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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이삭금 Jan 02. 2021

미스터리, 재미, 감동이 골고루 섞인 뉴베리상 수상작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by 레베카 스테드

기대하지 않았던 보석을 발견하다



표지 그림이 예쁘긴 하지만 특별한 기대는 없었다. 그냥 그저 그런 아동도서일 것 같아서. 물론 뉴베리상을 수상했다니 재미와 감동 거기에 교훈도 담겨있을 게 분명하지만, 왠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이 책을 골라 읽게 됐다.


정말 다행이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고 이상하다가,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재미있어지더니 끝에는 살짝 뭉클해진다.



출처: Goodreads

영어판 표지. 표지가 마음에 든다. "네가 나한테 올 때에는"이라는 제목과 함께 보이는 지도와 열쇠, 구두, 우체통 등 주요 단어를 상징하는 그림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림이 귀여우면서도 "어른 접근 금지, 아동용임"이라고 외치지 않아서 좋다.




미래에서 온 쪽지


중학생 소녀인 미란다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저 평범할 것만 같던 그녀에게 어느 날 쪽지가 날아든다. 최근 몇 달간 있었던 일을 가급적 자세히 모두 다 알려달라는 쪽지. 그 이유는 누군가를 구하기 위함이며, 생명을 구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순전히 미란다가 얼마나 자세하게 글을 쓰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협박 내지는 애원.


누군가의 장난으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이 쪽지는, 그러나 미란다에게 앞으로 일어날 몇 가지 일들을 정확히 예언하면서 자신의 말이 장난이거나 미친 사람의 헛소리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인다.


이건 고도로 머리를 쓴 장난인 걸까? 진짜로 미래에서 온 쪽지인 걸까? 지금까지 학교와 집에서 일어난 모든 사소한 일들을 다 적는 게 과연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것일까?


평범한 사춘기 아이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 같지만, 그 안에 과연 누가 쪽지를 보낸 건지, 그게 진짜로 미래에서 온 것인지, 정말로 위기에 처한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지 등의 미스터리가 섞이면서 꽤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사소한 이야기

1.

이 책에는 <Wrinkle in Time 시간의 주름 >이라는 책 속의 어떤 내용을 미란다와 친구가 꽤 중요하게 논의하는 장면이 있다. 또한 미란다가 깨닫는 중요한 내용의 힌트 역할을 하는 것도 < Wrinkle in Time 시간의 주름 >에 나온다. 전에 한번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그만둔 책이었는데,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고 나니 < Wrinkle in Time 시간의 주름> 도 읽고 싶어 졌다.


2.

When you reach me는 직역하면 "네가 나한테 도착할(도달할) 때"가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네가 날 만나게 될 때쯤이면" 이렇게 번역해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한 인물에게서 쪽지를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꽤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서 제목인 <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도 괜찮지만.


3.

영어 원서의 책 표지는 지도와 내용의 핵심 키워드가 되는 단어들(열쇠, 구두, 우체통 등등)을 그려 넣어서 읽기 전부터 호기심을 끈다. 다 읽고 난 후에 "아, 이래서 이런 표지를 넣은 거구나."하고 감탄하는 건 덤.

그런 면에서 한국어판 표지는 조금 아쉬운 면이 있다. 책 표지가 너무 아동도서처럼 제작되어서 어른들이 선뜻 선택하기 머뭇거려진다. 물론 아동도서인 것은 맞지만 어른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인데 말이다. 더군다나 책 표지만 보면 책의 미스터리한 부분이 전혀 부각되지 않고, 그냥 순정만화 혹은 (표지의 그림으로 보건대) 주인공 소녀의 우정과 사랑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이라 좀 안타깝다.



출처: 교보문고

한국어 번역판 표지. 책의 미스터리가 드러나지 않은 점이 좀 아쉽다.





나를 깨우는 책 속 몇 줄


1.

"Well, it's simple to love someone," she said. "But it's hard to know when you need to say it out loud."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간단한 일이지."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사랑을 언제 입 밖으로 꺼내어 표현해야 할지 아는 건 어려운 일이야."



2.

"Didn't you ever have a father yourself? You don't want him for a reason. You want him because he's your father."

So I figured it's because I never had a father that I don't want one now. A person can't miss something she never had.

"당신도 아빠가 있었을 거 아니에요? 아빠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데 어떤 이유 같은 게 필요한 건 아니에요. 그냥 아빠니까 아빠가 오시길 바라는 거죠."

그래서였던 것 같다. 나는 한 번도 아빠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까 지금도 딱히 아빠를 원하지 않는 거라고.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는 걸 그리워할 순 없으니까.


주인공 미란다는 < Wrinkle in Time 시간의 주름 >이라는 책을 읽다가 아빠를 구하려고 애쓰는 주인공의 대사를 읽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난 아빠를 가져본 적이 없으니 원하지 않는 거구나, 하고.





제목: 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원서 제목: When you reach me

저자: 레베카 스테드 (Rebecca Stead)

옮긴이: 최지현

출판사: 찰리북

특이사항: 훌륭한 아동도서에 수여하는 뉴베리상 수상작.


* 저는 책을 영어 원서로 읽고 있습니다. 본문에 나온 한글 해석은 찰리북 출판사 것이 아니라 제가 원서를 읽고 해석한 것입니다. 한글 출판본과는 번역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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