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한테서 나를 보호할 생각이 없어 보여.
아무래도 우진 씨는 내가 알아야 할 이야기를 그만두는 거 같아."
다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음을 내려놓을만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상대하지 말라고 했잖아. 분명히 내가 말했어.
말을 듣지 않았잖아."
우진 씨의 만류가 있었지만 무시한 건 맞다.
그래도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다.
"돌발 행동을 대책 없이 하는 게 문제야.
우진 씨가 어쩔 수 없으니 내게 와서 이러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맞닥뜨려야 할지 모르겠어."
술잔에 비치는 우진 씨의 모습은 난감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우진 씨와 만날 땐 어땠어? 지금처럼 이런 적이 있었나?"
어려운 질문일 순 있지만 조사하듯 물었다.
"없었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 낯선 기분이야. 내성적이고 밝지만 조용한 성격이야.
뜻대로 되지 않으니 맘대로 행동하는 거 같아. 미안해. 너한테 이런 일들이 생길 줄 몰랐어."
우진 씨에게 처음으로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 것 같았다.
그 마음으로 겪었던 일들이 다 지나가듯 고요함이 스며들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아직도 그 여자가 서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우진 씨와 오래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더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고 싶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우진 씨가 집 앞까지 데려다주고 인사를 한 후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그네가 조금씩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 놀이터를 나와 노는 아이들은 없지만 가끔 중고등학생들이나 어린 커플들이 늦은 데이트를 하곤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소곤대는 대화 소리도 없이 움직이는 그네를 보면서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 여자가 그네에 앉아 있다.