시 번복하여 계약 종료를 통보해온 것은 6월 중순이었다.
문제는 그 두어달 사이에 부동산 시장이 급변했다는 점이다.
나는 진작 3월말부터 남편을 끌고 임장을 다녔다. 송파로, 개포로, 잠실로, 마포로, 반포로…집값은 바닥을 지나 슬금슬금 오르고 있는 추세였고, 부동산 사장님들은 앞으로 계속 오를거라며 집을 살거면 빨리 사라고 말했다.
나도 지르고 싶었다. 돈만 있었더라면...
그렇지만 유일하게 목돈 나올 곳인 우리집은 월세 계약으로 묶여 있었다. 임차인이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조금만 더 일찍 말해줬더라면, 그래서 월세를 전세로 돌려 내놓은 상태였다면, 나는 집을 살 수 있었을까?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갔고, 두 달 사이에 집값은 2-4억씩 올랐다.
남편은 집값도 많이 올랐는데 그냥 다시 월세놓아 돈이나 차곡차곡 모으자고 했다. 그런 남편을 설득하여 집을 풀전세로 내놓았는데 논거는 두 가지였다.
1. 이번에도 월세를 놓으면, 최장 4년간 목돈 쥘 기회는 사라진다.
2. 집 매도시에도 월세낀 집은 최하 가격으로 팔아야 한다.
결국 남편은 내 마음대로 하라고 동의해주었다. 다만, 지금 집 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떻게 하면 앞으로 10년 후, 후회하지 않을까, 실로 중요한 결정의 시간이다.
몇 달간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관찰한 결과, 요즘 젊은 부부들 추세는 '최상급지 신축아파트 영끌 실거주/또는 갭투자' 같다. 모두들 자기가 갈 수 있는 최상급지로 가려고 한다. 최상급지 아파트들이 상단 없이 오르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로서는 기존 집을 팔아야만 가능할까 말까다. 일단 선택지에서 제외하고 다른 몇 가지 시나리오를 짜보았다.
1. 전세금 + 최소한의 대출로 교통요지 소형 실거주아파트 구매
- 인플레이션 헷지용도일 뿐 집값 상승은 기대 어려움
- 향후 안정적인 저비용 실거주 가능, 대출이자나 증여세 부담 적음.
2. 전세금 + 영끌대출로 준상급지 재건축 소형평수아파트 실거주
- 높은 대출이자와 분담금 우려
- 재건축 하세월로 기나긴 몸투와 주차난
- 투자이익은 조금더 기대됨.
3. 전세금으로 상급지 구축아파트(또는 중급지 신축아파트) 갭투자
- 높은 재산세와 역전세 우려
- 실거주집 없이 월세 전전해야 함.
- 편리한 인프라와 높은 환금성, 신축 선호 추세에 따른 가격 상승 기대
애당초 목표는 내 1번이었다. 그런데 집을 보러 다니다보니 자꾸만 눈이 높아졌고, 나보다 한참 어린 젊은 부부들이 고가의 신축아파트를 영끌하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자극을 받아 자꾸 3번을 기웃거리게 되었다.
남편은 1,3번 모두 투자이익은 없을 거라며 자꾸 2번으로 기운다. 선택지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고심 끝에 2번으로 정리되었다.
재건축 영끌 실거주.
남편과 의논하여 원하는 ‘지역'과 '아파트'를 몇 개로 추려보았다. 네이버 매물 알람 등록을 하고, 집값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려본다.ㅠㅠ
주말동안 우리집 전세가 나갔다. 원했던 가격보다 1억 낮은 금액이었지만, 그것도 감지덕지다.
마음에 큰 짐을 던 동시에, 새로운 부담이 생겨났다.
목돈을 받아서 당장 집을 안사면 어떻게 굴리지?
50세 되어 전세금 빼 투자하려는 게 잘한 결정일까?
풀전세 껴있는 우리집은 더이상 우리집이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
나는 2주택자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