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번역하라 by 조영학>
아무래도 가장 확실하게 답을 줄 상대는 저자이리라. 실제로 번역가 A은 저자와 이메일 교신으로 도움을 많이 얻는다는데 불행하게도 나는 한 번도 답장을 받아본 적이 없다. 스티븐 킹, 데니스 루헤인, 버나드 콘웰 등 이메일 주소를 검색해서 시도해 보았으나 모두 헛수고였다. (p. 62)
이국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어색한 번역 투가 꼭 필요한가? (p. 86)
소설은 소설답게 번역하라. (p. 36)
다시 강조하지만 "What are you talking about?"의 의미가 상황과 필요에 따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에서 "병신, 지랄하고 자빠졌네"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또 그런 자유를 인정하고 보장할 때만 역자들의 자연스러운 비속어 구사가 가능해진다. (p. 41)
우스갯소리지만 남의 나라 말은 어렵고 출판사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p. 55)
번역가의 최대 적은 무지가 아니라 게으름이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자. 검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p. 60)
나는 '입말'이 가장 좋은 '글'이라는 이오덕, 유시민의 주장에 동의한다. "언어는 말과 글이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p. 133)
다만 번역을 하다 보면 우리말 규칙의 잣대가 작가보다 오히려 번역가에게 엄격하다는 사실 정도는 지적하고 싶다. 작가가 번역투를 사용하면 '독특한 스타일'이겠으나 번역가의 경우는 '번역가가 우리말도 모르냐'는 식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p. 151)
외국어 문장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려 하지 말고 외국어 문장의 의미를 이해한 뒤 그에 걸맞은 우리말 시스템과 입말을 찾아주자. (p. 154)
번역은 표현 싸움이다. (p. 166)
"여백을 번역하라"는 제목은 외국어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다시 쓰는 것이 바람직할 뿐 아니라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려고 이 책에 끌어들였다. (p. 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