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집념 09화

그네

by 로지

할 말을 아끼고 서로가 그리웠던 마음만을 나누고 싶었다.

그럴 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지만.


잠깐의 행복이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우진 씨와 나는 웃는 인상까지 닮아 주변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커플을 인증하는 것도

나름대로의 행복이었다. 함께 처음 가보는 와인바나 식당에서도 금방 결혼할 사이 같다는 주인들의 립서비스가 싫지 않았다.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처럼 귀엽고 신이 났다.


그 여자가 나보다는 우진 씨를 마음 놓고 괴롭힌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고 있을 때쯤인가

잠시 그 존재를 잊고 있을 때다. 우진 씨와 나 우리에게는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도 없었고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던 시기를 되돌아보며 그 시간을 아까워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을 왜, 어떻게 겪는 중인가를 돌이켜 보며 한적하게 걷고 있었다.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발걸음이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데

무언가가 내 머리를 강타했다.


그 여자의 가방으로 나를 내리치고 씩씩 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눈이 잘 떠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보이는 건 그 여자의 얼굴과 한 손으로 떨어뜨리듯 들고 있는 가방이다.


"그렇게 내가 우스워요? 지원 씨와 대화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설명했지!

그것도 못 알아듣는 거냐고요!!"

나야말로 내가 우스운 건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기막힘에 말문이 닫혔다.


"지금, 뭘 어떻게, 왜 이러는 건지..."

겨우 꺼내어지는 말조차 힘겨웠다.


잠깐이지만 난 그대로 얼어붙어 그 여자를 쳐다보기만 했다.

이미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하고 눈빛은 무언가에 쫓기듯 다급하다.


주변엔 아무도 없고 조용하기만 한 채 한낮의 새소리만 들릴뿐이다.

나를 내려친 가방이 땅에 끌리는 걸 바라볼 뿐

황당함에 화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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