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기쁜 날을 축하하며.
친구야, 너의 결혼식에서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축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기쁘다. 축사를 부탁받았을 때, 왜 나에게 이런 큰 시련을 주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긴 했는데 또 한 번 생각해보니 나만큼 너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 친구야, 친구는 슬픈 일이 있을 때 같이 울어줄 수 있어야 하지만, 기쁜 일이 있을 때 그 친구의 행복을 투명하게 빌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너를 통해서 누군가의 행복이 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그 생경한 경험을 처음 했다. 그만큼 너의 행복을 옆에서 진심으로 응원했고, 오늘도 그 행복을 응원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
혹시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기억하니? 사실 네가 나를 알기 전부터 나는 너를 먼저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매번 구김살 없이 많은 친구들에게 먼저 웃으며 다가가는 너의 모습을 내가 참 많이 동경했거든. 책에도 적었지만, 사실 나는 어릴 때 너에게 일부분 키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매번 애쓰면서 살았던 나에게 모든 일에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된다는 걸, 힘을 빼고 살아도 된다는 걸 네가 가르쳐줬어. 내가 힘들 땐 이상하게도 네가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했어. 그런 날에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다음날엔 일어날 힘을 얻었어. 너에게 나도 그런 존재였나 생각해 보게 된다. 네 앞에 서면 항상 나는 작은 사람처럼 느껴져. 그만큼 너는 크고 멋진 사람이야. 아마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지금까지 네가 나에게 모닥불 같은 존재였던 것처럼, 이젠 내가 너에게 그런 존재가 되려고 노력할게.
친구야, 결혼이라는 거. 대부분 무언가의 결실이라고 말하잖아. 나는 너에게 결혼이 행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너의 행복을 위해 많은 것들을 선택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볼래? 어느 날은 조금 힘들고 지칠지도 몰라. 그런 날이 올 땐, 오늘을 잘 기억해둬. 오늘의 어머니, 아버지, 언니들, 남편과 너의 친구들을 마음에 꾹꾹 담아둬. 어느 힘든 날 오직 너의 행복만을 고요히 빌고 있는 우리들을 꺼내서 기억해주길 바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행복이 우선이라는 거 절대 잊지 마. 나는 결혼을 해보지는 않아서 그 세상이 얼마나 큰지 가늠이 가지는 않아. 그런데 한 사람과 행복이라는 과정을 함께 꾸려나가겠다는 그 결심은 얼마나 대단한지는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아. 너의 그 단호하고 힘찬 발걸음을 옆에서 묵묵히 응원할게.
어떤 노래에 이런 가사를 봤어. '내 운명을 고르자면, 눈을 감고도 맞는 길을 고르지' 뭘 하든 너의 선택이 맞았을 거라는 응원을 담은 가사라고 하더라고. 내가 옆에서 지켜본 너는 그렇게 눈을 감고도 맞는 길을 고르는 사람이야. 어떻게든 너의 선택을 너만의 정답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야. 나는 네가 앞으로도 눈을 감고도 맞는 길을 고를 수 있음을 의심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네가 나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줬던 것처럼 나도 너의 모든 길들을 의심하지 않을게. 응원할게. 필요하다면 같이 걸을게.
네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이 축사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행복하렴 내 친구
너의 오늘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친구 결혼식에 축사로 썼던 글입니다.
소중한 이에게 글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라 감사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