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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Nov 21. 2020

결국 내 선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by 바바라 오코너

이 모든 난관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법


인생 참 엿같다. 열한 살 소녀 조지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빠는 비상금까지 털어 갑자기 집을 나가 버렸고, 남은 식구들은 월세를 내지 못해 집에서 쫓겨났다. 그날부터 엄마와 조지나와 남동생 세 식구는 차에서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잠은 차에서 잔다지만, 씻을 곳이 없었다. 동네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점원의 눈치를 보며, 얼른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는다. 차에서 산다는 사실을 단짝 친구가 눈치챌까봐 하굣길에는 집으로 가는 척 한참을 돌아서, 친구와 헤어진 후 다시 차가 주차되어 있는 쇼핑몰 주차장으로 간다.


엄마에게 불평을 해봐야 소용없다. 엄마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이미 한계를 넘어서서 애쓰고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하고, 저녁이 되어서야 차로 돌아온다. 적어도 두달치 이상 월세를 모아야 새로 머물 곳을 구할 텐데. 고물차는 가끔 시동이 걸리지 않아 엄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고, 식비를 아끼는 엄마의 바지는 유난히 헐렁해 보인다.


그래서, 조지나는 결심한다. 이 난관을 타개할 획기적인 방법은 바로 부잣집 개를 훔치는 거다! 아주 잠깐동안만. 주인이 개를 너무 사랑해서, 찾아주는 사람에게 500달러를 주겠다고 전단지를 붙일 때까지만. 그때까지만.

그렇게 소녀는 어두운 밤 주차장의 희미한 불빛에 기대 공책에다가 계획표를 작성한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한글판 표지. 산뜻하고 좋긴 한데, 애들 책이 아니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표지 같다.

출처: 교보문고


 



원서 표지. 뭔가 개를 훔치려고 유혹하고 있는 중인 거 같아서 마음에 든다.


출처: Goodreads


그리고, 그 다음에는?

주도면밀하게 동네를 관찰했다. 개를 키우는 집, 언뜻 보기에도 (보상금을 많이 걸 정도로) 부자인 집, 개를 친자식처럼 아끼는 집. 그런 집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거기에서 개를 훔쳐야 했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겨우 개를 훔치는 데 성공한 조지나. 그런데, 그 다음은 어떻게 하지?


주인은 언제쯤 보상금 포스터를 내걸까? 그동안 개는 어디에서 돌봐야 할까? 개는 뭘 먹지? 엄마에게 들키면 어쩌지? 보상금만 받으면 정말로 우리 세 식구는 머물 곳을 구할 수 있는 걸까? 차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 두다리 쭉 뻗고 잘 바닥과 벽과 지붕으로 이루어진 장소를?


열한 살 소녀가 감당하기에 너무나 큰 비밀, 너무나 버거운 현실. 조지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출처: 다음

외국 소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포스터.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I could still hear him reading the moral at the end. “There is always someone worse off than yourself.” Ha! I thought. Ole Mr. Aesop must have been stupid ’cause he was just flat-out wrong. There was nobody, nowhere, worse off than me. (p. 46)

선생님이 책 마지막 부분에서 교훈을 읽어주던 게 생생히 기억났다.
"세상에는 항상 너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이 있단다."
하! 이솝 아저씨는 멍청한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완전히 틀렸으니까. 이 세상에서 그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은 없었다.


누구나 다 자신이 최고로 힘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열한 살 소녀라면, 어쩌면 그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녀가 지금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힘들게 살고 있을지도.



2.

I made my voice sound calm and sure, but a funny little feeling was tapping at my insides. A feeling like maybe I had done a real bad thing. I took a deep breath, trying to swallow that feeling down and keep it from growing. I unbuckled Willy’s green collar and tossed it into the bushes. Tap, tap. There was that feeling again. Tapping at my insides like it was trying to tell me something. (p. 73)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하려고 애썼지만, 속에서 자꾸 이상한 감정이 나를 건드리고 있었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나쁜 짓을 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그 생각이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억누르려고 애썼다. 나는 윌리의 초록색 개목걸이를 풀어서 풀숲에 던져버렸다.
쿡쿡. 또 그 생각이 나를 쿡쿡 찔렀다. 마치 내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다는 듯 내 안을 쿡쿡 찔렀다.


계획에 따라 개를 훔치게 된 조지나. 개 목걸이도 풀어서 버려버린다. 이제 주인이 보상금 500달러를 준다는 광고를 붙이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자꾸 뭔가가 마음 속에서 말을 건다. 그녀의 양심이.



3.

“Sometimes the trail you leave behind you is more important than the path ahead of you.” (p. 132)

"가끔은 네가 뒤에 남기는 발자취가 네 앞에 놓여있는 길보다 더 중요하단다."


우리는 앞만 보고 가지만, 때로는 우리가 뭘 남기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4.

I knew I had made the right decision because my tapping insides had finally settled down. (p. 169)

나는 내가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았다. 왜냐하면 속에서 쿡쿡 찌르던 느낌이 마침내 없어졌기 때문이다.


조지나가 어떤 결정을 내렸기에 쿡쿡 찌르던 느낌이 사라졌는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시라.




제목: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원서 제목: How to steal a dog

저자: 바바라 오코너 (Barbara O'connor)

옮긴이: 신선해

출판사: 놀

특이사항: 우리나라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다.


*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한글 해석은 놀 출판사 것이 아니라 제가 원서를 읽고 해석한 것입니다. 한글 출판본과는 번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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